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4/365 days of drawing
작년인가 재작년쯤 길에 굴러다니던 솔방울 하나를 주워왔다. 솔방울이야 당연히 마르고 딱딱하지만 시간이 오래 지나니까 틈이 더 벌어질 만큼 '정말' 바싹 말랐다. 아스팔트 위에 떨어졌으니 내가 줍든 줍지 않든 이 솔방울은 번식의 기능을 하지 못했을 것이다. 이 세상에 생겨나서 자기가 할 일을 다했다고 볼 수 있다.
요즘 나는 지독한 성장통을 또다시 앓고 있는 느낌이다. 키가 더 자라기 위해 관절이 아픈 거라면 얼마든지 환영(?)이지만, 그런 성장통이 아니라 아쉬울 뿐이다. (이런 농을 치기엔 너무 양심 없는 나이이긴 하군.) 아마도 영혼의 키가 자라기 위한 성장통이 아닐까 싶다. 내가 좋아하는 일, 하고 싶은 일이 '그림'이라는 것을 찾아내는 것까지가 첫 번째 관문의 통과라면 이제 두 번째 아케이드가 시작되었다. 그림 안에서 '나'를 찾는 것. 그리고 이번 아케이드 곳곳에 도사리고 있는 함정은 '경제적 문제'. 과연 나는 두 번째 관문을 잘 통과할 수 있을까.
앞길이 구만 리 같다는 말이 문득 버겁게 들렸던 오늘, 제 임무를 끝내고 내 방 선반 위에 지지 않을 꽃처럼 피어있는 솔방울이 왠지 부러워 보여 한번 그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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