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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성이 Jan 05. 2022

안녕, 2022

선물 받은 시간

                새해 인사

                                              김 현 승


오늘은

오늘에만 서 있지 말고

오늘은

내일과 또 오늘 사이를 발 굴러라


건너뛰듯

건너뛰듯

오늘과 또 내일의 사이를 뛰어라


새 옷 입고

아니,

헌 옷이라도 빨아 입고

널뛰듯

널뛰듯

이쪽과 저쪽

오늘과 내일의 리듬 사이를

발 굴러라 발 굴러라

춤추어라 춤추어라


어릴 적 유일하게 밤늦도록 텔레비전을 볼 수 있도록 허락된 시기는 연말연시였다.

초저녁부터 분주하게 씻고  사각거리고 서늘한 새 내복으로 갈아입고 텔레비전 앞에 앉았다.

10대 가수왕, 연기대상 등 한 해를 마무리하는 방송국 채널을 이리저리 돌려 보다가

모든 채널에서 일제히 보신각 타종 실황이 나오면 그제서야 손에 잡히지 않던 막연한 한 해라는 시간의 무게감이 느껴지곤 했다.


크리스마스 카드와 연하장을  챙겨 보내고 받으면서 새 학년을 기다렸던 그 시절에는

지금의 내 나이가 감히 짐작조차 되지 않았다. 그저, 얼른 어른이 되고 싶을 뿐이었다.

어린 시절은 지루하고 싫증 나는 하루하루가 어찌나 많았던지 시간아 흘러라, 시간아 어서 가거라 하는 어처구니없는 주문을 외우던 적도 있었다.


무한한 시간이라 여겨 낭비하고, 오만했던 시절

영원한 인생이라 여겨 방만하고, 방치했던 시절

맥없이 흘려보낸 시절에 대한 혹독한 대가는

수시로 몰려드는 미련과

때때로 몰아치는 후회였다.

더 이상 미련과 후회로 인생을 허비하고 싶지 않았다.


무엇이든 미루지 않는 삶을 살아야겠다 다짐했다.


올해 첫 계획은 처음으로 새해 첫날 일출을 보는 것이었다.

올빼미족으로 살아오던 습관 때문에 일출을 직접 본 기억이 거의 없었다.

일출을 보러 새벽에 길을 나서면서 심심치 않게 줄지어 가는 사람들이 더 신기했고

많은 이들이 경건한 눈빛으로 동쪽 먼 하늘을 바라보던 그 장면이 더 인상적이었다.

 


하늘을 물들이고

대지에 스며들며

천천히

떠오르는 새해 첫날의 해

그 벅찬 설렘은

누구에게나

공정한 선물



이 귀한 선물을 가슴에 품고

오늘을,

지금을,

후회 없이

살아보기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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