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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다람 Jun 22. 2022

각기 다른 6가지 MBTI가 모인다면?

하루는 친구들과 공원에 돗자리를 깔고 쉬고 있는 중이었다. 개미 한 마리가 자꾸 친구 쪽으로 기어 오자 친구는 어떻게든 개미를 밖으로 밀어내려고 했다. 그러면서 이렇게 말했다.


“개미 너무 싫어ㅠㅠ 만약 개미 한 마리가 내 가방에 기어 들어가고, 집에 갈 때까지도 나는 그 사실을 모르고, 개미가 포근한 내 가방 속에서 알을 낳고, 수많은 개미들이 그 안에서 부화하고, 그렇게 되면 내 방에 개미가 득실거릴 거고… 으악!!! 최악이야!!!”


“너 혹시… N 이야?”


나의 대답에 모두 폭소했다. 그 친구는 진짜 N이었던 것이다. '개미가 나의 가방에 들어온다면?'과 같은 독특하고 엉뚱한(이라고 말하면 N 입장에서는 반발할 수도 있겠지만 S인 나의 입장에서는 이 이상 적합한 단어가 떠오르질 않는다) 상상은 거의 하지 않는, 다소 현실주의적인 나로서는 그 친구가 N일 것 같다는 직감이 왔다. 그리고 나의 직감은 맞아떨어졌다. 서로를 파악하고 이해하기 시작한 그날 이후로 데면데면했던 우리의 사이는 급격히 가까워졌다.




혹시 MBTI가 뭐예요?


초면에 분위기를 풀기에 얼마나 도움이 되는 질문인 지 모르겠다. MBTI를 맹신하지는 않지만 일상에서 소소한 즐거움을 얻기에는 충분한 것 같다. 올해 초에 대학원 연구실에 들어와서 친구들을 알아가는 데에도 분명 큰 도움이 된 질문이었다.


나를 포함한 6명 모두 알고 보니 다른 MBTI였는데 각자 자신의 MBTI을 뚜렷하게 반영하고 있어서 항상 놀라웠고, 그 덕분에 즐거운 에피소드도 정말 많이 생겼다. 그리고 그럴 때마다 우리는 우리 이야기를 웹툰으로 만들면 정말 재밌겠다며 깔깔거리기도 했다. 험난했던 한 학기를 마친 기념으로 몇 가지 이야기를 글로 남겨보려고 한다.




글쓴이의 주관적인 견해가 담겨있으니 참고해주세요 :)


D-day 다 같이 롯데월드에 가는 날!


[오후 4시 입장을 앞두고]

ENFP: (다 같이 머리띠를 쓰고 놀이공원을 돌아다니는 것에 대해 기대가 컸음) 우와~ 오랜만에 오니까 너무 신난다! 우리 들어가자마자 머리띠부터 사자! 각자에게 어울리는 거로 골라보자구! >.<

ESFJ: (친구들이 신나 하니까 덩달아 신남) 좋아 좋아~

ESTJ: (일단 어디로 이동할지부터 생각함) 우리 들어가자마자 일단 매직 아일랜드로 넘어갈까? 아틀란티스나 혜성특급부터 타자.

ENTJ: (뭘 먼저 타면 좋을지 판단함) 아틀란티스 먼저 탈까? 줄이 길 거 같긴 한데 일단 롯데월드 하면 아틀란티스니까 그거부터 타보자.

INFP: (무서운 상상에 걱정이 앞섬) 아틀란티스 무서운데ㅠㅠ 그거 타다가 석촌호수로 빠지면 어떡해?ㅠㅠ

ISFP: (차분하게 안심시켜줌) 그럴 일은 없을 거야~ 너무 무서워하지 마 언니.


[아틀란티스를 기다리면서]

ESTJ: (아직 타지도 않았는데 타고 난 후의 일을 계획함) 우리 이거 타고 나와서 저기서 츄러스 사 먹자!

ISFP: 맛있겠다~

ESFJ: (딱히 싫은 건 없음) 좋아 좋아~

INFP: (아틀란티스 구경 중) 와... 나 탈 수 있을까? 타다가 저 안전벨트 풀리면 어떡해?ㅋㅋ 땅도 흔들려...

