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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APLS 이혜령 Mar 07. 2018

용서하되 잊지 말아야 할 것.

제주 4.3

70년 전 찬란한 봄날 제주는 이데올로기에 의해 수만 명의 도민들이 목숨을 잃었다. 아니, 학살 당했다. 많은 사람들이 제주의 아름다움에 대해 찬양하지만, 아름다움만을 말하기엔 제주는 너무나 큰 슬픔과 증오, 한이 서려 있는 땅이다. 여전히 제주4.3을 어떻게 부를지를 두고 날카로운 말이 오가며 사람들의 상처를 후벼파고 있다. 올해로 70주년을 맞았지만, 제주 4.3은 여전히 수 많은 갈등 속에 진행형이다.


제주 4.3은 분단과 민족전쟁을 겪어낸 한반도의 축소판이자 미래이다. 제주 4.3에 대해 제대로 이해하고 4.3에 대한 갈등을 해결해나가는 노력이 결국 한반도의 갈등 해빙의 시발점이 될 것이라고 믿는다. 이것이 내가 제주 4.3을 배우고 제주 4.3에 대한 역사적 평가가 바로 세워져야 한다고 믿는 이유이기도 하다.


2007년 나는 4.3 유해발굴에 참여하고 있었다. 제주에 나고 자랐지만, 유해발굴을 하는 동안에도 나는 4.3에 대해 제대로 알지 못 했다. 그래도 어느 정도는 안다고 생각했지만, 착각이었다.


우연히 2007년, 4.3 기행을 다녀오고 4.3에 대해 썼던 글을 다시 보게 됐다. 그 당시 내가 느꼈던 충격과 슬픔, 분노가 그대로 담겨져 있었다. 제주 4.3에 대한 이해를 도와줄 더 좋은 글은 많겠지만, 내가 당시 느꼈던 감정을 전하기 위해 그 글을 그대로 옮겨왔다.



2007년 4월.


용서하고 잊어야 할 것이 있는가 하면 용서는 하되 잊지 말아야 할 것이 있다고 했다.
역사는 그중 후자가 아닐까 싶다.
 
우리에게는 용서할 권리는 없지만
우리네 할머니 할아버지들의 너무도 끔찍했던 이 이야기를 잊지 말아야 할 의무가 있다.
 
상상도 할 수 없는 그 얘기를 들으며, 너무도 가슴 아파하지만 우린 너무도 쉽게 용서를 한다.
마치 우리가 선심쓰는냥...
그리고 잊는다.
쉽게 분노하고 쉽게 잊는다.
우린 스스로를 그렇게 가볍게 만들어버렸다.
 
너무도 오랫동안 불효를 저질러왔다.
이제 우리의 가슴 아픈 역사도 감싸 안을 수 있을 만큼 성숙해 있지 않은가....
더 늦기 전에... 그리고 다 잊어버리기 전에...
 

먼낭 (2007, 4,8)

먼낭
 학살 후 중산간에서 이 나무를 해와서 (구)서귀로시청앞에 토벌대가 학살을 기념하고자 심은 나무란다.
어떤 사람들은 소개령에 따라 중산간 마을 고향을 떠나 해변 마을로 내려온 나무라고도 한단다....
수많은 죄 없는 양민들을 죽인 학살을 기념하다니...
인간의 잔인함은 끝이 없나 보다...
나무야 자기가 원해(?) 뿌리를 내린 것은 아니겠지만 반드시 척결되어야 할 4.3의 잔재가 아닐까 싶다.
 

정방폭포 (2015년 4.3 해원상생굿, 사진 | 신상미)

정방폭포
학살터...
제주도의 유명하다는 관광지가 모두 학살터였다고 한다.
정방폭포는 시원하게 바다로 바로 떨어지는 폭포로 내가 좋아하는 장소 중 하나이다. 하지만 이곳은 4.3사건 당시 토벌대가 살인 훈련을 했던 대표적인 학살터였다고 한다. 사람들을 줄줄이 묶어놓고 맨 앞사람에게만 총을 쏘거나 죽창으로 찔러 바다로 밀어버렸고 한 줄로 묶여있던 사람들도 줄줄이 바다로....
바다로 바로 떨어져 버려 시신조차 찾을 수 없었다.
말 그대로 수백 명을 삼켜버린 바다는 너무도 맑고 아름다웠다...
사무치게 아름다웠다.
아름답게만 볼 수 없는 것도 우리가 지고 가야 할 짐이겠지...
저 나무는 알 테지..
저곳에서 모든 걸 지켜보고 있었을 테니...
그 피비린내 나는 비운의 역사를..
 
“제주도의 아름다운 신혼 여행지는 모두 우리가 묵념해야 할 학살의 장소이다. 그곳에 핀 노란 유채꽃들은 여전히 아름답다. 그러나 그것은 모두 칼날을 물고 있다. - 허영선”
 
 
헛묘
헛묘.. 시신도 찾지 못하여 시신이 없는 묘.
억울하게 희생당한 조상의 시신조차 찾지 못하여
시신 대신 생전에 쓰던 옷이나 유품을 묻거나 혹은 굿을 통해 넋이라도 불러와 헛묘를 만들었다.

방사탑...
빌레못굴 해원상생굿을 준비하며 우리가 재현한 방사탑이다. 방사탑은 옛날 제주도에서 마을의 액운을 막으려고 세운 돌탑을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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