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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APLS 이혜령 Jan 17. 2019

‘전쟁영웅’ 혹은 ‘창녀’라고 불린 사람들

<작전명 서치라이트 : 비랑가나를 찾아서> 읽기 (1)

며칠 전 몸이 심하게 아팠다. 극심한 몸살과 두통에 약을 먹고 자고 약을 먹고 자고를 반복했다. 이유는 모르겠다. 깨어있는 시간이 너무 고통스러워 약을 먹고 서른 시간을 넘게 잠만 잤다.


지난주부터 쥐고 있던 책을 방금 내려놨다. ‘전쟁영웅’에서 ‘창녀’라고 불린 방글라데시 ‘비랑가나’의 이야기를 담은 책이다. 이제야 며칠 전 이유도 없이 아팠는지 알 것도 같다.


'내가 그 시절에 태어났다면, 나는 그 잔인한 운명을 피할 수 있었을까?'

4.3과 5.18에 대한 책을 읽으면서 했던 상상을 다시금 떠올려봤다.


책을 읽는 내내 2016년 방글라데시에서 일어났던 테러 이후, 지인이 ‘우리 중 누구의 일이 될 수도 있었다’는 말이 자꾸만 생각났다. 당시 나는 그곳에 없었음에도 불구하고 트라우마와 같은 상처로 남아있다. 여전히 내 친구들과 지인들이 그곳에서 살아가고 있기에 섣불리 꺼낼 수 없던 두려움이었지만, 그날 이후와 이전은 확실히 구분되었다.


직접 겪지도 않은 단 하루의 사건으로도 이러한 고통과 두려움을 남기는데... 9개월의 독립전쟁 기간뿐 아니라 이후에도 전쟁과 같은 삶을 살아야 했던 주인공의 삶이 어땠는지, 삶 속의 고통이 얼마나 깊었는지 감히 상상조차 할 수 없다.

이 책은 소설의 형식을 취하지만, 소설보다는 보고서에 가깝다. ‘독립’, ‘인민을 위해 새로운 국가 건설’, ‘명예’, '혁명'이라는 대의명분을 위해 쓰러져간 이름 없는 수십만, 수백만 명의 증언의 기록이다. 그중 그 누구의 선택이나 호불호와 상관없이 전쟁이 났다.


책은 쉽게 다음 장으로 넘어가지 않았다. 나에게는 제2의 고향 같은 방글라데시이지만, 방글라데시의 이러한 모습은 여전히 낯설고 어렵다. 방글라데시를 잘 알지 못하는 대다수 사람에게는 더욱더 그럴 수도 있을 것 같다. 하지만 책을 읽는 누구라도 위안부 할머니를 비롯한 4.3, 6.25, 5.18 등 새로운 국가건설과 경제성장이라는 대의명분 아래 희생되었던 누군가의 어머니, 누이를 떠올리게 될 것 같다.

“이것은 나에게도 똑같이 일어날 수 있는 일이었죠. 내 언니나 엄마에게 일어날 수도 있었고요. 우리는 다만 그 운명을 피한 거죠.”  (p.2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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