ENFP: (대기 1시간 남은 상황에서) 나는 벌써부터 손에 식은땀 난다구. (워치로 심박수를 확인함) 와... 나 지금 심박수 120이야...

ENTJ: (탄다고 죽기야 하겠어?) 속도가 엄청 빠르긴 하네... 나는 심박수 90 임ㅋㅋ


[폐장까지 40분을 남겨놓고]

ESTJ: (남은 시간을 어떻게 활용할지 빠르게 판단함) 우리 지금 40분 정도 남았는데 뛰어가면 후렌치 레볼루션 탈 수 있을 거 같아. 저쪽 길로 가서 올라가면 될 거야! 뛰자! (앞장서서 뛰어감)

ENFP: (저걸 타는 모습을 상상하기도 했고 호기심이 생겨서 일단 타보고는 싶음) 그래그래! 그러자! (호다닥 뛰어감)

ISFP: (별다른 반응 없이 바로 뒤쫓아 따라감)

INFP: 일단 가보자~ 영훈이(최애 아이돌 멤버)가 있을지도 몰라~

ESFJ: (힘들지만 그래도 다 같이 하나라도 더 타면 좋겠지? 나만 안 뛰는 것도 이상하지.) 좋아~

ENTJ: (일단 뛰어라도 보자. 마지막으로 하나 더 탈 수 있을지 누가 알아?) 그래~


[뛰어갔지만 결국엔 타지 못하고…]

ESTJ: 아.. 아쉽다. 그럼 우리 회전목마 앞에서 기념사진 찍고 나가자!

나머지: 좋아!

(회전목마 앞에서 힘들게 셀카로 단체사진 찍는 중)

ENFP: 다른 사람 찍어드리고 우리도 찍어달라고 하자! (셀카를 찍고 있는 커플에게 다가감) 혹시 제가 사진 찍어드릴까요~? (정성껏 찰칵찰칵) 카메라 봐주세요~ 스마일~ 꺄르륵~ 너무 예뻐요~~ (촬영을 마치고) 저희도 찍어주실 수 있을까요? (부탁 들어주심) 저기로 모이자~~

나머지: (우르르 이동함) 다행이다~ 감사합니다~

ENFP: 다 같이 손하트~ 다음은 꽃받침~ 다음은 양손 브이~


화보 촬영이나 다름없던 마지막 일정을 끝으로 놀이공원을 빠져나왔다.




이보다 인상 깊은 에피소드도 많지만 특별히 기억에 남았던 일들을 가져와보았다. 글을 쓰면서도 느꼈지만 ‘어쩜 우리는 이렇게 다르지? 그런데도 어떻게 우리는 이렇게 잘 어울리지?’라는 생각이 계속 들었다. 각자의 성격이 MBTI의 설명과도 들어맞다는 사실도 신기할 뿐이다.


MBTI가 있어서 친구들의 생각과 행동을 더 쉽게 이해할 수 있던 것 같다. 비록 MBTI가 심리학계에서는 환영받지 못하는 지표이지만, 적어도 일상에서 우리를 표현하는 또 다른 ID가 된 걸 보면 결코 무시할 수 없는 주제이지 않을까? 상대방의 MBTI를 안다면 그 사람의 입상에서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되고, 이해할 수 없다고 판단을 내리기 전에 ‘내가 정답은 아니잖아’라며 나의 생각에 쉼표가 생긴다는 것도 MBTI가 주는 장점이라고 생각한다.


주어진 시간을 최대한 알차게 보내기 위해 추진력을 내며 애를 쓴 ESTJ, 그에 못지않게 자신만의 논리에 따라 상황을 판단해준 ENTJ, 모두에게 좋은 일이라면 딱히 반대하지 않고 수긍한 ESFJ, 쾌활하고 발랄한 성격으로 모두를 웃기기도 하고 모두에게 겁을 주기도 한 ENFP, 터무니없는 상상을 해서 보는 이로 하여금 걱정스럽게 하지만 정작 본인은 그냥 하는 생각이었던 INFP, 일관적인 텐션으로 때로는 묵묵하게 때로는 단호하게 받아쳐준 ISFP.


요즘 나의 대학원 생활이 즐거운 이유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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