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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우리의3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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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APLS 이혜령 Jan 30. 2016

4월, 끝나지 않은 세월

우리의 3시_세월호와 제주의 4월

우리의 3시는? 

2013년 DAPLS를 시작하면서 <우리의 3시>라는 이름으로 우리의 일상 속에서 생각하고 느끼고 있는 것을 사진과 함께 짧은 글로 적기 시작했다. 단순히 프로젝트의 기록일지로서가 아니라, 프로젝트가 일궈져 가는 일상의 순간순간을 기록하고 많은 사람들과 그 시간을 함께 공유하고 싶었다. DAPLS가 진행하는 프로젝트를 공유하기도 했지만 힘든 시간 힘을 내자고 나 스스로 다독이는 혼잣말을 남겨놓은 넋두리 공간이기도 했다. 


2013년 2년간의 방글라데시 생활을 마치고 한국으로 돌아왔다.

많은 추억들과 다시 돌아오겠다는 약속과 함께...


그리고 1년 후, 다시 방글라데시로 날아갔다. 물론 현실적인 고민들 때문에 많은 고민과 망설임이 있었지만, 복잡한 생각은 잠시 미뤄 두기로 했다. 꿈만 같았던 재회. 2주간의 시간을 너무도 빠르게 지나갔고, 우리는 짧은 여행을 마치고 한국으로 돌아왔다. 항공비를 아끼겠다고 비행기에서 이틀 밤을 보내니, 14일 밤 방글라데시를 떠난 우리는 16일 아침이 되어서야 인천으로 돌아왔다.


출국장을 나오자 공항 로비 텔레비전 속 브라운관에는 속보가 떠있었다.

'여객선 침몰', '전원 구조'


바로 그날이었다.

2014년 4월 16일




세월호 침몰 D+3일 2014년 04월 19일.  

4월 16일, 일정을 마치고 인천 공항에 도착한 우리를 기다리고 있던 것은 세월호 침몰 사고 소식이었다. 안타깝게 세월호 직원 1명의 인명 피해가 있었다. 하지만 제주로 수행여행을 오고 있던 학생들은 전원 모두 무사히 탈출을 했다고 전하고 있었다. 천만다행이라며 리무진 버스를 타고 집으로 돌아올 때까지도 뉴스에서 지켜보았지만, 다행히도 더 이상의 인명 피해 소식은 없었다. 그리고 밥 먹는 시간을 제외하고 이틀을 내리 잤다. 중간중간 SNS를 통해 완전히 뒤집어져버린 사고소식을 들었지만, 꿈인가 했다. 아니 꿈이었으면 했다.


사고 발생한 지 50시간이 넘었다. 구조된 인원은 오히려 수가 줄었고 추가 구조자 소식은 들리지 않는다. 답답한 구조 작업과 정부의 대응은 분통이 터진다. 실종자들의 생존 가능성은 희박하다고 한다. 하지만 지난해 최소 1,132명의 목숨을 앗아간 세계 최악의 산업재해로 꼽히는 방글라데시 라나플라자 붕괴사고 발생 17일 만에 생존자를 구조했다. 생존자 구조 활동은 이미 접은 후였고, 잔해 작업을 펼치던 방글라데시 군인이 건물 잔해들 가운데 조그만 쇠막대기가 움직이는 것을 포착해 구조했던 것이다. 그녀의 소식을 접한 전 세계 언론은 ‘기적이 일어났다’고 일제히 보도했다.


기적은 있다. 273명은 여전히 차가운 물속에서 사투를 벌이고 있다.


희박한 가능성... 

그따위 소리는 집어치우고 0.000001%의 가능성을 위해서라도 최선을 다해주길...


그리고 구조된 친구들, 너무 힘들어하지 말아요. 살아 돌아와 줘서 고마워요.

힘내세요!



