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 시도니 가브리엘 콜레트(1873.1.28 ~ 1954.8.3)는 프랑스 소설가이자 무언극과 희극 배우, 무용가이면서 1차 세계대전 당시에는 보도기자로 활동했다. 문화 예술 패션 분야에서 독보적인 활보를 펼쳤던 콜레트는 코코 샤넬과 해리포터의 작가 조앤 k. 롤링이 롤 모델로 삼을 만큼 시대를 앞서갔다. 자신의 소설을 뮤지컬 공연으로 올릴 때 신예 오드리 헵번을 직접 캐스팅하기도 했던 문화 예술기획의 영웅이었다.
주체적이고 독립적인 삶을 지향했던 작가의 인생 자체가 많은 이들에게 영향력을 끼쳤기에 지금의 인플루언서를 넘어선 문화 예술의 혁명가라 할 수 있을 만큼 매력적인 여성이었다.
1893년 스무 살에 작가이자 출판업자 앙리 고티에 빌라르(윌리)와 결혼했고, 남편의 독려(?)로 자신의 소녀 시절의 자전적 이야기를 쓴 4권의 클로딘 시리즈로 데뷔하게 된다.
[학교에서의 클로딘], [파리의 클로딘], [가정의 클로딘], [클로딘이 떠나다] 이 클로딘 시리즈는 소위 대박이 나지만 여성 작가에 대한 무지와 편견으로 남편 이름으로 출판했기에 모든 공과 판권과 관련된 권리는 남편에게 있었고, 그것을 알차게 이용해 먹는 남편과 결별을 선언하고, 스스로의 삶을 찾아 나서는 과정을 그려낸다.
콜레트의 인생 자체가 영화 같은 인생이었고, 콜레트 역을 맡은 키이라 나이틀리의 연기가 더해져 파리의 문화 아이콘이었던 콜레트가 더욱 생생하게 느껴졌다.
1900년도 클로딘 시리즈로 크게 성공했지만 남성 위주의 시대에서 뛰어난 능력을 가진 여자의 삶은 고단했다. 예술과 지성을 사랑한다는 프랑스였지만 여성들에게는 아직 문이 열리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콜레트 보다 10년 정도 뒤에 태어난 영국의 버지니아 울프(1882~1941)도 사정은 마찬가지였고,
우리나라의 당시 여성 문화예술인들은 김명순 (1896~1951) , 나혜석(1896~1948), 윤심덕(1897~1926)을 꼽을 수 있는데 콜레트보다 20여 년 후에 태어났지만 콜레트와는 비교될 수 없을 만큼 비극적인 삶을 살다 갔다. 유교적 봉건적 가부장 사회에 갇힌 그 시절 여성의 예술혼과 재능은 어쩌면 축복받지 못한 선물에 가까웠다.
고향 몽티니를 떠나 파리에서 살게 된 17살 클로딘의 파리 적응기.
떠나온 시골 마을과 친구들을 절절히 그리워하면서도 도시에 적응하며 사랑을 찾고, 인생을 찾는 줄거리이다.
하이틴 로맨스 소설로 십 대의 감수성, 호기심, 순수함이 작품에 가득하다.
특히 자연 속에서 어린 시절을 보낸 그 특유의 정서를 감각적인 문장으로 표현한 부분과 고양이와의 교감을 풀어낸 문장들이 책갈피 사이사이 숨어 있었다.
눈을 감으면 몽티니 시골 마을과 파리의 공원이 훤히 그려질 정도로 온몸과 마음의 촉수를 동원해 쓴 문장이 마치 정원처럼 펼쳐져 있다.
푸른 열매가 시들어버린 자두나무와 서리 맞은 들장미 나무가 양옆으로 늘어선 길, 집들이 계단식으로 이어진 마을, 홀로 녹색을 간직한 담쟁이덩굴에 덮인 잿빛 사라센 탑, 날카로운 햇살 없이 부드럽기만 한 햇빛 아래 흰색으로 칠해진 학교...
17살은 딱 소녀와 어울리는 나이다.
청춘이라 하기는 아직 세상에 서툴고,
아이라고 하기엔 이미 사랑을 알아버린
소녀 시절은 아마 17살부터 시작되지 않을까?
클로딘을 읽으면서 고등학교 시절을 다룬 영화가 여러 편 생각났다.
시대와 국가를 초월한 공통의 주제는 청춘과 사랑이었다.
아직 채색되지 않은 인생 도화지에 제일 먼저 찍게 되는 점은 바로 사랑.
그 사랑이 시작되면서 인생이 시작된다는 것!
그래서 어여쁘고 아련한 시절이라는 것을 지금은 안다.
나의 17살은 살구빛 향기로 기억된다.
다이알 비누를 벗어나 처음으로 나만의 비누를 쓰게 된 17살이 되던 해,
나도 클로딘처럼 시골에서 도시로 거처를 옮겼다. 가족 전체가 아닌 나 혼자 고향을 떠났다.
읍에서 나고 자란 내게 도시는 작은 우주와 같았다.
유덕화를 만나게 되었고, 제임스 딘을 추앙했다.
때마다 꽃다발을 주고받았고, 음악과 그림과 시에 열광하고 소설에 빠졌던 그 시절
가끔 집에 다니러 가면 엄마가 챙겨주시던 비누와 샴푸가 그렇게 촌스러울 수가 없었다.
용돈에서 쪼개서 향기마저 도시스러운 살구 비누와 차밍 샴푸를 사서 쓰던 그 허세,
그러나 그 감성의 허영 속에 숨어 살던 향수병은 더 지독했다.
그리움이라는 단어를 가슴에 품고 살게 된 것은 그때가 시작이었다.
두고 온 가족, 고향, 친구, 익숙한 것들에 대해 사무치는 그리움이 계절마다 또렷했다.
도시는 화려했지만 내 마음은 그리움에 늘 그늘져 있었다.
덕분에 떠나온다는 것은 큰 용기도 필요하지만, 진한 그리움은 덤으로 따라온다는 걸 제법 일찍 깨달았다.
그리움과 외로움이 몰아칠 때 책과 영화를 보면서 마음을 달랬다.
육아를 하면서 몸은 바빴지만 또 다른 외로움과 초라함이 쉴 새 없이 찾아왔다.
그때는 따로 책을 읽을 시간도 없어 아이들에게 그림책을 읽어주면서 나도 덩달아 마음을 기댔다.
둘째 아이는 씩씩한 여자 주인공이 나오는 그림책을 유독 좋아했는데 그중 마들린느 시리즈를 좋아했다. 나 역시 어리지만 당차고 씩씩한 마들린느가 맘에 들었다.
씩씩한 마들린느저자루드비히 베멀먼즈출판시공주니어발매2017.04.15.
마들린느와 쥬네비브저자루드비히 베멀먼즈출판시공주니어발매2017.02.10.
파리에서 기숙사 생활을 하는 마들린느와 친구들과 강아지 이야기였는데 아이는 나중에 파리에 가서 마들린느와 쥬네비브를 만나고 싶다고 했다.
"그래, 나중에 마들린느처럼 씩씩하게 크면 가자 " 하고 약속을 했다. 정이 많아 눈물도 많고, 언니와 동생 사이에서 양보도 많았던 둘째 아이가 17살이 되던 해 둘째 아이와 나는 파리에 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