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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APLS 이혜령 Oct 24. 2016

불편한 질문들

당연한 것과 그렇지 않은 것

누군가 물었다. 나보다는 한참 어린, 흔히 세월호 세대라고 말하는 그 또래의 아이였다. '2년 넘게 왜 아직도 세월호를 말하고 있고 많은 사람들이 왜 세월호만 말하고 기억해야 하느냐'라고 물었고 '왜 여전히 남의 탓만 하고 있느냐'라고도 했다.


답변을 하긴 했지만 나는 적지 않게 당황했다. 내겐 너무나도 당연한 이야기였기에... 이후 한참을 생각을 했다. 입버릇처럼 당연한 것은 없다고 이야기해오던 나였지만 나 역시 '당연한 것'과 '그렇지 않은 것'이라는 이분법적인 사고로 세상을 나누고 있었다.


세월호 세대라고 부르는 그 세대 혹은 그 아래 세대들이 물었을 때 우리는 얼마나 제대로 대답할 수 있을까? 나와 생각이 비슷한 사람들하고만 그럴싸한 이야기만 할 줄 알았지, 나와 다른 생각을 가진 사람들을 이해하고 공감하거나 설득하려 하지 않았다. 그게 아니라고 비판만 하고 틀려먹었다고 혀만 찰 줄 알았다. 나와 비슷한 생각을 하는 그들에게는 '기특한 아이', 그렇지 못한 이들에게는 '공감할 줄 모르고 자기밖에 모르는 요즘 아이'라고 말하고 있었다.


내게 세월호를 기억해야 되는 이유를 물어본 아이는 공감할 줄 모르고 자기밖에 모르는 이기적인 아이였을까? 내가 느낀 바로는 아니었다. 누구보다 호기심 많았고, 무엇이든 배우려 했고 질문이 많았다.


나와 다른 생각을 하는 사람들과 이야기를 하는 것은 불편하고 답답한 일이다. 내 생각이 틀릴 수도 있다고 인정하는 것은 말처럼 쉬운 일은 아니다. 나와 다른 생각을 가졌다고 해서 다른 생각을 이야기한다고 해서 귀를 닫고 들으려고 하지 않는다면, 내가 나쁘다고 틀리다고 생각하는 사람들과 무엇이 다를까 생각을 해봤다. 나 역시 그들과 다르지 않았다.


아무런 고민 없이 남의 생각을 사람들이 듣기 좋게, 그럴싸하게 다시 내입을 통해 내뱉는 것이 아니었나 물었다. 내가 알고 있거나 믿고 싶어 한 것들에 대해 질문해보았는지도 생각해봤다. 그 아이의 질문은 불편했지만, 생각해보면 누군가는 물었어야 했던 질문들이었는지도 모른다. 그동안 우리는 당연하다는 이유로 불편한 질문들을 모른 체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그 아이처럼 불편하지만 우리는 우리 스스로 그리고 우리 사회에 계속해서 질문을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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