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6/365 days of drawing
오래도록 갖고 있던 편견 하나를 부끄러운 줄 모르고 꺼내보자면, 나는 손그림이 디지털 드로잉보다 '우월하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손그림이 디지털 드로잉에 비해 뭔가 '맛'이 있달까. 디지털 드로잉은 어쩐지 푸드코트 입구에 있는 음식 모형 같다는 생각을 하곤 했다. 먹음직스러워 보일 순 있어도 먹을 수 없는 플라스틱을 2D로 옮긴 듯한 느낌. 유리 진열장 안에 진짜 음식을 갖다둘 순 없는 것처럼 디지털 드로잉이 필요한 곳이 분명 있겠지만, 나는 늘 '나는 별로~'하며 심드렁해할 뿐이었다. (그러면서도 입을 헤- 벌리고 보는 디지털 드로잉 작품이 여럿 있고, 어떤 건 손그림인 줄 알았지만 알고 보니 디지털 드로잉일 때도 종종 있었으니, 편견은 참 사람을 우습게 만든다.)
그러던 내가 드로잉 앱을 아이폰에 깔았다. 이를테면 권위에 의한 설득을 당한(?) 것이다. 내가 좋아하는 데이비드 호크니 옹은 아이폰 드로잉을, 하비에르 마리스칼 옹은 아이패드 드로잉을 즐긴다고 하니 '나는 별로~'가 '나도 한번?'으로 바뀐 것이다. 거참.
그렇게 슬슬 손가락 끝을 액정에 대고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와, 신세계였다. 빈 종이가 화수분처럼 나오는 스케치북과 세상 모든 색이 담긴 팔레트가 생긴 것 같았다. Undo와 Redo 버튼, 면을 쌓는 개념의 레이어 기능과 100% 발색(?)을 확신할 수 있다는 것은 사람을 거침없게 만들었다. 아이폰이 뜨끈해지고 손가락이 뻐근해질 때까지 한바탕 신나게 놀고 나니 디지털 드로잉 특유의(?) 맛을 인정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오픈마인드는 손해 볼 게 없다. 마인드가 일 년만 더 일찍 오픈되었더라면 아이폰 용량을 더 큰 것으로 사는 건데,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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