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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작은길벗 소로우 Jul 28. 2019

새끼발톱

원인이 결과에 미치는 영향


어떤 선배가 최근 여러 문제로 고통받는 후배와 얘기를 하고 있었다.

"형, 요즘 진짜 힘들어요. 그냥 죽고 싶어. "

"왜? 뭐 잘 안 풀려?


"다 작년 그 일 때문이에요. 그 일만 아니면, 이렇게 되진 않았을 텐데... 그때부터 계속 다 꼬이고 있어..."


후배는 1년 전 문제에 대해 말하기 시작했다. 그로선 불가항력적인 문제였다.

"그때 그것 때문에, 계속 안 풀려요." 후배는 또 푸념했다.

"니 얘기 들으니깐, 내 친구 생각이 나네. 걔는 새끼발톱 때문에 인생 망친 사람이거든.."

"발톱 때문에 인생 망친 사람도 있어요?"


선배는 자기 지인에 대해 말하기 시작했다.

"걔는 학생 때, 오른발 새끼발톱을 다쳤어. 그래서 발톱 제거 수술을 받았어. 나중에 발톱이 자라긴 했는데 모양이 좀 이상했대. 걔 말로는, 발톱이 이상하니깐 체중을 두 발로 분산시키는 게 예전 같지 않더래. 운동할 때 방향 전환도 잘 안 되고. 특히 농구할 때 자기만 오른쪽으로 자꾸 넘어지더래."


"그래서요?"


"걔 결국 농구를 그만뒀어. 열 받아서. 그 후에 다른 운동을 했는데, 체중이 불균형하게 실리다 보니깐, 왼쪽 다리를 오른쪽 다리보다 더 많이 쓰는 것 같더라나. 나중에 다리가 아파 MRI를 찍어보니, 왼쪽 무릎 연골이 찢어져 있더래. 걔는 그게 다 발톱 때문이라 여겼어. 그때부터 왼쪽 무릎을 아끼려고 오른쪽 다리를 더 썼대. 그러다 보니 골반뼈가 점점 틀어지고, 엉덩이가 저리더래. 더 이상 몸이 상하면 안 될 것 같아서, 걔는 모든 운동을 그만뒀어. 농구뿐 아니라, 축구, 조깅, 등산. 하여튼 운동은 다 그만뒀어. 그 후, 그 인간은 계속 집에서 맥주에 피자 시켜 먹고 리모컨만 만지면서 틀어 박혀 살았어. 그때 체중도 100킬로 정도 나갔지. 어느 날 보니깐 몸 안에 갇힌 사람 같더라고."


"형, 그 사람은 몸이 아니라 자기의 정신에 먼저 갇힌 것 같네요. 근데 형. 이 얘기 진짜예요? 발톱 때문에 인생 다 꼬였다는 거?"


"야, 너도 작년에 일어난 일 때문에, 인생 다 꼬였다고 했잖아."


"에이, 그거와는 좀 다르죠..."



둘은 기분 전환 삼아 오랜만에 농구를 한판 하러 갔다.

10분 정도 되었을까? 공을 잡으려 하다가 둘은 서로 부딪혔다. 선배는 중심을 잃고 오른쪽으로 휘청했다. 선배는 자세를 다잡고 슛을 날렸다. 성공하지 못했다. 리바운드된 공을 잡으려 선배는 점프했다. 착지하며 그는 살짝 왼쪽으로 몸이 기울어졌다.


"형, 지쳤어요?"

"아니, 난 안 지쳐."


선배는 땀을 흘리며 웃었다.

게임은 계속 됐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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