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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다람 Aug 21. 2022

달에 대한 솔깃한 이야기

달은 나에게 하나의 형용사로는 표현하기 힘든, 특별한 존재이다. 정확히 어떤 사건이 계기가 된 것은 아니다. 책이든 내가 직접 보고 느낀 것을 통해서든 작은 근거들이 모여서 ‘그러니까 달은 나에게 이런 존재야.’라는 결론에 이른 것 같다.



달님, 외롭고 쓸쓸한 마음을 아시나요


태양은 그야말로 자체 발광하며 빛을 내어 지구의 온 땅을 비춘다. 하지만 우리가 땅에 서서 두 눈으로 볼 수 있는 건 태양이 발산하는 빛일 뿐, 정작 태양 그 자체를 보기는 힘들다. 반면 달은 그렇지 않다. 태양 빛이 달에 반사되어 밤이 되면 쉽게 달의 모양을, 운이 좋으면 뚜렷한 표면까지도 볼 수 있다. 이는 달에서 절구로 떡방아를 찧으며 살고 있다는 옥토끼 이야기가 탄생한 배경이기도 하다.


까만 밤하늘에 홀로 하얀빛의 구형 물체로 떠있는 달을 보면 왠지 모르게 외롭고 애처로운 느낌이 든다. 단순히 배경과 물체의 밝기 차이만이 그러한 느낌을 준다고 생각하진 않는다. 태양빛의 반사체로서 달도 어쩔 수 없이 자신의 울퉁불퉁한 표면을 드러내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


태양은 그 표면이 용광로처럼 들끓으며 스스로 에너지를 만들어내지만 달은 그저 태양빛을 받아야만 모습을 드러내는 존재일 뿐이다. 때로 내가 내 삶의 주체가 아닌 객체가 된 것처럼 내 의지대로 일을 해내지 못해 처량한 감정들이 밀려들어올 때 달이 마치 나의 상황을 대변하는 것 같다. 그래서 달을 보면 나도 모르게 더 애착이 가는 것이 아닐까.



나와 같은 달을 보고 있을 누군가에게


나는 운명 중에서도 특히 인연에 있어서 만날 사람은 어떻게든 만나게 된다는 ‘만남의 운명’을 믿는다. 한창 무라카미 하루키 작가의 <1Q84> 책에서 헤어 나오지 못하고 있을 때 밤하늘의 달을 유심히 올려다보곤 했다. ‘내가 만나게 될 운명의 사람도 같은 달을 쳐다보고 있겠지. 지금 나와 같은 달을 올려다보고 있을 그 사람을 언젠간 만나게 되겠지.’ 이런 생각은 나에게 작은 희망과 기대감을 갖게 해 주었다.


달을 보면서 다가올 인연뿐만 아니라 보고싶고 그리운 사람들을 떠올리기도 한다. 그리고 ‘그 사람도 지금 나와 같은 달을 보고 있겠지’라고 생각한다. 우리는 저마다 각자의 이야기로 다른 삶을 살아가고 있지만 한편으로는 모두 같은 달을 바라보고 있다. 결국 우리는 달을 중심으로 비밀리에 연결되어 서로에게 존재 그 자체로 영향을 주고받으며 살아가는 거대한 공동체인 것이다.





요 근래에 올해 마지막 슈퍼문이 떴다. 남편과 하루 일과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우연히 마주한 그 달은 내 시선 끝에 보란 듯이 큼지막하게 떠있었다. 오랫동안 잊고 있었던 달의 의미는 그 모습만큼이나 강렬하게 나의 머릿속에 가득 찼다. 내가 한때 달을 보며 만나길 고대했던 그 사람이, 지금은 나와 손을 잡고 같은 달을 바라보고 있었다. 어쩌면 달은 이미 그렇게 될 것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을 지도… 새벽녘에 접어든 지금도 달은 끊임없이 공전과 자전을 하며 새로운 만남의 운명을 준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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