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부인과 외부인에 대하여
주재원은 영어로 Expatriate이다. 줄여서 엑스팻이라고 부른다. 그런데 이 단어들을 자세히 살펴 보면, 실제로 두 단어의 의미는 서로 좀 다르다는 것을 알 수 있다.
Expatriate는 사전에 직역을 보면, 국외거주자라는 뜻이다. 바깥으로 보냄을 받았다는 의미이다. 접두어 Ex는 라틴어를 포함한 거의 모든 서양 언어에 걸쳐 '바깥에', 또는 '밖으로' 라는 의미로 쓰인다. 우리말 '주재원'은 한자를 그대로 풀이하면 머물 주, 있을 재 자를 쓴다. 머물러 있는 사람이란 뜻이다.
서양어에서 Expat은 모국을 떠난 사람이라는 의미이다. 우리말의 주재원은 타국에 머물러 산다는 의미가 강하다. 미국의 Expat은,그 사람이 본국을 떠나 Expat이 된다. 그러나 우리 말의 주재원은 인천공항을 이륙하여 한국을 떠났다고 되는 것이 아니다. 해당국에 가서 현지인들과 중장기적으로 함께 살아야 주재원이 된다. 석 달에 한번씩 해당국에 출장 방문을 한다고 해서 그 나라의 주재원이 되는 것이 아니다. 그 나라에 머물러 살면서, 현지의 문화와 관습을 배우고, 어느 정도 그 사회의 일원이 되면서 주재원이 된다.
존재론적으로, 이 둘의 의미는 다르다. Expat은 '이탈'한 사람이고, 주재원은 '귀속'된 사람이다. 'Expat'을 한 다음에 '주재'를 할 수 있다. 그러나 Expat했다고 다 주재원이 되지는 않는다.
지금 한국에는 많은 해외 글로벌 기업의 직원들이 주재 발령을 받아서 근무하고 있다. 그들은 힌국 경제에 기여하고, 한국 문화를 좋아하고, 한국 사회에 일원으로 살아가지만 Expat이다. 한국에 7년간 장기근무하며 부대찌게에 밥 말아 먹는데도 아직 Ex-라 불린다. 누군가를 Ex-라고 부르는 것은 그를 외국에 보내고 남은 이들이 쓸 표현이다. 우리 사회 내부로 들어와 머물고 있는 사람을 부르기에 적합한 말은 아니다.
Expat이란 표현은, 세계를 안과 밖으로 구분해서 보는 서양의 관점이 투영된 표현이라 본다. '주재원'이라는 표현에는 안과 밖, 출발지와 목적지, 피아의 구분이 없다. 주재원이라는 표현은, 방문하고 스쳐 지나는 사람인지, 아니면 머무는 사람인지에 대해 구분하는 표현이다.
나는 미래에는 Expat이라는 표현이 사라질 것이라고 본다. 이는 서방 세계가 자기를 제외한 나머지 세계를 '외방'으로 본 구시대의 관점과 닿아 있다. 그러나 이제는 내,외방의 구분이 없이 다 연결된 세계이다.
통합되고 연결된, 앞으로의 세계에서는 기업이든 개인이든, 타인의 세계에 머물며 함께 있을 수 있다는 것이 점차 더 중요해 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