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00km 기념으로 쓰는 달리기에 대한 잡생각들
0. 언젠가 누가 나에게 '너가 가장 꾸준히 하고 있는 건 뭐야?' 라고 물었다.
심각한 질문은 아니어서 그냥 생각나는 대로 답했는데 '달리기' 와 '독서'였다.
1. 술자리에서 각자 좋아하는 것에 대해 말하다가 누군가는 '축구' 누군가는 '서핑' 나는 '달리기' 였다. 그 중에 한명이 '얘는 다른 팀과 싸우기, 쟤는 자연과 싸우기, 너는 나 자신과 싸우기 네' 하며 웃었다. 생각해보니 나는 주로 나 자신과 대화하기, 나 자신과 싸우기(?) 나 자신과 시간 보낼 때가 제일 좋고, 편하고 간절하다.
2. 최근에는 너무 자주 달리거나 달릴 때 오래 달리면 하루가 다 가버려서 일주일에 2번만 달리려고 계획을 세웠다. 날씨를 확인하고, 저녁 약속을 확인하면서 이번 주는 언제 달릴 수 있을 지 고민하는 게 즐겁다.
월/수 나 화/토 처럼 고정 일정을 잡을까 하다가 그냥 되는대로 달리는 게 더 재밌을 것 같아서 내 맘대로 달리는 중이다.
3. 좋아하면 계속 그것만 보인다. 달리기에 관한 책을 발견할 때 어라? 하면서 즐겁고 달리기 좋아한다는 사람 만나면 붙잡고 더 얘기하고 싶다. 마라톤 나갈 생각이라거나, 나가봤다는 사람 있으면 괜히 얘기 나누고 싶다.
무라카미 하루키의 달리기에 대한 책과 '아무튼 달리기' 라는 책도 읽었는데 공감도 가고 대단하기도 하고 웃기기도 했다. 아직 "도시를 달리는 사람들" 이라는 책은 찜해두고 사읽지는 못했다. 사두고 안읽은 책이 너무 많아서 미루는 중인데 곧 읽고 싶다.
4. 올해 생일에 최측근으로부터 '러닝화'를 생일선물로 받았다. 코로나 이전 헬스장에서의 러닝머신 시절과 코로나 이후 야외 달리기를 포함하면 꽤 오래 달려왔다. 근데 달리기에 대한 책도 읽고, 자주 달릴수록 신발이 너무너무 낡은 거였다.. 사실 내가 신던 신발은 약 10년 전에 외국에 살 때 어차피 이 나라에 길게 살진 않을 것 같아서 대충 신고 버리려고 세컨 샵에서 발 사이즈 맞고 가벼운 걸로 아무거나 산 것이었다. 그걸 10년 째 들고 이사 다니며 여태 달리기할 때도 신었던 것이다.. 그래서 여기저기 헤지고 내장되어 있던 플라스틱까지 다 튀어나와서 내 발을 아프게 했다. 새로 산 러닝화를 신으니 뭔가 달리기 인생의 새로운 챕터가 시작된 것 같았다. 내 생에 처음 가져보는 러닝화다. 두고두고 기억에 남을 것 같다.
5. 어제 달리고 오니 여태 NRC(나이키 러닝 앱) 로 기록된 거리만 1,700km 라고 나왔다. 뿌듯하기도 하고 2,000km 찍고 싶기도 했다. 이제 이 정도면 꽤 지독한 취미 달리기 애호가로써.. 달리기에 대한 글을 써보고 싶은 마음이 생겼다.
6. 써보고 싶은 것 : 마음이 힘들 때 달리면 달라지는 생각들, 달리기를 하고 나서 쓴 메모들 공유, 똑같은 곳을 달릴 때 매일 다르게 보이는 풍경들, 매일 같은 곳을 달리다가 다른 곳을 달릴 때의 설렘, 달리기 할 때 양말을 고르는 재미, 달릴 때 들으면 좋은 음악/팟캐스트/유튜브 등, 마라톤이라는 것에 대한 개인적인 생각, 각종 날씨에 따라 달라지는 그 날의 달리기 느낌, 해외 여행가서 달리기를 해보고 싶은 나의 꿈, 영업을 위한 달리기의 효능 설파.. 등
하나씩 써보아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