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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APLS 이혜령 Jan 29. 2016

왜 미안하다고 말하지 않을까

사과하지 않는 문화


방글라데시에 있다 보면 '고맙다'는 인사나 '미안하다'는 사소한 말 한마디 때문에 종종 마음이 상하곤 했다. ‘이들은 왜 잘못을 하고 사과하지 않을까?', '왜 사람의 호의를 당연하게 생각하지?', '내가 외국인이라서 그런가?’, ‘이런 단어가 없는 것은 아닐까?'


물론 벵골어(방글라데시어)에도 '고맙습니다' 혹은 '미안합니다'를 뜻하는 단어가 없지 않다. '고맙습니다'는 '돈너밧',  '미안합니다'는 '두키떠'라고 말한다. 하지만 방글라데시 사람들은 이 두 문장을 사용하는데 매우 인색해 이 말을 들을 기회가 많지 않다. 이는 단순히 우리가 외국인이기 때문에 외국인들에게 받는 게 당연시해서 그런 것은 아니다. 그리고 벵골어가 아닌 영어로 ‘Thank you’나 ‘Sorry’라고 말하는 것을 더 많이 듣게 되는데, 이는 정말 고맙거나 미안해서 하는 표현이기보다는 우리가 외국인이기 때문에 매뉴얼처럼 말하는 경우가 많다.


먼저 ‘고맙습니다’라는 표현에 인색한 이유를 문화와 종교에서 찾을 수 있다. 방글라데시 사람들은 보편적으로 남을 돕는 것을 당연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방글라데시는 이슬람을 믿는 무슬림이 대다수이지만, 문화적으로는 카르마(업보)를 믿는 인도 문화권으로 누군가를 돕는 것이 좋은 업보를 쌓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누군가가 나(도움을 받는 사람)를 돕는 것이 그 사람(돕는 사람)을 위해서 하는 행위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그리고 내가 감사를 표해야 할 대상은 베푸는 상대보다는 신이라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두 번째로 방글라데시 인구 90%가 믿는 이슬람교에서 이유를 찾아볼 수도 있다. '자카트'(기부)는 선량한 무슬림이 지켜야 할 중요한 종교적 의무 중 하나이다. 그래서 나눔을 실천하는 것이 당연할 뿐 아니라, 빈부의 차로 인한 상대의 도움을 당연시하는 경향이 있다. 돈을 맡겨놓은 사람처럼 당당하게 돈을 달라고 하는 사람들 때문에 당황스러웠던 적이 참 많았다.


그리고 ‘미안하다고’ 말하지 않는 문화는 계급적인 사회와 식민 통치의 영향이라고 추측할 수 있다. 당연히 (계급이) 높은 사람들은 아랫사람에게 미안하다는 말을 할 필요도 없었고 하지도 않는다. 그리고 아랫사람의 경우, 불이익과 책임을 회피하기 위해 잘못을 인정하는 말을 하지 않는다. 대신 가볍게 'sorry'라고 하든지, '문제없다'를 의미하는 '셔모샤 네이' 혹은 '어슈비다 네이'라는 말을 더 많이 한다. 식민통치 하에서는 잘못에 비해 과한 처벌을 받게 되는 경우가 많아 자신을 변호하기 위해 잘못을 인정하지 않았다고 한다.


잘못은 자신들이 해놓고 잘못했다고 사과는커녕  ‘문제없다’고 말할 때면 황당하기도 하고 뒷목도 당겨오지만, 이 역시 이들의 문화니까, 괜히 힘 빼거나 뒷목 잡는 대신 함께 외칩시다. '셔모샤 네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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