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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작은길벗 소로우 Mar 31. 2022

민주주의와 Democracy

영단어 democracy 우리말로 민주주의라고 흔히 번역된다. 학생들이 단어시험을   democracy라는 단어가 나오면, 답란에 민주주의라고 적을 것이다. 그런데 미국인이 가장 신뢰하는 'Meriam Webster" 사전을 보면, democracy 정의는 '민이 주도하여 설립한 정부' 되어 있다. 쉽게 말하면 '민주정'이다. 다른 영영 사전을  찾아 보았는데, democracy '~주의', (-ism) 정의하는 곳은 거의 없다.


공산주의는 Communism, 자본주의는 Capitalism, 자유주의는 Liberalism, 낭만주의는 Romanticism이다. 근데 왜 민주주의는 democratism이라는 말을 안 쓰고, democracy라고 하는가?

애초에 democracy는 민주정(민주체제)으로 번역했어야 옳았다. 그리고 민주주의라는 단어에는 democratism이 더 적절한 대칭어이다. democratism을 사상적 기반으로 해서 국민에 의해 구현된 체제가 democracy이다.

생각과 실체는 다른 것이다. 주의(ism)는 생각이고, 체제(cracy)는 내가 피부로 체감할 수 있는 실체이다.


오래되어서 이젠 어색하지도 않은 이 오역에 대해서, 나의 아마추어적 해석은 이러하다. 'democracy'는 '주의'로서는 먼저 왔지만, 실질적으로 구현된 '체제'로서는 매우 더디 왔다. 한국이 민주주의 국가여야 한다는 데에는 과거의 독재자나 민중들이나 별 이견이 없었다. 그런데 한국에 정말 민주정이 성립했느냐에 대해서는 위정자와 민중들의 관점이 전혀 달랐다. 그래서 Democracy를 '민주정'으로 번역하는 데에는 불편한 저항감이 있었을 것 같다. 생각과 실체가 불일치하는 시대에, '주의'와 '체제'를 굳이 구분짓지 않고, '모호함'으로로 남겨두려는 바램도 있지 않았을까?


한국 민중이 원했던 것은 사조로서의 민주주의(ism)가 아니라 실질적인 민주정이었다. (cracy)

60~80년대의 민주투사들은 이념으로서의 민주주의를 위해서 싸웠다기보다는, 실질적인 ‘민주정 수립, 민주정 확립'을 위해 싸웠다고 봐야 한다.


Universal Design운동이 있었다. 장애-비장애인에게 정보나 사물에 대한 보편적인 접근 권리를 제공하자는 개념이었다. (Universalism, Universal Design)

이를 잘 구현한 것이 애플 아이폰이다.

나는 유튜브에서 시각 장애인이 애플 아이폰을 가지고, 인터넷 토론도 하고, 단체사진 및 셀카 촬영을 하는 것을 본 적이 있다. 그 분이 이런 말을 했다. 아이폰을 가지고 뭔갈 몰입해서 할 때는, 자신이 장애인이라는 걸 잊는다고 했다. 난 제품력에 대해서 그토록 강한 선언을 들은 적이 없다.

애플은 보편적 디자인을 가미해서 아이폰을 몇 대 더 팔았을까? 저 회사는 시각장애인 몇 명에게 전화기 몇 대를 더 팔아서 개발비와 UX 디자인 비용을 완전 뽕 뽑으려 했을까? 나는 그 유튜브를 보면서, 어떤 제품에 남을 매료시킬 만한 이야기가 숨어 있는 걸 보았다. 그리고 그 제품에는 또 다른 영역에서, 아직 들려지지 않은 더 많은 이야기들이 숨어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Democratism이 Democracy로 육화(Incarnate)되는 데에는, 짧게는 50년, 길게는 수 백 년이 걸린다. 그리고 그것은 계속 진행형이다.

우리 주변에도 다양한 '~이즘', '~주의'가 있다. 고객중심주의, 피해자 중심주의, 당사자 우선주의 등등... 이들은 ism인가? 아니면 실체적인 cracy로 구현되고 있는가?

진짜 중요한 것, 진짜 실력은, 머릿속의 ‘ism’을, 피부로 체감하고 코로 호흡하는 'cracy'로 발현해 낼 수 있냐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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