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견 가득한 세상 속에서 사랑을 외치다
한 마을이 있습니다.
깊은 산골,
한 아이가 마을 곳곳을 돌아다니며
곤충들을 관찰하고 있습니다.
그러던 아이는 갑자기 쓰러집니다.
산중에서 말이지요.
그리고…
장면이 바뀌어 관 안으로 들어가는 아이,
아이의 독백과 함께 영화의 이야기가 시작됩니다.
"사람들은 말해요
아빠의 잘못으로 사람들이 아프게 되었다고요."
사람들이 모여
즐거운 한때를 보내고 있습니다.
한 늙은 악사의 공연을 보며 흥에 겨운 사람들.
갑자기 누군가가 자리에서 일어나 한 노인을 가리키며 소리칩니다.
“아저씨가 열병에 약이 있다고 했어요,
거짓말하는 거 아녜요!
아저씨 말해봐요!”
“물론 있지.”
한 노인이 일어서서 대답합니다.
그는 자오 형제의 아버지입니다.
말을 듣자마자 소리치며 한 여자가 일어나 한 남자를 가리키며 소리칩니다.
"말도 안 되는 소리 하지 마,
치첸이 그런 건 없다고 했단 말이야.”
그런 그들을 보며,
사람들 사이에 웅성임이 일어납니다.
“아버지,
어쩌자고 거짓말을 해요.
결국 모두들 알게 될 거잖아요.”
평화로운 밤 풍경은
이들 부자의 대화로 소란스러워집니다.
‘치첸’ 은 결국 아버지의 손에 의해
사람들 앞에 끌려 나와 무릎 꿇려지고
자리를 박차고 사라집니다.
“사실 열병에 대한 약은 없어요.”
진실을 고하며 머리를 조아리는 노인,
둘러서 있는 사람들 사이로 노인은 머리를
땅에 부딪히며 용서를 구합니다.
난장판이 되어버린 공연장,
목청 돋우던 늙은 악사가 갑자기 쓰러져 버리고
사람들은 떠나가기 시작합니다.
영화 '최애' (最爱, 한국명은 ‘인생은 기적’)
의 첫 장면은 이렇게 죽음의 모습들로 시작됩니다.
무언가 비밀을 감춘 것 같은 마을.
한적한 농촌마을의 모습이지만 웃는 사람들의 모습 뒤로는 죽어가는 이웃들이 보이고, 약을 찾아야 한다는 이야기들이 들립니다.
도대체 이 마을에는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요?
머리를 조아리던 노인이 야이기 합니다.
“내 아들 첸으로 안해
사람들이 아프게 되었다.
…
학교가 지금 비었으니,
아픈 사람들은 학교에서 모여살게 하자.
내가 그들을 책임지겠다.”
노인의 제안을 고민하던 사람들은
하나둘씩 짐을 싸고 학교로 들어오게 됩니다.
학교에 모인 사람들은 저마다 자신들의 사연이 있습니다.
배우자와 자식에게 버림받은 사람들,
가족에게 버림받은 사람들,
모두가 학교에서 모여 서로에 의지하며 생활합니다.
그러던 어느 날,
누군가가 짐을 들고 학교에 도착합니다.
눈에 띄는 핑크빛 웃옷을 입고 등장한 한 여인.
이 영화의 다른 주인공,
‘친친’ 이 학교로 들어섭니다.
1990년대 중국,
자본주의의 열풍이 온 사회를 진동시킵니다.
부자가 되는 것이 사회의 가장 큰 목표가 되기 시작한 상황. 중국의 하남성의 시골 마을에도 이런 열풍이 불어닥칩니다.
가난한 시골 마을,
농부들을 찾아온 사람들 중에는 주사기를 든 사람들도 있었습니다.
바로 <매혈(買血) 상> 들이
농민들의 피를 구하기 위해 시골마을을 돌아다니기 시작한 것입니다.
허가받지 않은 매혈...,
돈이 된다면 무엇이든 팔든 시절,
농촌은 적은 돈으로 신선한 피를 살 수 있는 무한한 텃밭이었습니다.
소독되지 않은 주삿바늘,
감염에 대한 무지함.
매혈의 문제점이 세상에 떠오를 무렵,
하남성에서만 무려 17만 명의 에이즈 감염자가 채혈 과정에서 발생하였습니다.
(그리고, 혈액이 병원에서 사용되면서 최소 13만 명의 에이즈 감염자가 추가 발생되었다고 합니다)
주민들이 말하는 '열병' 은 바로
이 과정에서 발생했던 '에이즈' 였습니다.
하지만 순박한 시골 사람들에게
이 병의 이름을 가르쳐 주는 사람들은 아무도 없었습니다.
현실을 알리려는 여러 사회 활동가들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이들은 미화 5달러의 배상금을 받고 입을 닫아야 했습니다.
2005년 이후,
이러한 불법 채혈에 관여하여 폐쇄된 무허가 의료기관은 27만여 곳, 혈액은행은 5천여 곳이 넘는다고 합니다.
당시 하남성의 당서기인 ‘리장춘’,
그리고 후임이었던 당서기 ‘리커창’.
모두가 상무위원으로 중국을 좌지우지하는 최고의 자리에 올라갔습니다. 이들 하남성 피해자들의 목소리들을 뒤로하고 말이지요.
영화의 이런 광풍이 불어 친 후에
남아있는 사람들의 모습을 조명합니다.
민감한 주제와 수많은 스타들이 제작에 참여했다는 점으로도 이 영화는 많은 주목을 받았습니다.
하지만,
끝이 연상되는 소재라는 점에서 영화의 전개는 다소 밋밋할 수도 있습니다.
