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빠르고, 편리하고, 디자인도 예쁘고, 게다가 물이 끓으면 전원이 자동으로 꺼질 정도로 영특해서 집을 태워먹을 걱정도 없다. 물을 굳이 빨리 끓여야 할 이유가 있나, 가스레인지로 물 끓이는 게 뭐가 그리 번거롭다고, 정신 바짝 차리고 있으면 되지 하면서도 한 번 쓰기 시작한 전기포트를 놓기란 쉽지 않다. 물 끓이는 일 하나밖에 할 줄 모르는 기계인데, 있고 없고는 (오버 좀 보태서) 천지차이다.
나는 상당한 귀차니스트이지만, 인간이 편리하라고 만들어진 것은 일단 경계하고 본다. 편리함으로 나를 홀려놓고 나중에 뭔가 큰 것을 빼앗아갈 것 같은 느낌이 들기 때문이다. 전기포트도 한 동안 경계했었다. 엄마가 홈쇼핑 사은품으로 받았다며 주시지 않았다면 지금까지도 없이 살았을 거다. 자, 그럼 생각해보자. 전기포트를 써서 잃을 게 뭘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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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의 내 경계심이 무색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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