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각은 왜 이해도를 높여주는가?
이해를 하는 데에는 특별한 능력이 필요하다. 그러나 자신의 힘만으로 이해를 하는 것은 쉽지 않다. 자연계의 힘이 필요하다. 자연이 주는 가장 큰 힘은 시간이다.
시간은 망각으로 인도하는데, 이는 이해의 폭을 넓혀 주기도 한다. 망각과 이해가 같은 목적을 지향한다는 것은 신기한 일이다.
이해는 여러 사실을 선별하여 받아 들이는 것이다. 선별함으로 핵심적인 것을 더 선명하게 알게 된다. 이해를 하려면 불필요한 정보를 버릴 줄 알아야 한다. 그것을 무시할 수 있어야 한다.
아침에 어둔 표정으로 집을 나간 배우자가, 사실 나에게 화가 났기 때문은 아닐 수 있다. 아마 어제 저녁에 개떡같은 지시를 한 상사가, 오늘 새벽 6시에 카톡으로 지시를 다시 바꿔서 그럴 수도 있다. 진짜 상황을 알려면 '인상 쓴 그이' 같은 정보는 무시하거나 잊어야 한다.
이해는 선별과 망각으로 인해 더 수월해 진다. 선별하는 데에는 망각이 필요하고, 그에는 시간이 필요하다.
시간이 가면서 특별히 노력을 하지 않아도 저절로 뭔가가 이해가 되는 경우가 있다. 그때 부모님이 왜 그러셨는지, 그때 사장님이 왜 그러셨는지, 나중에 불현듯 깨닫게 되는 경우가 있다.
이는 시간이, 당시의 산만하고 사소한 정보들을 없애거나 축소시킴으로서, 가장 중요한 핵심적 맥락만 드러내 보여 주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