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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우리의3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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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APLS 이혜령 Nov 22. 2017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우리의 3시 | 무기력 


갑자기 알 수 없는 기분이 몰려와 가슴이 답답해져 버렸다. 

'갑자기'라는 표현이 맞는지는 모르겠다.

분노, 우울 그리고 무기력... 요즘은 커다란 벽 앞에 서 있는 느낌이다. 

넘을 수도 없고, 깨부수고 싶어도 내 머리만 깨지고 있는 느낌이다. 


어제 통화한 낯선 남자의 말이 자꾸만 맴돈다.

'아시잖아요. 어쩔 수 없어요. 제가 할 수 있는 건 없었어요.

알면서도 당할 수밖에 없었어요." 


사실 내가 물어볼 게 있어서 전화를 한 거였는데, 어느새 내가 상담원이 되어 있었다. 


전화한 용건을 말하자마자, '이미 다 아시겠지만, 제 상황에서 말해드릴 게 없어요.'

'정말로 난 아무것도 아는 게 없습니다. 무슨 말을 하시는지 모르겠습니다.'


언젠가 이런 전화를 받을 줄 알았다는 말과 함께 알 수 없는 말을 쏟아붓었다. 

그 사람의 답답함들의 수화기 타고 내게 넘어왔지만, 내가 해줄 수 있는 말은 아무것도 없었다.

사실 처음은 이 남자가 이상한 사람은 아닌가 빨리 끊어야겠다는 생각밖에 없었다. 남자가 처한 상황은 이해는 갔으나, 그 흔한 공감의 표현조차도 할 수 없었다.


내가 무얼 해줄 수 있단 말인가.... 


두렵다.

내가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것이...

이렇게 무기력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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