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인장

33/365 days of drawing

by 나다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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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선인장이 있어야 할 자리에 없다는 걸 오늘에서야 알아차렸다. 지난 일요일, 사진 촬영 소품으로 쓰기 위해 이 화분을 들고 마틸다처럼 동네를 기웃기웃거렸는데, 다른 짐은 다 챙겨놓고 선인장은 어딘가에 두고 온 것이다. 동네 카페가 유력했다. 카페에 가봤다. 역시나 그곳에 있었다. 카페 사장님께서 누가 가져가지 않도록 카페에서 키우는 화분들 틈에 두셨던데, 화분을 발견했을 때의 심정은 마치 아이를 잃어버렸는데 다른 친구들과 잘 놀고 있는 모습을 발견한 엄마가 된 것 같은 기분이었다. (물론 그 감정의 깊이는 많이 다르겠지만...)

슬펐다. 나는 남한테 빌려준 펜도 잘 챙겨 오는 편인데, 내가 키우던 생명체(?)를 깜빡해버릴 수 있는 현재의 정신상태가 슬펐다. 4일 동안 화분 한 번 들여다볼 여유도 없이 사는 내 삶이 슬펐다. 사실, 시간이 없는 게 아니라 마음이 없었다.

단골 카페라 최근에 독립출판으로 제작한 드로잉북을 한 권 선물로 드렸는데, 카운터 앞에 놓아뒀더니 손님들이 보고 좋아하시더라며, 책이 나와서 어떤 기분이냐고 물어보셨다. '얼떨떨하다'라고 말하고 싶었는데 나의 뇌는 '떨떠름하다'는 단어를 골라버린다. 큰일이다. 어떻게 평정심을 되찾을 것인가. 나는 감당할 수 있는 일을 벌인 것일까. 사막 한가운데서 나는 살아남을 수 있을까. 오아시스는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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