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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일로 Jul 17. 2024

감당할 수 있을 만큼만 받자


Menu 4. 감당할 수 있을 만큼만 받자


“식당 하는 입장에서 피해야 할 가게가 있을까요?”     


맛집을 즐겨 찾는 지인들에게 가끔 듣는 질문이다. 나는 일단 손님이 너무 많은 곳은 잘 가지 않는다. 정확히는 감당이 안 되는데도 한 손님이라도 놓치지 않으려 욕심부리는 가게에는 가지 않는다. 한 번 가보고 나서야 깨달을 수밖에 없는 한계가 있지만. 사실 이런 가게는 입구에 들어가는 순간 견적이 나온다. 분명 정리가 다 되지 않은 테이블인데 일단 손님을 앉혀 놓는다. 그다음에 테이블을 정리한다.    

  

그때 나는 절대 직원이 쓰는 행주를 보지 않는다. 안 봐도 비디오기 때문이다. 바빠 죽겠는데 언제 행주를 빨고 있을까. 행주도 못 빨 만큼 바쁜데 다른 곳들이 깔끔할 리 없다. 직원들 안색이 안 좋다. 멘털이 슬슬 털리는 게 보인다. 당연히 실수가 늘어난다. 자꾸 손님의 요청을 깜빡한다. 그리고 엉뚱한 걸 준다. 사장은 내 알바 아니라는 듯 자꾸 손님을 들인다. 일단 붙잡고 본다. 맛은 둘째치고 보는 내가 질린다.      


가게는 본디 공장이다. 가내 수공업이다. 엄연히 생산 공정 분업화 체계가 존재한다. 그 얘기는 개인에게 주어진 생산량이라는 게 다는 뜻이다. 이걸 초과하면 문제가 생기기 시작한다(유명해지니 맛이 변했다는 손님들의 지적은 대체로 사실일 가능성이 높다). 홀 서비스의 질도 떨어진다. 주어진 노동량을 초과하는데 서버들 표정이 밝을 리 없다. 단순히 귀찮고 힘든 수준을 넘어섰기 때문이다. 저녁시간이 되면 온몸이 아프다. 서버가 나이 지긋한 여사님인데 표정이 안 좋다? 지금 높은 확률로 아프고 결린 걸 참고 일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 과부하는 직원 간 다툼으로 이어진다. 마감시간이 끝나고 매장 불이 꺼지면 온갖 얘기들이 오간다. 왜 이렇게 일하냐 저렇게 일하냐 치고 박는다. 이는 자연스럽게 사장의 리더십 추락으로 비화된다. 직원의 시각에선 손님 하나라도 더 받겠다는 사장의 의욕이 탐욕처럼 비칠 수 있다. 결국 못 참고 관두겠다는 사람이 속출한다. 이미 그 자체로 가게가 제대로 돌아가지 않는다는 뜻이다. 나 역시 이런 시기를 겪어 봤다. 차라리 일이 힘든 게 낫지 다툼이 생기면 사는 게 사는 게 아니다. 퇴근도 안 했는데 다음 날 출근할 생각을 하면 몸서리가 쳐진다.


물론 한 명이라도 더 받겠다는 사장님의 간절함은 이해한다. 실패를 겪어본 사람이라면 가게가 망했을 때의 상처를 절대 잊지 못한다. 그 두려움은 겪어본 사람만이 안다. 한 달만 장사가 안 돼도 속이 바짝바짝 타는 게 자영업자의 삶이다.       


하지만 절실함이 위와 같은 방향으로 흐른다면, 이는 현명한 방법은 아니다. 백 명이 한 번 먹고 가는 식당의 생명력은 결코 길지 않다. 입소문도 유행도 결국은 한때다. 문을 닫지 않으려면 한 명이 백 번 들르는 가게가 돼야 한다. 그 첫걸음은 가게의 환경을 한결같이 유지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최대한 일정한 리듬으로 손님을 받을 수 있는 영업방침과 매뉴얼을 갖춰야 한다. 당장 빈자리에 손님을 앉히겠다는 생각 대신 홀 서빙의 수용력과 생산성을 근본적으로 늘리는 고민이 필요하다. 


만약 당장 그럴 준비가 돼 있지 않다면, 때로 몰린 주문을 과감히 쳐낼 줄도 알아야 한다. 이게 무슨 배부른 소리냐고? 사장의 욕심은 때로 모두를 불행하게 한다. 손님은 불편하고, 서버와 요리사는 고통스럽고, 가게는 불결해진다. 이는 가게의 생명력을 까먹는 일 밖에는 안 된다. 


누군가는 반문할 것이다. 너 같으면 오겠다는 손님을 매번 거부할 수 있냐고. 당연히 그렇게는 못 한다. 웨이팅 시스템 구축은 이런 의미에서 필수다. 비용을 들여서 웨이팅 서비스 업체와 계약을 맺으라는 아니다. 서빙 동선이나 주방의 조리 공정, 고객 대기 공간 확보, 안내 대응을 상정한 시뮬레이션을 짜 보고 개선하는 것만으로도 큰 도움이 된다. 처음에는 이 변화조차 버거울 것이다. 한 번에 모든 걸 잘할 수는 없으니까. 하지만 더 효율적이고 나은 방향으로 나아가고자 한다면 결국 답은 나온다. 노하우란 지금보다 더 나아지고자 하는 이들에게만 쌓이는 지혜다. 같은 실패를 반복하기 싫은 그 마음이 가게를 더 나은 방향으로 이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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