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365 days of drawing
인공지능 스피커를 전 세계 사람들이 쓰는 세상이 온다면, 아마 내가 가장 마지막으로 구입할 사람일 것이다. 가끔 사람과 대화하는 것도 쑥스럽고 버거울 때가 있는데, 기계와의 대화라니... 폰을 잘못 만져서 '쉬리'라도 켜지면 깜짝 놀라 끄기 일쑤고, 음성 ARS는 써본 적도 없다. 시간을 (심하게) 거슬러 올라가 '삐삐'를 쓰던 시절, 수화기를 붙잡고 혼자 이러쿵저러쿵 말하는 게 부끄러워 친구들에게 그 흔한 음성메시지 한번 남기지 못한 나다.
그런데 고향집에 갔더니 저 노랗고 귀여운, TV에서만 보던 스피커가 있는 게 아닌가. 새로운 것, 신기한 것은 써봐야 직성이 풀리는 동생이 지른 것이었다. 이름을 '짱구'로 설정했다. "짱구야"하고 부르면, '디리링' 소리가 나고 불이 켜진다. 쑥스러운 나는 이름도 차마 부르지 못했는데, 동생도 엄마도 곧잘 말을 걸었다.
문제는 '짱구' 비슷한 발음이라도 들리면 갑자기 켜져서 혼자 한바탕 난리부르스(?)를 춘다는 건데, 그래서 짱구가 들을까 봐(?) 온 가족이 소곤소곤 말한 적도 있다. 나중에야 우리가 속닥이고 있다는 걸 인식하고 어찌나 웃었던지...
"짱구야, 7분 뒤에 알려줘", "짱구야, 그만", "짱구야, 신나는 노래 틀어줘", "짱구야, 고마워" 우리 집에서 있을 수 없던 대사가 들리기 시작했다. 새 식구가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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