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군 특성상, 면접 때 반드시 받는 질문이 있다.
업무 중 스트레스가 쌓이면 어떤 식으로 푸나요?
면접 질문의 의도를 파악하여 사실에 기반한 모범 답변을 풀어내는 것이 맞다. 하지만 그러다 보니 나의 진짜 솔직한 대답은 굳이 말하면 안 되는 불편한 진실(?)이 되어버린다.
"스트레스를 받을 때 저는 동네 산책을 하거나, 헬스장에서 땀을 쭉 쏟을 때까지 운동을 해요. 몸은 지치지만 그만큼 머릿속이 리프레시되는 느낌이고, 건강한 방법으로 스트레스를 풀려고 노력합니다."
물론,
동네 산책을 자주 한다. -맞음
헬스장을 다닌다. -맞음
지나치게 과장된 말은 아니기에 내가 할 수 있는 가장 아름다운 답변이지만, 마음속 심연의 또 다른 나는 이렇게 외친다.
퇴근하고 마시는 차가운 소주 한잔!
느낌 아니까~
스트레스 해소로 술을 마셔? 아마 이 글을 읽고 '퇴근 후 꼬질한 모습으로 식탁에 김치 한 접시 턱 내놓고 막소주를 들이키며 구시렁구시렁 욕을 하면서, 소주를 연거푸 목구멍에 때려 넣는, 선술집의 김첨지와 같은 모습의 나'를 생각하며 아주 그냥 면접에서 제대로 사기를 치네 하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정확히는
'하루종일 고생한 나를 위해 고른 맛있는 저녁 메뉴와 페어링 할 소주 한잔'이 주는 정성과 회복이랄까?
오늘 저녁은 성게알이다.
오늘이다.
메뉴가 결정되었다면 즉시 움직인다. 퇴근 후 먹는 한 잔의 술을 위해 나 자신을 위한 의전에는 정성을 다하는 편이다. 메뉴 구성, 위치, 리뷰 등을 통해 가게를 선택하고, 빠르게 이동한다. 도착하자마자 주문을 한다. 오늘의 메뉴는 성게알이다!(단가가 높을수록 아주 많이 힘들었던 날이라는 뜻이기도 하다.)
성게알 한판이 나왔다. 영롱한 자태의 성게알과, 탱글 하게 빛나는 등을 보이며 누워있는 단새우, 포근해 보이는 감태 이불, 개운한 끝맛을 책임져 줄 무순과 양파채까지. 이 타이밍에 소주를 주문한다. 미리 나오면 식기 때문에, 1도라도 차가움을 유지하고 싶은 나의 철저한 계획(?)이다.
특제 간장소스로 세수시켜준 성게알과 단새우를 감태에 싸서 한 입에 먹으면, 단새우의 적당히 단단한 식감과 은은하게 올라오는 단맛, 녹진한 성게알의 깊은 바다향이 온 입 안을 회오리치다가 알싸한 무순과 양파의 개운함이 한 입의 이벤트를 마무리해 준다. 그리고 넘기는 소주 한잔.
그 첫 한입과 첫 한잔은 '술 마신다'라는 문장의 의미를 뛰어넘어, 그날 하루의 내 노고를 치하하며 극진히 예를 갖춰 대접해 주는 의식인 것이다. 이 맛에 돈을 벌지. 더 힘내서 더 벌자! 하고 힘을 내게 해준달까?
물론 이 귀빈 대접을 매일 했다가는 살림이 거덜 나겠지만은, 간헐적으로 준비하는 나를 위한 저녁 식사는 내 마음속에서 [진짜 내 피로를 없애주는 궁극의 필살기]라고 볼 수 있겠다.
그래서, 다라님은 스트레스가 쌓였을 때 어떤 식으로 푸시나요?
저는... (그래도) 산책과 운동을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