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수 한 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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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다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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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원한 물이 마시고 싶으면 평소에 생수병을 냉장고에 넣어두면 될 텐데, 굳이 밖에 놔두고는 물을 마실 때 얼음을 타서 마신다. 이유는 모르겠다. 딱히 얼음을 씹어먹는 취미를 가지고 있는 것도 아니고. 프로세스를 따져보자면 물을 마시고 생수병을 냉장고에 넣어두는 게 훨씬 짧고 간단한 일인데 말이다.

물뿐이랴. 내가 언제 인생을 효율적으로 산 적이 있었던가. 얼음을 얼려야 하고, 모아둬야 하고, 물에 넣고 흔들면서 시원해지길 기다려야 하는 길을 선택한다, 늘. 이쯤 되면 내가 원하는 건 그냥 '냉수 한 컵'이 아닐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다. 원래부터 시원했던 물이 아니라 내가 시원하게 만들어 먹어야 직성이 풀리는 유형의 인간이라던가, 아무것도 없는 물은 재미없고 보기에 더 예쁘고 짤랑짤랑 소리까지 나는 물 정도는 되어야 마실 마음이 생기는 인간이라던가. 거참, 성격 한번 피곤하게 태어났다. 내가 나한테 심심한 위로를 보내고 싶은 저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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