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호사는 검사 결과를 기다리는 사람들을 한 명씩 호명하며 결과를 발표했다.
김다람 님, 양성입니다_
많은 사람들이 지켜보고 있는 자리에서 공개적으로 확진을 통보받아 조금 당황스러웠지만, 이미 예상했던 결과였다. 저녁부터 갑자기 열이 나고 마른기침이 잦아지더니 다음날 아침이 되어서는 증상이 더 심해져 이미 양성임을 직감했다.
격리 둘째 날로 넘어가는 날 새벽에는 오한이 심하게 와서 옷을 긴 팔, 긴 바지로 갈아입고 이불까지 꽁꽁 싸매고 잤다. 얼마나 추웠으면 꿈속에서도 추운 겨울 날씨 속에서 아슬아슬하게 눈 길 운전을 하고 있었을까. 그 와중에 뜬금없이 빙그레 바나나 우유를 먹고 있던 내 모습은 마치 드라마에서 몰입을 방해하는 PPL 광고를 보는 것 같았다. (다음날 나의 부탁에 남편이 바나나 우유를 사다 줬으니 그 광고는 성공한 셈이다.)
3-4일 만에 발열, 기침, 인후통, 두통, 근육통, 구토 직전의 메스꺼움, 그리고 소화기 문제까지 흔히 알려져 있는 코로나 증상들을 종합해서 겪고 나니 온 몸에 힘이 빠졌다. 그제야 코로나가 무서운 존재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남편만큼은 코로나에 걸리지 않길 바랐다. 다음 주 중요한 체육 대회를 앞두고 있었기에 적어도 그 대회에는 지장이 없었으면 하는 마음이 컸다. 오랜만에 참여하는 기회이기도 하고 그만큼 남편이 기대가 컸으니 말이다. 하지만 나의 바람은 빗나갔다. 하필 코로나 확진으로 인한 격리기간이 대회 당일까지였던 것. 남편은 이를 아쉬워할 겨를도 없이 오한과 고열에 앓아누웠고, 그렇게 남편과의 공동 격리가 시작됐다.
남편과 일주일 24시간 내내 한 공간에서 붙어지내는 건 처음이었다. 남편의 증상이 어느 정도 나아지자 함께 시간을 알차게 보낼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하기 시작했다. 거실 서랍 구석에 박혀있던 루미큐브를 꺼내서 ‘번거롭게’ 손으로 카드를 옮기며 게임을 하고, 사촌동생을 놀아주려고 사놓았던 <인생게임>을 펼쳐놓고는 남편과 ‘머리를 맞대고’ 복잡한 게임의 규칙과 아이템의 의미를 연구하기도 했다. 예전에 인화만 해놓고 방치했던 사진들을 앨범에 정리하고, 좋아하는 넷플릭스 드라마를 정주행 하고… 우리는 일을 벌이고 해치우고를 반복했다.
집 밖 세계가 그리워질 때쯤 나의 격리는 해제됐다. 외출 준비를 마치고 격리 기간이 아직 남아있는 남편에게 다녀오겠다며 인사했을 때 남편은 나의 외출을 부러워하는 눈빛을 보이면서도 내심 혼자만의 자유시간이 생겨 기뻐하는 듯했다. 그리고 며칠 뒤 얼마 남편도 일상으로 복귀했다.
남편과 함께 최악의 몸 컨디션을 겪으면서 누가 더 아프네 마네 따지고, 서로의 증상을 비교하면서 목이 아프느니 차라리 오한이 오는 게 낫겠다는 둥, 사소한 걸로 티격태격하고, 그러면서도 격리 동안 모든 걸 함께 하겠다며 집안에서 굳이 일을 사서 만들곤 했던 일들 모두 지금 생각해보면 평범한 일상에서 얻기 힘든 추억인 것 같다.
우당탕탕, 비밀리에 소란스러웠던 우리의 공동 격리 생활은 이렇게 끝이 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