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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성이 Jul 01. 2020

유월 제주

배  경

                 박목월     

제주읍에서는

어디로 가나, 등 뒤에

수평선이 걸린다.


황홀한 이 띠를 감고

때로는 토주를 마시고

때로는 시를 읊고

그리고 해질녁에는

서사에 들르고

목구슬나무 나직한 돌담 문전에서

친구를 찾는다.


그럴 때마다 나의 등 뒤에는

수평선이

한결같이 따라온다.


아아 이 숙명을, 이 숙명같은 꿈을

마리아의 눈동자를

눈물어린 신앙을

먼 종소리를

애절하게 풍성한 음악을

나는 어쩔 수 없다.



어스름이 내리는 저녁 무렵의 여행지는 황홀하다.

낯섬과 설레임이 건네주는 환대는 벅찬 위로가 된다.


일상의 촘촘함을 벗어던지고

자유의 헐렁함을 걸쳐입는 여행의 잔상은 오래도록 남는다.


제주는 언제가도 좋다

푸른 밤,

수줍은 비,

달큰한 바람,

발랄한 바다,

제주는 언제라도 좋다


집 떠나는 여행은 결국 내 마음에 도착한다.

마음으로부터 울리는 제 목소리를 듣게 되고, 마음으로 모아지는 발걸음을 확인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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