그럼에도 이 영화는
'사람' 들에 초점을 놓고 본다면
많은 볼만한 부분들이 있습니다.
먼저 시대의 파도를 탄 사람들이 보입니다.
치첸은 이 마을에 불어닥친
매혈을 적극적으로 주도한 인물입니다.
아이러니하게도 그로 인해 돈을 벌었지만,
그 역시 아들과 마을 친구들을 잃었습니다.
학교에 모인 죽어가는 마을 사람들에게
치첸이 등장해선 전화번호를 던집니다.
이제는 죽을 날만 남았으니
좋은 '관' 이 필요하면 찾아오라는 것입니다.
이런 악독한 치첸도 가족을 버리지는 못합니다.
모진 말을 뱉어내면서도 계속 아버지와 동생 주변을 맴돕니다.
돈이 바꾸어버린 세상,
시대에 파도를 타려다 너무 멀리 나아가버린 그의 불안정한 내면이 영화 곳곳에 보입니다.
마을 사람들은 어떨까요?
영화에는 여러 마을 사람들이 나옵니다.
이미 병이 걸려 죽음을 기다리는 이들과,
가족 누군가가 병에 걸려 사별했거나 해어져 살아야 하는 이들.
죽을 날을 기다리는 이들은 가재도구를 팔아,
다시 돈을 가지고 치첸을 찾습니다.
이렇게 일을 만든 치첸에게 죽어서 누을 좋은 관을 사기 위해서 말이지요.
친친 의 남편은 매몰차게 버린 그녀를 찾아와 수시로 감금하고 구타합니다. 그럼에도 옛날 사고 방식의 사람들은 병에걸린 그녀가 죄인인 양 그를 말리지 못하지요.
병에 감염되지 않은 운좋은 마을 사람들은
이들 학교의 주민들과의 접촉을 꺼립니다.
어제까지 가족이자 이웃이었던 사람들이 서로를
마을에서 쫓아내고 피해 다니기에 바쁩니다.
공동체의 신뢰를 잃어버린 마을...
가족과 친구를 잃어버린 그들의 모습이 영화 곳곳에 보입니다.
영화의 중반부는
‘더이(곽부성)’ 와 ‘친친(장쯔이)’ 사랑 이야기를 풀어냅니다.
내일의 삶도 모르는 불안한 미래,
가족에게도 버림받은 그들이기에 서로의 아픔을 더 잘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서로에게 끌리는 남녀,
하지만 현실은 그리 녹록하지 않습니다.
멸시와 학대 속에서 승려가 되어 출가를 할까 고민하는 친친, 그런 친친을 더이는 순수한 마음으로 사랑합니다.
완강히 피하던 친친도 그런 더이에게
서서히 마음을 열기 시작합니다.
친친과 같이 살고싶은 더이,
더이 의 가족은 이미 그를 버리고 떠났지만,
친친의 남편은 금전을 요구하며 그녀를 떠나려 하지 않습니다.
간청하는 그들에게 친친의 남편은 더이 의 집을 요구합니다. 더이는 그런 그에게 집문서를 넘기고 그녀와의 삶을 택합니다.
현실에 사랑을 위해 불안한 미래를 안고서도 같이 살기로 결심한 두 사람. 그들은 허름한 집을 얻어 새로운 신방을 꾸밉니다.
그리고
행복한 시간을 보내던 어느 날,
중국 정부가 발급한
'결혼증명서' 가 그들 앞에 도착합니다.
증명서를 보면서 너무나 행복해하는 두 사람.
결혼증명서를 품에 안고 친친과 더이는 문밖으로 나섭니다.
여느 신혼부부들과 같이
붉은 옷을 차려입고, 사탕을 사고,
사람들에게 인사를 다닙니다.
(중국에서는 결혼한 신혼부부가 붉은 옷을 입고,
사탕을 하객들에게 나누어주는 관습이 있습니다).
그런 그들과 접촉하기를 꺼려 하며
두 사람을 피하기 바쁜 마을 사람들,
하지만 이들 부부는 당당하게 사탕을 돌리며,
자기들을 피하는 세상을 조롱하듯 크게 웃음 짓습니다.
왜일까요?
저는 이 장면에서 오래된 영화 오아시스의 한 장면이 생각이 났습니다.
사회의 한 켠에 숨어 괄시 받으며,
그늘에서 살 수밖에 없는 사람들.
그들의 사랑을 바라보는 우리는 동네 사람들과 같은 편견속에서 그들을 바라본 적은 없었을까요?
영화의 후반부에 결혼증명서를 들고 행복한 표정으로 벽에 기대어 있는 친친 의 모습이 나옵니다.
증명서를 열어 기쁘게 내용을 읽어가던
친친의 눈동자가 서서히 붉어집니다.
그동안의 서러움이 밀려오는 듯,
눈물을 떨어뜨리는 친친.
격정적이진 않지만 조용히 그렇게
서로를 바라 보며 두 사람은 눈물을 짓습니다.
자오더이, 샹친친
두 사람은 그들의 의지로
중국 혼인법에 따라 부부가 되었음을 증명함.
친친은 화면을 향해 마치
그들을 차별하던 세상에 외치듯이
증명서의 내용을 계속해서 되뇌이다 목이 매입니다...
그렇게 진한 봄꽃 향기처럼 여운을 남기며
두 연인이 마주보며 서 있습니다.
마치 오늘이
세상의 마지막인것 처럼...
#영화 #중국영화 #최애 #쭈이아이 #인생은기적 #곽부성 #장쯔이 #에이즈#하남성 #메혈 #루광 #最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