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리에

17/365 days of drawing

by 나다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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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산수를 언제 처음 먹어봤었는지는 기억이 안 나지만, 이걸 내가 돈 주고 사 먹을 일은 없겠다고 생각한 건 분명히 기억이 난다. 생김새만 보면 상큼한 레모네이드 같은 물이 입 속으로 들어올 것 같은데, 톡 쏘는 밍밍한 맛이라니... 아무리 맛있다고 해도 내 혀로는 전혀 적응이 안 되는 평양냉면 같았다. 그랬던 내가 올여름에는 탄산수를 몇 병이나 비워냈는지 모르겠다. 무더위에 목이 많이 타기도 했고, 속이 답답해서 청량감이 간절한데 탄산음료의 단맛은 질렸고 그렇다고 맥주를 달고 살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그래서 사봤던 탄산수였는데, 이거다 싶었다. 내 입맛이 변한 걸까. 좀 더 시간이 지나면 평양냉면도 맛있어지려나. 암튼.

사 먹은 건 대부분 탄산수 중 가장 저렴하고 2+1 행사를 자주 하는 '씨그램'이었지만, 그 사이사이 '트레비'도 있었고, 처음 보는 제품(1+1이라 사봄)도 있었고, 병이 예쁜 이 '페리에'도 있었다. 페리에는 순전히 병이 예쁘고, 그림으로 그려보고 싶어서 샀다. 색연필로 한 번 그려보고 이번이 두 번째인데, 아까워서 버리지를 못하겠다. 디자인의 힘이란.

탄산수 없이는 못 견딜 것 같던 뜨거운 여름이 어느새 뒷모습을 보이고 있다. 탄산수로 풀고 싶었던 답답함은 글쎄, 풀렸다고도 풀리지 않았다고도 할 수 없다. 워낙 인사도 없이 왔다 갔다 하는 녀석이라. 언젠가 또 탄산수가 사무치게 땡기는(!) 날이 오면 '또 왔구나' 해야지, 뭐. 그땐 지금보다 그림이 늘어 병을 더 잘 그려줄 수 있으면 참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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