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4/365 days of drawing
굵은 펜을 써보고 너무 마음에 들어 곧 펜 사냥(?)을 나설지도 모르겠다고 쓴 지난 브런치 글을 기억하시나요. 결국은 자주 가는 화방 사이트에서 찾을 수 있는 1.0mm 이상의 드로잉 펜을 싹쓸이했다. 펜만 덜렁 사기엔 뭣하니까(왜 뭣할까?) 스케치북이며 뭐며 이것저것 같이 주문했고, 커다란 택배박스가 집 앞에 도착했다. 박스를 신나게 뜯었더니 펜 묶음이 바로 보였다. 뭔가 어색했다. 원래 같으면 뽁뽁이에 몇 겹씩 둘러싸여 있을 터였다. 순간적으로 이게 허술한 포장이라 화를 내야 할 상황인지, 환경을 생각한 타당한 포장이라 기뻐해야 하는 건지 헷갈렸다. 택배박스 하나에서 나오는 그 많고 많은 뽁뽁이를 보며 죄책감을 느끼면서도, 내 택배가 온전히 오지 못할 가능성을 받아들일 준비는 되어있지 않은 것이다. 환경이 어쩌고, 비닐이 어쩌고 온갖 잘난 척을 해댔던 걸 생각하니 쥐구멍이라도 찾아 들어가고 싶었다.
결론적으로 펜들은 너무도 멀쩡하게 배송되었다. 쓰레기는 적게 나왔다. 불편함이 아닌 불안함을 참았을 뿐인데도 이 정도라니. 우리가 불편함을 감수하기 시작하면 어떻게 된다는 말인가 생각을 하다, 집 근처 화방에 가는 것도 귀찮아 마우스 클릭을 택하는 내가 무슨 소리를 하는 건가 싶어 말을 아끼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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