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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APLS 이혜령 Sep 26. 2019

배려는 인권의 언어가 아닐지도 모른다

책 <사양합니다, 동네 바보 형이라는 말> 

나는 바란다. 대한민국의 많은 어린왕자들이 무사히 지구에 안착할 수 있기를. 지구 적응에 실패해 ‘나 홀로 행성’ 안에 갇혀 버리거나 우주로 떠나 버리는 선택을 하지 않게 되기를. 그렇게 되도록 지구인들이 조금만 더 호의적인 시선으로 그들을 지켜봐 주기를. 나는 간절히 바란다. (p.13, 「사양합니다, 동네 바보 형이라는 말」) 



길을 걷다가 인도 끝에서 휠체어를 이리로 저리로 돌리며 애쓰고 있는 휠체어에 탄 아주머니가 보였다. 인도와 도로 휠체어 경사면에 차량이 주차되어 있었기 때문에 자칫하면 휠체어가 경사면에서 미끄러져 차량과 충돌할 것 같았다. 바로 달려가 휠체어를 잡아 인도를 내려오는 걸 도와 드렸다.


괜찮은 사람이 된 것 같은 착각에 우쭐해질 찰나 아차 싶었다. 정말 그분이 도움이 필요한 게 맞았나? 그분에게 도움이 필요한 지 물었나? 싶었던 것이다. 배려나 선의라는 이름으로 나 역시 ‘장애인’을 독립된 인격체로 존중하기보다는 부족하고 늘 도움이 필요한 존재로 여기고 있던 것은 아니었나 하는 생각들이 스쳐갔다.


차별이라는 게 꼭 혐오발언을 하거나 특별한 행동만으로 발생하는 게 아니다. 상대가 필요하지도 않은 무례한 배려 역시 선의와 관계없이 차별이 될 수도 있다는 걸 깨닫은 건 이미 무례할 수도 있었던 배려를 저지르고 난 뒤였다.


이 책의 추천사를 써준 은유 작가의 말처럼 '사람을 대하는 법'에 관한 공부가 절실함을 느끼는 요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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