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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APLS 이혜령 Jun 02. 2018

함께 끝내야 하는 일

제주 4.3 그리고 시리아의 비극

제주 4.3을 비슷한 시기 같은 아픔을 겪어야 했던 대만과 오키나와와 같은 아시아지역의 역사와 연계하여 세계사적 관점으로 보려는 노력은 지속적으로 있어 왔다. 하지만 그것으로 충분한 것일까? 오래전 선배들이 우리가 공감하고 아픔을 보듬는 세계를 제주에서 아시아로 확대했지만, 우리는 그 세계를 더 넓히지는 못한 것 같다.


‘21세기 최악의 유혈사태’라고 불리는 시리아의 사태가 수년째 이어지고 있다. 시리아 사태를 보면 70년 전 제주에서 벌어진 4.3의 아픔이 끝나지 않고 저곳에서 다시 반복되는 것 같다. ‘비슷한 역사 속 아픔을 겪은 세계의 이웃을 보듬고 치유해나가야 한다면’, ‘제주 4.3과 같은 아픔이 되풀이되지 말아야 한다고 생각한다면’, 시리아를 위해 우리는 왜 행동하지 못할까?


‘난민’이라는 주제와 ‘제주 4.3’을 연결한 예술포럼 <세계 난민을 4.3의 눈으로>(4월 20일, 예술공간 이아)의 헬프 시리아 Help Syria의 압둘 와합 사무국장이 초청되었다는 소식을 듣고 강연을 찾았다.


사람들의 삶의 터전이었던 곳이 총격이 빗발치는 전쟁터가 되어버린지 올해로 8년째다. 시대와 장소만 다를 뿐 시리아의 비극과 제주 4.3는 다르지 않았다.


제주 4.3은 '1947년 3월 1일부터 1954년 9월 21일까지 제주도에서 발생한 남로당 무장대와 토벌대 간의 무력충돌과 토벌대의 진압과정에서 다수의 주민들이 희생당한 사건'이다. (한국민족문화 대백과사전) 나는 4.3을 설명할 때 제주 4.3이 제주만의 역사나 비극이 아니라는 것을 강조하기 위해 김석범 선생님의 <화산도>에 나온 표현을 빌려 설명하곤 한다. 제주 4.3은 “반공을 내세운 이승만 정부의 정통을 인정받기 위해” 제주를 말살시키려 한 것이고, 빨갱이 섬 소탕이란 명목으로 계속된 탄압의 “태평양(미군정)과 제주 밖에서 온 내외 침공자(서북, 군경)에 맞선 민중항쟁”이라고 말이다.


한국 현대사에서 한국전쟁 다음으로 인명 피해가 극심했던 사건이지만, 오랜 세월 침묵되어왔고 70년이 지난 현재까지도 제대로 된 진상규명이 이루어지지 않았다. 4.3의 완전 해결을 위해서는 제주만의 노력이 아니라 대한민국 전체의 노력과 관심이 필요하다.


시리아 내전은 위키백과에 따르면, '시리아에서 2011년 4월부터 바샤르 알아사드 정부를 축출하려는 반군과 정부군 사이에 현재 진행 중인 내전으로, 이 내전은 중동에서 일어난 아랍의 봄의 연장선에 있다'라고 정리하고 있다. 독재자의 탄압에서 시작했지만, 수니파로 이루어진 반군을 수니파 국가인 사우디아라비아, 카타르 등이 지원하고, 아사드 대통령을 이라크와 이란 등 시아파 국가들이 지원하기 시작했다. 이후 러시아, 터키, 미국까지 개입하면서 더 이상 내전이라고 할 수 없는 매우 복잡한 국제전 양상을 띠고 있다.


“의사 선생님, 이번에는 당신 차례입니다.”

시리아 사태는 튀니지에서 시작된 아랍의 봄 이후 소년들이 남긴 낙서(낙서의 의사 선생님은 알 아사드 대통령을 말한다.)로 시작되었다. 담벼락의 낙서로 체포된 소년들을 풀어달라는 시위를 바샤르 알 아사드 대통령은 탱크와 폭탄 등을 사용하여 무력으로 진압을 해버렸다.