2014년 04월 21일, 구조자 0명, 세월호 침몰 6일째

희망을 이야기하기엔 현실은 너무 잔인하기만 합니다. 이러한 희망고문이 더 가족들을 힘들게 하는 거라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그래도 전 믿고 싶네요. 이 시간에도 포기하지 않고 기다리고 있는 사람들이 있을 거라고 그들도 포기 안 했는데 왜 우리가 너무 늦었다고 포기 먼저 하려고 하나요? 슬픔과 분노로 힘들게 이 시간을 버티며 싸우고 있는 실종자 가족분들에게 힘이 되어줍시다. 그리고 지금 누구보다 힘들어한다는 생존자들에게 말해줍시다. 살아와줘서 고맙다고... 


2014년 4월 27일, 한국으로 돌아온 지 12일째.

비가 내립니다. 갈 길이 먼데 야속하게 비가 내립니다. 원래 오자마자 도움 주시고 응원해주신 분들께 잘 갔다 왔다 인사를 했어야 했지만 귀국인사가 많이 늦었습니다.

 

많은 생각과 감정들이 교차하는 요즘입니다. 많은 분들도 저희와 다르지 않을 거라 생각합니다.

무기력, 아픔, 상실, 후회, 죄책감... 시간이  흐를수록 '만약에 그때...'라는 뒤늦은 안타까움만 더해갑니다.


솔직히 잘 모르겠습니다. 어떻게 서로를 위로해야 할지... 잔인하지만 살아남은 우리는 다시 또 삶을 살아가야 하겠죠. 다시 일상을  살아가야겠죠. 슬픔은 견뎌야 하겠죠. 하지만 잊지  않겠습니다. 


일상으로 돌아가려고 노력하는 사람들을, 조금 더 애도하고 슬퍼하는 사람들을..

서로에게 비난의 화살을 돌리지 않았으면 합니다. 길거리 타인의 웃음이 오히려 고마운 오늘입니다.

더 이상 일상을 잃어버리고 사는 것대신 다시는 이런 일로 대한민국이 우는 일이 없도록 남겨진 과제를 풀겠습니다. 끝까지  지켜보겠습니다. 책임을 느낀다면 끝까지 책임지는 자세를 보여주시길 바랍니다.

잊지 맙시다!


2014년 5월 17일  

화가 납니다. 어떤 목숨은 어쩔 수 없이 감당해야 하는 목숨이라고 합니다. 나와 알지 못한다고, 멀리 떨어져 있다고 너무 쉽게 자신의 잔인성을 드러냅니다. 세상 어디에도 마땅히 죽어야 할 목숨은 없습니다.

한국, 터키, 방글라데시까지. 수많은 희생자를 낳은 참사의 연속이다. 국가는 재난관리도 대처방안도, 정치도 엉망이다.


2014년 5월 18일

되풀이되는 슬픔과 분노

#가만히 있으라


오래되지 않은 과거, 수만 명을 삼켜버린 제주는 잔인하게도 너무 아름답다.

제주의 모든 장소는 슬픔을 간직하고 있고 악몽과 참극의 기억을 간직하고 있는 곳이다. 잔인하지만 남겨진 자들은 살아가야 했고 살기 위해 오랜 시간 침묵해야 했다. 살아남은 자들은 오랜 시간 침묵했지만 잊지 않아야 했다. 우리에겐 기억해야 할 의무가 있다. 잘, 그리고 제대로 기억하기 위해서는 진실을 알아야 한다. 


잘못된 곳에 책임을 물어야 하는 것은 억지가 아니라 너무나 당연한 조치이다. 국가 최고 지도자의 말처럼, 성역이 있어서는 안 된다. 그리고 그 말이 지켜지고 있는지 꼼꼼히 살펴야 할 것이다. 남겨진 자들은 진실을 위해 힘써야 하고 그 과정에서  위로받고  치유받아야 한다.


지난 4월 많이 아팠습니다

이 사회가 아파하는 많은 사람들에게 분노와 절망 대신 슬픔과 그리움을... 마땅히 느껴야 할 감정들을 되돌려 줄 수 있는 건강한 곳이 되길 기도 합니다. 

기억합니다. 그리고 기억하겠습니다.


- 2015년 4월 1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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