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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일로 Mar 18. 2024

프랜차이즈의 위기, 그 정해진 미래

나는 프랜차이즈 가맹점에서 식구들과 일한다. SPC나 CJ같이 대기업 프랜차이즈는 아니다. 그래도 어느 정도 인지도는 있는 브랜드고 출점한 매장도 적지 않은 편이라 시내에 나가면 종종 우리 브랜드 간판을 지나치곤 한다. 아, 우리 집 앞에도 하나 있더라.      


근데 어느 순간 집 근처 지점들이 하나 둘 한 시간씩 브레이크 타임을 내걸기 시작했다. 프랜차이즈에서 브레이크 타임이라니. 선입견이긴 하지만 대단한 맛집도 아니고 재료들도 일차적으로 손질이 된 것들이 대부분인데 브레이크 타임을 건다는 게 낯간지럽게 다가왔다. 무엇보다 내가 회사를 통해 전달받은 게 전혀 없었다. 한 달에 한두 번씩 오는 본사 관리자에게 이유를 물어봤다.      


회사에서 브레이크타임과 관련한 재량권을 준 건 사실이었다. 이유는 간단했다. 점주들이 힘들어 해서. 관리자는 점주들의 평균 연령대가 올라가고 있다고 했다. 해당 브랜드의 폐점률은 비교적 낮은 편이다. 개점한 지 10년 차 이상 지난 가게들이 많다. 반면 예전처럼 공격적인 출점 전략은 잘 먹히지 않고 있다. 일은 그대로인데 나이가 들어가니 노동강도가 점점 버겁게 느껴지는 점주들이 늘어나고 있는 것이다. 


체감하기에 저출산은 아직 먼 얘기다. 하지만 공급자의 노령화는 당장의 현실이다. 코로나 19사태 이후로 이른 시간에 문을 닫는 체인점들이 많아졌다는 생각 안 드나? 그게 비단 인건비 때문일까?  


프랜차이즈 브랜드에게 가맹 점주들은 허리에 속한다. 본사의 정책이 현장의 반응과 괴리되지 않도록 돕는다. 더불어 본사가 야심 차게 준비한 신제품이나 정책에 힘을 실어주는 역할도 한다. 점주들의 연령대가 올라가면 회사의 비전과 정책들이 점점 힘을 잃는다.      


우선 본사가 자신 있게 새로운 메뉴를 밀어붙이기가 쉽지 않다. 본사에서 새로운 메뉴를 만들 때에는 보통 재료의 단가, 재고 재료 소진 가능 여부, 새로운 트렌드 반영 등을 고려한다. 여기에 하나 더 있다. 현장에서 이 메뉴를 소화시킬 수 있는지 여부다. 한 번에 여러 주문을 소화하는 주방에서 손이 많이 가는 메뉴는 걸림돌로 작용한다. 그래도 이 메뉴가 매출에 큰 공헌을 한다면 괜찮다. 빠르게 잘 만들 줄 안다면.      


이는 당연히 연령대별 생산성과도 직결된다. 나이가 들어갈수록 순발력이 떨어지기 때문에 소화할 수 있는 메뉴의 가짓수는 줄어들 수밖에 없다. 본사도 그 흐름을 반영할 수밖에 없다. 프랜차이즈 브랜드에게 속도는 맛만큼이나 중요하기 때문이다. 음식이 늦게 나온다는 컴플레인은 기업에게도 부담이다. 이러면 쉽게 만들 수 있는지를 우선 고려할 수밖에 없다. 별식이 아니라 가정식이나 정찬을 만들어 내는 곳이라면 이 압박은 더 커진다. 점점 트렌드에서 멀어지는 것이다.


내가 겪은 일련의 변화들은 과연 개인 체감의 오류일까? 통계청에 따르면 60세 이상의 자영업자는 전체 대비 36.4%로 가장 많다. 약 200만 명을 육박한다. 현장에서는 '60대 초반이면 한창'이라는 말을 사장님들끼리 주고 받는다. 실제로 어느 동네 어느 매장에 가도 40대~50대 초반의 젊은 사장님은 많지 않다. 외식업에 뛰어드는 이들에게 문이 좁아진 탓도 있다. 자영업자 부채가 300조에 육박하고 있는 상황이라 재기를 노리고 창업을 준비하는 이들이 줄어들었다. 여기에 바젤 3 비준으로 인한 스트레스 DSR의 도입으로 원하는 만큼 대출을 받는 시대도 사실상 끝났다.      