이 과정에서 시리아 정부는 “'테러리스트'로 간주하고 더 많이 죽이라고("more killing")” 지시했다고 한다. 제주 4.3 당시 “가솔린을 섬 전체 여기저기에 뿌리고 불을 질러 30만 도민이 전멸해도, 대한민국의 존립에는 영향이 없다”라고 했던 대한민국 정부와 군부의 발언이 생각나는 지점이다.


친일파 경찰·관리의 민간인 발포에 도민들이 총파업으로 맞서고, 이후 강경 진압과 무장봉기, 초토화 작전이라는 이름으로 자행된 학살, 대규모 난민사태로 이어지는 제주 4.3과 비슷한 면이 엿보인다.


"자유를 향한 혁명으로 시리아에서 시작되었지만 시리아에서 불안한 정세를 틈타 들어온 많은 외부세력이 들어와 무고한 사람들을 학살하고 있는 이 사태를 더 이상 '시리아 내전'이라고 말할 수 없습니다. 7년 넘게 진행되고 있고, 지금도 언제 끝날지 모르는 시리아 상황에 대해서 끝까지 관심 가져주시기 바랍니다."
- 압둘 와합, 헬프시리아 사무국장     


‘시리아 내전’이나 ‘시리아 전쟁’이라는 표현 대신 어떻게 불러야 하나요?

제주 4.3은 정명 문제가 여전히 숙제로 남아 있다. 제주 4.3 뒤로 '사건'이나 ‘사태’, 혹은 '항쟁', '폭동' 등 다양한 의미의 단어들이 따라온다. 정명은 곧 사건의 성격을 규정하는 일일 수 있기에 아직까지도 뜨거운 논쟁이 오가고 있는 것이다.


현재 진행 중인 시리아 사태 또한 ‘시리아 내전(전쟁)’ 혹은 ‘시리아 위기’ 등 다양한 이름으로 불리고 있다. 어떻게 불리느냐에 따라 사건이 성격을 규정하고 그에 따라 대책이 마련될 수도 있다. 이쯤에서 우리는 시리아 사태를 어떻게 불러야 하는지에 대해서도 깊게 생각해봐야 한다.


"눈물만으로는 부족하다. 관심은 행동과 함께 와야 한다. 커다란 것이 아닌 작은 것부터 행동해야 한다.”


현재 시리아의 상황을 어떻게 불러야 하는지 직접 압둘 와합 씨에게 물었다. 현재 진행 중인 시리아의 상황을 어떠한 단어로 규정하기는 어렵다면서도 시리아 사람들은 시리아 내전이나 전쟁이라는 말 대신 ‘시리아 위기’ 혹은 ‘시리아 사태’로 불러달라고 했다. 내전으로 불리는 것은 시리아의 문제를 시리아만의 문제로 축소하는 것과 같다고 했다. 제주 4.3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옛날부터 중앙으로부터 핍박받고 학대받아도 제주의 역사와 냉전구도 재편성되었던 당시 국제 정세, 청산되지 않은 친일 문제 등 여러 가지를 고려해야 한다. 제주 4.3의 원인을 제주에서만 찾아선 안 되는 것처럼 시리아 사태 또한 같지 않을까? 시리아의 상황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종교, 종파, 민족, 국제사회의 이해관계 등 여러 가지를 고려해야 한다.


뿐만 아니라 그들만의 싸움이라고 정의 내려 버리는 것은 안타까워는 하지만 행동하지 않는 세계인들의 면피용을 위한 표현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 일들을 전시에 행한 뒤 포상을 받은 사람들이 있었고, 그들 중 일부가 그 기억을 지니고 우리들을 죽이러 온 겁니다. 제주도에서, 관동과 난징에서, 보스니아에서, 모든 신대륙에서 그렇게 했던 것처럼, 유전자에 새겨진 동일한 잔인성으로.” - 한강의 <소년이 온다> 중


제주 4.3을 겪은 제주가 제주뿐 아니라 세계의 오늘날의 아픔 역시 보아야 한다. 그들의 아픔이 우리 문제가 아니라고 해서 외면해선 안 된다. 잘못된 것을 바로 잡지 않는다면, 잘못된 역사를 반복되니까. 4.3을 알리려 노력만큼이나 지구촌의 아픔에 공감하고 현재 진행 중인 지구촌의 비극을 끝낼 수 있도록 함께 힘을 모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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