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민재의 주특기는 나와서 끊는 수비다. 적재적소에 튀어나와 상대의 빌드업을 차단한다. 상대 팀 공격수가 등진 채로 공을 받았을 때는 여지없다. 그냥 공을 뺏는 게 아니라 들이받는 수준이다. 가장 무서운 수비수는 서 있지 않고 달려온다. 김민재의 수비가 공격수들에게 공포를 주는 이유다(물론 김민재는 라인 컨트롤도 잘한다).
이런 수비는 상대에게 공을 빼앗겼을 때 특히나 긴요하다. 미리 튀어나와서 공을 빼앗으면 필드플레이어 전원이 수비라인을 세우기 위해 뛰어올 필요가 없다. 김민재의 달려드는 수비는 동료들을 편하게 한다. 문제는 아무리 김민재라도 모든 상황에서 공을 뺏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사실이다. 이 경우 달려 나가는 수비는 다소 위험이 따른다. 김민재가 최후방 자원이기 때문에 끌려 나가면 뒷공간 커버가 어렵다.
전반 중반 바레인의 역습. 터치라인에서 돌파를 시도하는 알 아스와드. 반대편에는 알 하샤시가 쇄도 중이다. 두 바레인 선수 사이에 김민재가 같이 뛰어 들어오고 있다
같은 상황. 김민재가 방향을 틀어 알 아스와드를 저지하러 간다. 이 판단으로 말미암에 뒤쪽은 공간이 아예 비게 됐다. 이어진 알 아스와드의 공간 패스로 위기 상황을 맞는 대표팀.
김민재의 달려 나가는 수비, 양날의 검
레바논전 초반에 겪은 위기 상황이 그랬다. 바레인이 공을 탈취하면서 선수가 센터서클에 있는 10번 알 아스와드에게 공간 패스를 넣었다. 다행히 뒤편에는 김민재와 정승현이 있었다. 쇄도하는 14번 알 하샤시는 이기제가 따라붙었다. 4대 2. 우리가 수적으로 우위인 상황이었다. 물러서 라인을 구축했으면 무리 없이 방어를 할 수 있는 상황이었다. 이때 김민재가 알 하샤시를 저지하기 위해 거리를 좁힌다. 그 순간 알 하샤시의 공간 패스가 들어갔다. 위험한 상황이었다.
김민재는 세계 최고의 수비수다. 그럼에도 인간이기에 실수는 피할 수 없다. 축구선수는 2, 3초 안에 두세 가지 이상의 공간적 판단을 내린다. 쉬지 않고 뛰는데 머리까지 굴려야 한다. 실수가 안 생기는 게 이상하다. 다큐멘터리 <공간과 압박>에서 홍명보 감독이 “축구는 실수의 스포츠다”라고 말한 건 그래서다. 한편으로는 그 실수를 줄이는 팀이 이길 확률이 높아진다.
그래서 어쩌자는 건가? 김민재의 달려드는 수비는 위험부담이 있는 동시에 매력적이다. 해서 이를 극대화하고자 한다면, 박용우와 황인범이 지나치게 높은 위치로 올라서면 안 된다. 김민재가 높이 올라갔다면 반드시 그 빈자리에 박용우가 서 있어야 한다. 센터백과 수비형 미드필드 간에 더 적극적인 커버플레이가 필요하다.김민재 또한 주위 선수들을 이용하는 데 익숙해져야 한다. 자신이 뛰어드는 대신 동료를 보내 처리할 때도 필요하다. 후방의 지휘자, 이른바 '리베로'의 면모가 필요한 순간이다.
전반 초반 바레인전. 김민재가 빌드업을 위해 높은 위치까지 전진해 있다. 동시에 3선 미드필더 두 명이 높은 위치에 서 있다. 남은 선수는 정승현 한 명뿐이다.
3선 미드필더가 너무 올라오면 안 되는 이유
한국을 상대하는 팀들은 역습을 노린다. 전방에 주력이 좋고, 기술을 갖춘 선수들이 둘 이상 붙는다. 지금처럼 김민재가 끌려 올라가면 정승현 혼자서 이 둘을 상대해야 한다. 특히나 요르단의 알 알나마이트와 알 타마리는 1대 1 능력이 탁월하다. 특히 전력 질주를 하면서 무게중심을 이용해 수비수를 제치는 기술이 남다르다. 아무리 수비 능력이 좋아도 전력질주 중인 선수를 단독으로 저지하는 건 쉽지 않다. 이란, 호주 등 강팀을 만나면 이 균열은 더 크게 드러날 것이다.
사실 박용우와 황인범의 지나치게 높은 위치는 풀백의 수비범위에도 영향을 미친다. 후반 91분경, 측면 수비수 김태환이 황인범을 부르는 장면이 포착됐다. 너무 높은 자리에 올라와 있으니 내려오라는 것이었다. 황인범이 내려오지 않으면 김태환은 우측에서 두 명의 공격수를 혼자 상대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황인범은 바로 김태환의 목소리를 듣고 위치를 조정했다.
바레인전 후반 91분. 김태환이 황인범을 부른다. 황인범이 간격을 좁히지 않으면 김태환이 공격수 둘을 상대해야 하는 형국,
김태환의 목소리를 들은 황인범이 낮은 위치로 내려오며 공격수 한 명을 마크한다. 이제 김태환은 왼쪽 측면 공격수 견제에 집중하면 된다.
축구는 공간 싸움이다. 공간은 상대를 끌어낼 때 생긴다. 우리가 상대를 끌어내는 것만큼이나 우리가 끌려가는 것을 경계해야 하는 이유다. 요르단은 바레인보다 기술적이고 강한 팀이다. 신체조건도 만만치 않다. 쉽지 않은 경기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