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드립

38/365 days of drawing

by 나다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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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션이며 메이크업이며 유행을 좇지 않은지 오래되었다. 딱히 트렌드에 발맞춰 살던 것도 아니었지만 모두가 일자눈썹을 하고 다닐 때면 슬며시 눈썹산을 깎아내리는(?) 정도는 시도해보곤 했었다. 이제는 뷰티 프로그램에서 하는 말들은 (미안하지만) 헛소리로 들린다. 그런 내가, 해보고 싶었지만 소심한 시도조차 하기 어려웠던 메이크업이 바로 '레드립'이었다. 입술이 어느 수준 이상으로 짙어지면 왠지 민망했다. 아무도 직접 말은 안 하지만 속으로 '쥐 잡아먹었나'라고 생각할 것만 같았다. 그렇게 빨간 립스틱은 밤에 화장 지우기 전 혼자 발라보며 노는 장난감으로 전락했다. 그리고 세월이 흘러... 입술이 어느 수준 이상으로 짙은 게 나은(...) 나이가 되었다. 이제는 곧잘 입술을 빨갛게 칠하고 나간다. 재밌는 건 레드립을 하고 나갈 수 있게 되고부터 쌩얼로도 아무렇지 않게 나갈 수 있게 되었다는 것인데, 빨간 립스틱으로 충전한 자신감이 화장을 지우고도 남아있기 때문인지, 사람들은 내 입술 색깔, 내 화장 따위에 아무런 관심이 없다는 걸 알게 되었기 때문인지 그 이유는 모르겠다.

내일 고향에 내려가기 위해 짐을 싸는데 예년에 비해 챙기는 립스틱 색깔이 짙어졌다. 아, 어쩌면 엄마는 대놓고 말씀하실지도 모르겠다. '쥐 잡아먹고 왔냐'라고. 슬그머니 핑크색 립스틱도 챙겨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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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브런치를 지켜봐 주시는 분들께 -


추석을 맞아 고향에 내려갑니다. 좀 길게요^^;

컴퓨터를 하기 좀 어려운 환경이라 내일부터 2주간 브런치 업데이트는 쉽니다.

재충전 잘하고 돌아올게요! 모두 모두 풍요롭고 즐거운 한가위 보내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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