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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성이 Feb 08. 2022

<책리뷰> 카타리나 블룸의 잃어버린 명예

황색 언론을 정조준하다



노벨문학상 수상한 독일 작가 하인리히 뵐의 대표작 <카타리나 블룸의 잃어버린 명예>는 동시대를 살아가는 작가의 사명감으로 기자의 공명심을 심판한 작품이다.



27살 가정관리사인 카타리나 블룸이 기자를 살인하게 된 사건을 역순으로 되짚으면서 언론의 횡포를 낱낱이 밝히게 된다. 58개의 단락은 불과 4일 동안 일어난 일을 촘촘히 기록하여 마치 보고서 형태를 띠면서 독자로 하여금 서서히 사건 중심으로 빠져들게 한다.



녹록지 않은 환경 속에서도 야무지게 삶을 꾸리며 살아가는 카타리나 블룸, 카니발 댄스파티에서 만나 한눈에 사랑에 빠진 루트비히 괴텐이 수배범임을 알고 도주로를 알려 준다. 그 대가로 특종에 눈먼 기자 퇴트게스의 먹잇감이 된 블룸은 범죄자의 정부, 테러리스트, 등으로 매도당한다.


퇴트게스 주도 하에 기획된 황색언론은 무자비한 폭력으로 변질되어 성실하고 총명한 생활인으로 주변인들의 무한신뢰를 받던 한 사람의 인생과 인격을 파괴시키기 충분했다.


대중들의 알 권리를 내세운 언론의 폭력에 자신의 삶이 파괴되는 것을 끝내 허락할 수 없었던 불름은 퇴트게스 기자를 살해함으로 언론의 폭력성을 고발하며, 자신의 주체적인 삶을 지켜낸다.


작가 하인리히 뵐은 보이지 않는 폭력에 맞서 보이는 폭력으로 응징한 이 작품이 철저히 현실에 바탕을 둔 이야기이라고 밝혔다. 언론의 횡포에 대한 경고이자, 언론이 지켜야 할 태도에 대해 준엄한 지침서가 됨은 물론 지금에 이르기까지도 베스트셀러 자리를 굳건히 지키는 이유이기도 하다.


언론이 제공하는 모든 정보를 가감 없이 받아들이는 대중들의 수용태도가 일부 자극적인 기사를 양산하는 계기가 되기도 한다. 소설에서도 블룸에 관한 기사를 보고 추파를 던지는 사람들과 싸늘해진 이웃들의 시선을 확인할 수 있는 것처럼.


다양한 미디어 전성시대, 우리는 정보의 생산자이자 소비자로 살아간다. 무분별한 정보가 넘치는 이 시대에 언론의 역할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사실과 진실과 거리가 먼 제목과 기사들로 누군가는 고통 속에 허우적거리고, 끝내 생을 저버렸다는 뉴스를 심심치 않게 마주하게 된다.


한 사람의 개인이 언론 기관이나 단체를 상대로 진실을 밝히고, 기존의 프레임을 바꾸기는 역부족이다. 언론에서 먼저 정확한 취재를 바탕으로 시대의 사명을 지고 객관적이고, 공정한 기사를 작성해야 한다. 또한 대중들은 알 권리를 내세우기보다는 스스로 정보에 대한 판단 기준을 확립해야 한다.


작가와 기자는 글로서 시대를 말한다.

기사의 어두운 그림자에 대해

문학으로 품격 있게 꾸짖는,

작가의 역량이 발휘된 명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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