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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APLS 이혜령 Feb 21. 2017

언어를 지키기 위해 독립을 이룬 나라

방글라데시 | 2월 21일, 국제 모국어의 날

매해 2월 21일은 유네스코가 정한 '국제 모국어의 날'(Internatianal Mother Language Day)이다. 이날이 국제 모국어의 날로 지정된 데에는 방글라데시 독립 역사와 관련이 있다. 1947년,  영국에서 해방 이후 방글라데시는 종교적인 이유로 파키스탄과 묶여 동파키스탄으로 독립하게 된다. 파키스탄은 통치를 쉽게 하기 위해 자신들의 언어인 우르두어를 공용어로 채택하고 벵골어를 말살하려는 시도를 벌였다. 학교 교육과정이나 관공서뿐 아니라 문학에서도 벵골어를 못 쓰도록 하고 일상에서 벵골어를 빼앗으려 한 것이었다.


1952년 2월 21일,  학생들과 많은 시민들이 거리로 나와 벵골어 말살정책에 대해 파키스탄 정부에 거세게 항의했다. 하지만 파키스탄 정부는 무력으로 사람들을 진압하면서 많은 사람이 다치고 학생을 포함한 4명이 목숨을 잃었다. 이 사건은 독립운동의 도화선이 되었다. 사람들의 시위가 지속되자, 1956년, 파키스탄 정부는 벵골어도 공용어로 인정한다는 발표를 한다.


벵골어 말살정책에 대항하여 시작한 시위는 동 파키스탄에 대한 차별 정책에 항의하는 시위에서 벵골지역 분리 독립을 요구하는 시위로 이어진다. 결국 방글라데시는 1971년 3월 26일, 방글라데시라는 국호로 독립을 선언하면서 독립전쟁을 시작해 같은 12월 16일 독립전쟁에 승리하면서 파스키탄으로부터 독립을 하게 됐다.    


방글라데시는 독립 이후, 독립운동의 시발점인 된 2월 21일을 언어 수호의 날(‘샤히드 디보쉬, Shahid Dibosh)'로 정해 기념하고 있다. 이날 사람들은 이른 아침부터 언어 수호의 날을 기념하는 행진과 행사에 참여하며, 학교나 광장에는 언어 수호 운동에 관련된 웅변과 연극 등 공연이 온종일 이어지기도 한다.      


사람들은 가까운 샤히드 미날(Shaheed Minar)을 찾아 꽃을 받치며 희생된 이들을 추모하는데, 특히 다카대학교 캠퍼스의 샤히드 미날에는 대통령이나 총리, 많은 정치인뿐 아니라, 전국에서 올라온 사람들로 온종일 인산인해를 이룬 채 열기가 가득한 모습을 볼 수 있다.


*샤히드 미날(Shaheed Minar)은 파키스탄의 벵골어 말살 정책에 대항해 싸우다가 모국어를 지키기 위해 희생된 이들을 기리고자 지은 추모비로 대학 캠퍼스와 마을의 입구에 위치하고 있다.        


샤히드 미날(Shaheed Minar)ⓒ The Daily Star


방글라데시는 벵골어를 뜻하는 ‘방글라’와 나라를 뜻하는 ‘데시’가 합쳐서 '벵골어를 사용하는 나라'라는 뜻으로, 이름에 나타나 있듯이 방글라데시에서 '언어'의 의미는 아주 특별하다. 언어를 지키기 위한 운동이 독립운동으로 이어지고, 독립을 이뤄내 만든 나라. 방글라데시 사람들에게는 언어가 단순히 언어 자체가 아니라 그 이상임을 알 수가 있다. 실제로 방글라데시 사람들은 2월 21일을 가장 의미 있는 날로 꼽는다.      


지구 상에는 많게는 7000여 개의 언어가 존재하지만 문자가 없는 언어가 절반가량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자신의 언어로 말할 수 있고, 다른 나라의 문자를 빌리지 않고 그 나라의 언어를 자신의 문자로 적을 수 있다는 것은 축복임이 분명하다. 이런 모국어의 중요함과 소중함을 알고 그날을 가장 의미 있게 기리는 방글라데시처럼 우리도 세계 모국어의 날을 맞아 한글의 힘과 의미를 돌아보는 날이 되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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