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리스칼전 도록

51/365 days of drawing

by 나다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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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4년 전 아무 생각 없이 친구 따라 마리스칼전을 보러 갔다. 전시장을 빼곡히 채운 방대한 드로잉의 양에 눈이 휘둥그레 해졌다. 이 사람은 그림을, 인생을 정말 즐기고 있다는 기운이 뚝뚝 묻어났다. 들어갈 때는 존재조차 몰랐던 작가였는데, 시쳇말로 '입덕'해서 나오게 되었다. 당시에는 몰랐지만 지금 와서 생각해보면 그때쯤 '바로 이거야!'하는 마음이 생겼던 것 같다. 좋아하는 그림을 맘껏 그리며 즐기는 삶. 그때 나는 그림을 그리고 있지도 않았는데 (그림 그리는 것에 대한 동경은 늘 있었지만) 나도 해보고 싶어 졌고,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하지만 당시에는 직장도 있었고, 나중을 기약하며 살던 때라 마음에 드는 엽서 몇 장만 샀을 뿐이었다.


시간이 흘러 지금 나는 그림을 그리며 살고 있다. 나에게도 그림은 너무나 재밌는 놀이지만 태생이 진지하고 심각한 나는 노는 데 푹 빠져 마구 즐기기가 쉽지 않다. 요즘은 특히 고민이 많은데, 새벽까지 잠 못 이루다 우연히 들어간 알라딘 중고서점 종로점 사이트에서 마리스칼전 도록이 있는 걸 발견했다. 구하고 싶어도 구할 수가 없어 전시 보러 갔을 때 살 걸 두고두고 후회했던 그 도록. 누가 먼저 채갈까 봐 일어나자마자 종로로 향했다. 이 책을 산다고 뭐가 해결되고 그런 건 아니지만, 하비에르 마리스칼님이 'why so serious? 그냥 한번 놀아보는 거야!'(물론 스페인어로...)하고 용기를 주러 오신 느낌이다. 집에 돌아와 어디 한번 신나게 놀아보자 했는데 시작도 전에 너무 피곤해서 자버린 건 비밀. 이루고 싶은 게 있다면 체력을 먼저 기르라던 '미생'의 대사가 떠오르는 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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