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할까, 먹을까
책을 덮고 TV를 켜자, 구제역 확진 소식이 전하는 뉴스가 나오고 있었다.
농장은 구제역과 AI, 도시는 홍역과 인플루엔자... 미세먼지가 잠잠하니 도시와 농촌으로 전염병 소식이다. 마치 일기예보처럼 어느 순간부터 매일 뉴스에 등장할 만큼 익숙한 존재가 되어 버렸다.
전혀 상관없어 보이는 이것들이 내 밥상과 아주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다고 한다. 사실 알고 있었다. 아마 이미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지만 외면하고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불편하다.
나의 불편함을 자꾸만 자극하는 불편한 진실을 다룬 책이지만 많은 사람이 읽었으면 하는 책이기도 하다. 불편함이 나쁜 것만 아니라는 것을, 나의 삶이 생각보다 아주 많은 것들과 연관된 문제라는 것을 말해주는 책.
“딜레마라는 건, 익숙했던 관성에 물음표를 던지고 잠깐 멈추는 순간이다. ”어떻게 하지? 이쪽으로 가야 하나, 저쪽으로 가야 하나? “ 고민하는 순간, 우리는 생각하게 된다. 익숙했던 것들을 낯설게 보게 된다. 잘 보이지 않던 자신의 욕망이 드러나기도 한다. 누군가는 다시 관성으로 돌아갈 것이고, 누군가는 새로운 길로 갈 것이고, 누군가는 중간 어디쯤에서 결정을 내릴 것이다.” (p.247)
“공장식 축산은 소비자들이 불편하게 여기는 사육과 도살을 ‘대행’해주는 시스템이다. 공장식 축산은 소비자들이 불편한 감정을 경험할 기회를 차단한다. 축산기업은 구매자가 조금이라도 불편할까 봐 동물의 사체에 웃는 소, 행복한 닭의 이미지를 붙여 전시한다. 불편함은 휘발된다. 소비자는 불편함으로부터 ‘보호’된다. 편한 소비가 가능해진다. 보이지 않기에, 내 손으로 죽이지 않았기에, 마음 편하게 육식을 즐길 수 있게 된다. 고기를 더 싸게, 더 많이 소비하는 것이 미덕이 되는 사회에서 육식에 불편함을 느끼는 사람은 도리어 불편한 존재가 된다.” (p.28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