현재의 금융 환경이 지속된다면 한동안은 코로나 19 사태 이전에 시장에 진입한 사람들이 이 시장을 끌갈 것이다. 그리고 언젠가는 이들이 경제활동에서 완전히 떠나는 시기가 찾아올 것이다. 거기서부터 외식업은 본격적인 위기를 맞을 수 있다. 내수인구가 줄어드는 것 이전에 기업들의 경영 역량 자체가 크게 저하되는 환경이 조성될 공산이 크다. 이렇게 프랜차이즈가 줄어들면 언제 어디서나 균일하게 누릴 수 있는 외식 서비스의 접근성과 서비스 수준이 현저히 떨어질 것이다.


그럼 이게 소비자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까? 떡볶이를 예로 들어 보자. 내가 좋아하는 브랜드 00 떡볶이는 튀김도 싱싱하고 감칠맛이 넘치는 국물 떡볶이로 인기가 많다. 이 집의 떡튀순은 지상 최강, 나의 최애다. 근데 얼마 전 우리 동네 지점이 문을 닫았단다. 예전에는 좀 아쉽지만 AA떡볶이나 BB떡볶이를 먹으면 그만이었다. 하지만 인근의 AA떡볶이도 BB떡볶이도 모두 사라지고 없다. 결국 축축한 튀김과 불어 터진 떡을 주기로 악명 높은 CC떡볶이에서 주문해야만 하는 슬픈 상황이 생길 수도 있다.      


외식업 시장의 고령화는 돌이킬 수 없는 경영환경 변화를 초래할 것이다. 우선 출점으로 이윤을 확보하는 수익 구조에 한계가 올 수 있다. 그리고 여기엔 젊은 세대가 외식업으로 뛰어들지 않는, 고질적인 문제가 발목을 잡을 것이다. 점주가 고용하는 외식업 노동자들 대부분은 시간제 아르바이트다. 여기서 아무리 열심히 해도 직급 상승을 기대할 순 없다. 언젠가는 떠난다. 기업에게 생기를 불어넣어 줄 수 있는 인력 확보가 시급하지만 이 구조로는 젊은 세대의 업계 유입을 독려하기가 쉽지 않다.      


결국 직영점을 중심으로 프랜차이즈를 운영하는 대기업들만이 살아남아 지속적으로 이 사업을 지속할 것이다. 오직 직영점 제도만이 젊은 인력들의 경력을 보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아르바이트로 오래 근무하면 매니저 직함을 달고 매장을 책임지다 본사로 호출되는 구조를 만들어야 하는데, 이는 사실상 대기업에서만 가능하다. 임직원 50명 이하의 중소 브랜드가 지역 거점마다 직영점을 두기란 쉽지 않다.    


물론 이 흐름이 급격하게 찾아오지는 않을 것이다. 여전히 한국은 프랜차이즈 공화국이다. 2021년 기준으로 국내 프랜차이즈 점포 수는 약 26만 여 , 브랜드 수만 11,000여 개에 달한다. 아직 베이비 붐 세대의 정년퇴직이 대거 진행 중이고, 이들 중 상당수가 새 먹거리를 찾기 위해 프랜차이즈 출점을 고려하고 있다.


동시에 이 변화는 느리게 찾아오지도 않을 것이다. 외식업은 정확히 사람이 나이를 먹는 속도에 맞춰 늙어가고 있다. 2차 베이비 붐 세대들이 정년퇴직을 마무리하는 순간, 이 팽창도 결국은 끝날 것이다. 이 흐름을 내다보고 대비하는 프랜차이즈 브랜드가 과연 몇이나 있을까? 미래는 정해져 있고, 살아남으려면 답을 찾아야 한다. 당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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