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약함에 대한 옹호
경기도 몇 도시 근처, 조금 남은 논에는 수원 청개구리들이 산다. 1980년에 발견된 토종으로서, 우리나라 개구리들 중 가장 작다. 수원에서 발견돼, 학명도 Hyla suweonensis다.
수원 청개구리는 향후 20년 내 멸종할 것이라 한다.
번식을 못해서이다.
개구리들은 노래하는 수컷을, 암컷이 찾아가서 사랑을 이룬다.
노래하지 못하는 수컷은 짝을 찾지 못한다.
사랑의 세레나데를 부르더라도, 그 소리가 미약하면 암컷이 찾아올 가능성도 낮다.
요즘 수원 청개구리는 노래해도 쉽게 짝을 찾지 못한다.
이들의 노래는 산업화된 도시 인간들이 만들어 내는 거대한 굉음에 묻히기 일쑤이다.
음파는 저음일수록 더 멀리 퍼지는데, 수원 청개구리 수컷의 음역은, 사람으로 치면 높은 미성이다.
덩치가 작아 성량도 적다.
마을로 다니는 차량, 전철이 던지는 굉음들이 이들의 노래를 공기 속에 묻어 버렸다.
숫개구리의 구애의 노래가 덮이면서, 생식 그 자체가 줄어들었다.
인간들은 밤에도 시끌벅적, 자기들끼리 몰려다니며 계속 굉음을 만들지만, 이제 개구리는 밤에 짝 찾기가 더 힘들게 되었다.
더구나 생존력이 강하고 더 크게 우는 다른 종자들과 교잡마저 일어나, 수원 청개구리 종의 순수성은 유지하기 더 어려워졌다.
도시화, 산업화의 소음이 숲과 샘 주변에 소리 네트워크를 깼다.
잡소리가 많아지니, 생명들끼리 서로 연결하는 소리가 끊기면서 생명이 쇠했다.
우리들 마음에도 수원 청개구리들이 있다.
전에는 활발했던 개구리들.
그러나 들리는 소음이 커지고, 주변에 굉음이 많아지면서 그 개구리들의 소리는 점점 묻혔다.
맘 속에 미약하고 여린 생각이 일어나, 생각의 짝을 찾으려 해도, 홀로 몇 날 밤 있다가 그냥 지쳐 버린다.
우리가 만든 시스템에서 나오는 굉음, 그치지 않는 소리 때문이다.
내 맘 속에 수원 청개구리들, 노래하게 해야 한다.
안 그러면 이 논과 이 옹달샘에선, 작고 목소리 가냘픈 생명들부터 하나 둘 사라지게 된다.
생태계 질서가 무너지면서 점점 썩은 물만 고여 있는 부질없는 땅이 된다.
그러면 또 다른 개발업자들이 들이닥쳐 건축물을 올리려 할 것이다.
그리고 그 구조물들은 낮은 굉음들을 또 내지를 것이다.
우리가 진정 생각의 아이를 낳으려면, 잡소리에서 자유로와져야 한다.
인간들이 만든 시스템에서 나오는 그 소음들을 피해 때론, 일부러 조용한 곳에 찾아가 가만히 있기를 연습해야 한다.
그러다가 지루하면 각자의 청개구리에게 속삭여 주자.
내 안에 쬐끄마한 청개구리야 노래해라.
다시 노래하며 힘차게 뛰어 뛰어.
움츠려 들지 말고.
더 이상 줄어들지 말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