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로움에 대하여
방글라데시에서의 2년.
그곳의 땅을 밟기 전에는 상상조차도 해보지 않았던 나라였다. 사람도, 문화도, 언어도 낯섦을 넘어 아는 게 아무것도 없었다. 너무도 무지했다. 그런 곳에서 나 홀로 2년이라니.... 사실 방글라데시라는 '낯선 타지의 삶'에서 오는 두려움보다 '오롯이 혼자'라는 사실에서 오는 외로움이 더 걱정이 됐다. 오래 전 집을 떠나 타향살이라는 것을 처음 했을 때, 아주 오래 앓이를 했다. 향수병이었다. 향수병이라는 게 그토록 지독한 것인 줄 몰랐다. 생각해보니 난 사람을 좋아해 항상 주변엔 친구들, 사람들이 있어 혼자인 시간이 별로 없었다. 혼자라는 것이 어떤 것인지 생각해볼 기회가 없었다. 내 의지에 의해 떠나오긴 했지만, 어느 날 갑자기 타향 만 리에서 혼자가 되었다고 생각하니 엄청난 감정들이 순식간에 몰려왔다. 오랜 앓이를 하기했지만 마무리는 해피엔딩이었다. 비 온 뒤에 땅이 더 잘 굳어진다나 뭐래나~
과거의 경험으로부터 오는 감정들... 가슴속 깊은 곳에서부터 이유 없는 불안감을 느꼈던 것은 그런 이유였을 것이다. 하지만 이번에는 좀 달랐다. 오롯이 혼자라는 건 외로움이나 고독과 같은 그런 감정들뿐만 아니라 감당해야 할 것들이 많았다. 생존이라는 거창한 단어까지 쓰지 않더라도... 외로움보다 더 절실한 건 삶이었다. 삶이라는 게 그랬다. 어찌 되었든 살아보니 살아지게 되었다. 물론 3개월마다 ‘고향 앓이'가 찾아온다는 369 법칙은 이곳이라고 해서 예외는 아니었다. 3개월마다 집 생각이 깊어져 간혹 외로움에 빠지기도 했지만, 대체적으로 잘 지냈다. 시간이 많이 흐른 만큼 나는 많이 자라 있었고, 그래서 난 예전의 나보다 많이 단단해져 있었다.
어차피 인생은 혼자라고 한다. 하지만 방글라데시에서의 시간을 돌아보면 아무도 나를 알지 못했던 그곳에서도 혼자였던 시간은 없었다. 혼자 사는 법을 배워야 하고 이들의 삶에 익숙해져야 한다고 생각했지만, 하루하루 반복되는 일상 가운데 나는 그들처럼 먹고 마시고, 사람들을 만나고, 새로운 사람을 사귀고, 때론 다투기도 하면서 나도 모르는 사이 그들과 어울려 살아가는 방법을 배웠다. 아니, 그들과 어우러져 살아가고 있었다.
홀로 와서 홀로 가는 게 인생이라고 하지만 사는 동안 혼자 살 수 없는 게 우리네 삶 아닐까?
- 2014년 3월 3일 우리의 3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