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3시 | 2016년 마지막 수업
올해 마지막 수업.
"없어요"
자꾸만 아이의 한 마디가 맴돈다.
수업을 아주 진지하게 경청하던 아이였다. 장난처럼 던진 말이 아니었다.
한국에 대한 희망도, 믿음도 잃어버린 아이.
2016년 대한민국
그 사람들은... 아니, 우리는 지금 무엇을 잃어버리고 있는지 모르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혼자 시를 읽으며 토닥토닥....
잃어버렸습니다.
무엇을 어디다 잃어버렸는지 몰라
두손이 주머니를 더듬어
길에 나아갑니다.
돌과 돌이 끝없이 연달아
길은 돌담을 끼고 갑니다.
담은 쇠문을 굳게 닫아
길 위엔 그림자를 드리우고
길은 아침에서 저녁으로
저녁에서 아침으로 통했습니다.
돌담을 더듬어 눈물 짓다
쳐다보면 하늘은 부끄럽게 푸릅니다.
풀 한포기 없는 이 길을 걷는 것은
담 저쪽에 내가 남아있는 까닭이고
내가 사는 것은 다만
잃은 것을 찾는 까닭입니다.
- 윤동주 <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