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초의 신인류가 문명사회로 탈출하기 위한 여정
1.
정신을 차리고 보니 동굴 같은 곳에 누워 있었다. 고개를 들어 동굴 바깥 세상을 올려다 보았다. 어둔 밤이었다. ‘기차가 지나갈까?’ 생각하며 살펴 보았지만 기차 소리는 들리지 않았다. 자동차나 보행자의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동굴 바깥으로 공룡의 그림자 같은 것이 어른거리는 것이 보였다. 육식공룡일까? 초식공룡일까? 그가 공룡을 똑똑히 목격한 것은 아니다. 그러나 이 곳, 이 시대는 공룡이 살아있는 곳이다.
그는 설명과 경험을 넘어, 바로 이해했고 바로 깨달았다. 그는 이 원시 세계 최초의 인류이다. 이 세계에서 계속 생존하며 새로운 인류의 조상이 되던가, 아니면 그가 속한(속했을지도 모를) 어떤 원래의 문명세계로 돌아가야 한다. 그것이 이 세계에서 본다면, 시간 이동을 통해서 갈 수 있는 미래 세계일지, 아니면 다른 행성일지는 알 수 없지만…
그는 대탈출을 결심했다. 이 세계의 최초의 인류가 되는 것도 좋지만, 문명 세계가 있다면 그리로 나아가야 한다. 내가 속해야 하는 바른 세계로. 그렇다면 그는 계획을 세우고, 오랜 시간 동안, 주도면밀하게 준비해서, 그것을 이뤄내야만 한다. 혼자만의 외로운 싸움이지만, 최초의 신인류가 되느냐, 문명세계로의 복귀냐 둘 다 우주사적인 큰 의미가 있는 사건이고, 그는 어쨌든 그 안에 놓여 있는 상황이다.
그는 동굴의 한쪽 통로로 탐험을 시작했다. 그리고 좁고 어둔 통로로 계속 걸어갔다. 그리고 이상하게도 철문 비슷한 것이 있는 것을 발견했다. 철문이라…그럼 이곳은 적어도 철기시대는 이미 진입을 했을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다른 인간들이 이미 존재하고 있다는 뜻일 듯.
그는 철문을 조심스럽게 밀었다. 문이 열렸다.
그리고 그는 자신이 큰 쇼핑몰 안에 들어 와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가 두려움과 공포 속에 밀었던 문은 쇼핑몰의 비상문이었다.
쇼핑물은 프랑스 풍의 연노란 등이 많았다. 프랑스 엽서들도 많았고, 사람들은 활기차게 다니고 있었다. 그때 애플에서 임원으로 근무하시는 분이 그에게 다가와서 잘 지내냐고 물었다. 그는 잘 지낸다고 대충 둘러댔다. 그는 동굴에서 갓 나온 자신 얼굴의 초췌함을 남들이 눈치채지 않기를 바랬고, 좀 쭈볏쭈볏했다. 그리곤 애플 임원과 헤어져 몰을 조금 더 구경하다가 아까의 그 철문쪽으로 갔다. 그는 자신이 그 문으로 출입하는지 남들이 보지 않도록 조심스레 들어왔다. 그리고 소리가 나지 않도록 철문을 천천히 닫았다. 그는 길고 좁고 어둔 지하통로를 통해 아까의 동굴로 돌아왔다.
그는 동굴에 아까 원래 자리에 누워서 생각을 했다.
‘’’대탈출’ 계획에 심각한 차질이 생겼다. 가까이에 쇼핑몰이 있다면, 내가 탈출을 감행하기도 전에 누군가가 나를 발견해 버릴지도 몰라. 그럼 탈출 기회는 원천 차단되는 거지. 나는 이 문제를 차근차근 해결해야 해’
그는 자신의 ‘대탈출’ 계획이 차질없이 이뤄지려면, 타인의 방해가 없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들이 혹시나 이쪽 동굴로 탐사를 와서 자신을 발견하지 않기를 바랬다.
‘앞으론 좀 더 조심해야겠다….’
그는 원시생활에서 대담할 땐 대담하더라도, 사람들에 대해서는 정말 조심해야겠단 생각을 하다가 어느새 잠이 들었다.
2.
다음 날이었다. 잠에서 깨어 보니 지금껏 경험한 것의 일부는 꿈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는 혼란스러웠다. 그의 대탈출 계획은 어떻게든 진행되어야만 한다.
그는 모닝 커피를 내리며, 오늘 무슨 옷을 입을지 생각하고, 노트북은 가방에 들어 있는지를 챙겨 보았다. 그리고 대탈출에 대해 계속 궁리하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