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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성이 Aug 18. 2020

여름 여행

달아오른 해가 사그라들고
어스레 땅거미 피어나는
여름날의 저녁녘

아득히 낯선 길
오히려 익숙한 길

두 발과 마음 모아

걷는다.

살아내면서
어쩔 수 없이 새겨진 삶의 파편들
살아오면서
아래로 깊이 뿌리내린 삶의 흉터들

진한 초록 풀내음
이름 모를 들꽃향기에
삶의 흔적들을 감춰두고
모퉁이 길을

어슬렁거린다

일평생 낮은 자세로 살아온 이들의
저녁 풍경을 서성거리며
소박하고 정갈한 밥상을
마주하고 싶다

땅이 잠들고 하늘이 열릴 때
쏟아지는 별들을
가슴으로 받아내는 밤

빛도 스러지고

인적도 사라진

낯선 여행지에서

오로지
깡마른 영혼만 바스락거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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