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증인>의 따뜻한 시선
“당신은 좋은 사람입니까?”라는 ‘순호’를 향한 ‘지우’의 질문에 자신을 되돌아보지 않은 사람이 있었을까? 지우의 질문은 아주 짧고 단순한 문장이었지만, 핵심을 찌른 듯 가슴을 뜨끔하게 했다. 순호에게 하는 질문이었지만, 그 질문은 듣는 모든 이에게 향하기도 했다.
“목격자가 있어. 자폐아야”
신념은 잠시 접어두고 현실을 위해 속물이 되기로 마음먹은 민변 출신의 대형 로펌 변호사 ‘순호’(정우성)는 살인 용의자의 무죄를 입증하기 위해 유일한 목격자인 자폐 소녀 ‘지우’(김향기)를 증인으로 세우려 한다. 하지만 자기만의 세계에 빠져 있는 ‘지우’와 소통하는 것이 쉽지만은 않다.
"자폐인들은 저마다의 세계가 있어요 나가기 힘든 사람과 소통하고 싶으면 당신이 거기로 들어가면 되잖아요" -희중
사실 소통이 어려웠던 것은 지우 때문이 아니라, 처음부터 자기가 믿고 싶은 대로 듣고 믿으려 한 순호 때문일지도 모른다. 지우는 소통이 서툴렀지만, 이미 사건의 증인이 되려고 용기를 내고 있었음에도 말이다.
"엄마, 나는 변호사는 할 수 없을 거야. 자폐니까. 하지만 증인은 할 수 있어. 증인이 되어서 사람들을 도와주고 싶어." - 지우
자폐의 사전적 의미를 찾아보았다. ‘심리적으로 자기 세계에 고립되어 외부와의 관계를 단절하는 정신 현상’ 혹은 ‘제 스스로 그만둠’이라는 뜻이라고 한다. 정말 그들은 세상과의 소통을 단절해버린 걸까? 일전에 읽은 자폐에 대한 글에서는 자폐인은 스스로 마음을 닫거나 세상과의 어울림을 거부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만의 방법으로 함께 세상을 살고 있는 것이라고 했다. 우리는 다름을 바라보지 못하고 ‘그들은 갇혀 있어’라고 닫힌 시선으로 그들을 바라보며 그들과의 소통을 단절해버린 것은 우리 혹은 내가 아닐까?
자폐인들은 두 개의 세상 속에서 산다고 한다. 하나는 우리가 사는 실제 세상이고, 또 다른 하나는 마음속에 있다고 한다. 그곳에서는 세상이 정해놓은 작은 틀에 자신을 맞추려 하지 않고 마음껏 생각한다고 한다. 영화에서 나온 지우의 엄청난 청각 능력과 같은 특별한 감각과 예민함은 그들이 고쳐야 할 증상이 아니라 우리가 인정해야 하는 그들의 능력일지도 모른다. 그들의 다른 능력을 우리는 모자람으로 잘못 이해하고 있는 것이다. 또한, 장애는 질병처럼 노력이나 기술로 고치거나 바꿀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결국 장애를 바꾸려고 할 것이 아니라, 그 장애를 가진 사회의 구성원이 더불어 살아갈 수 있게 이 세상을 바꿔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