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1/365 days of drawing
고향집에 내려오는 4시간 가까이 버스 짐칸에 있던 립밤이 딱딱하게 굳어버렸다. 캐리어 속 파우치 안에 들어있었는데도 바깥 냉기가 느껴졌나 보다. 좀 있음 괜찮아지겠지, 내일이면 쓸 수 있겠지 싶었는데 당최 녹을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입술이 메말라 견딜 수 없던 어느 날, 드라이기를 빼들었다. 따뜻한 바람을 좀 쐬었더니 튜브가 말랑말랑해졌다. 살짝 눌렀더니 젤이 빼꼼히 구멍 밖으로 고개를 내밀었다.
따뜻한 바람이 좀 필요했다. 바짝 긴장하고 잔뜩 힘을 주며 사느라 굳은 나를 '말랑말랑'하게 만들 시간. 가족 안에 숨었다. 아무것도 하지 않고, 아무 생각도 하지 않는다. 졸리면 자고, 배고프면 먹고, 그림이 그리고 싶으면 그리고, 그리고 싶지 않으면 그리지 않는다. 어느 날 살짝 눌렀더니 '슬슬 나서야겠다'는 마음이 빼꼼히 구멍 밖으로 고개를 내밀 때까지, '말랑말랑 해지는 시간'을 보내기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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