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일파스텔

44/365 days of drawing

by 나다라








장비병이 나를 또 덮쳤다. 이번엔 '오일파스텔'이다. 갑자기 오일파스텔에 뿅! 하고 꽂혀 홀린 듯 주문했다. 며칠 전 택배를 받고, 설레는 마음으로 그림을 그려봤다. 색감 및 질감 확인을 위해 슥슥 종이에 칠해볼 때까지는 굉장히 신났는데, 그림을 그리기 시작하자 '이게 아닌데...' 하는 노래가 머릿속을 둥둥 떠다녔다. 이렇게 '초심자의 행운'이 눈곱만큼도 없는 재료는 처음이었다. 괜히 서운했다.


오일파스텔에게 무슨 죄가 있으랴. 사실 오일파스텔은 딱 내가 상상한 대로였다. (그릴 때 생기는 똥은 내 상상 이상이다...) 내 실력이 욕심에 못 미치고 요즘 특히 조급함과 싸우고 있는 시기라, 스스로를 다시 신뢰할 수 있게 만들 '신호' 같은 것이 필요했다. 이를테면 '타고난 재능의 발견' 같은 것. 새로운 재료로 새로운 그림을 그려내서 확인해보고 싶었던 것 같다. 쓸데없고 부질없다는 걸 충분히 알면서도 자신감이 떨어질 때면 이런 헛된 것에 자꾸 기대고 싶어 진다.


며칠째 오일파스텔과 씨름하고 있다. 갖고 놀기도 하고 미련하게 낑낑대다가 뭔가 '알 것 같다'하는 기분이 들 때, 저주가 풀리듯 슬럼프가 끝난다는 걸 아니까. 나는 원래 좀 꾸덕꾸덕(?)한 느낌을 좋아하니까 빨리 친해졌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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