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Movie Libre

몰락(Der Untergang)

반성과 견제없는 권력이 만들어낸 비극

by Le Studio Bleu

<< 제3제국 >>


몰락 (Der Untergang, 독일 등 2004년)


제가 자주 보는 일요 프로그램 중,

<서프라이즈> 가 있습니다.

오랜 장수 프로그램이지요.


한 번은 그 서프라이즈에서 가장 많이 등장한

인물의 이야기를 결산한 적이 있습니다.


결과는 누구였을까요?


그는 바로 2차 세계대전의 원흉,

독일 제3제국의 총통 '아돌프 히틀러' 였습니다.


평범한 중산층 집안 출신,

청년 화가 지망생,

1차 세계대전 하사관으로 참전,

그리고 기나긴 무명생활


그런 그가 독일의 희망으로 등장하여

사람들의 향수를 자극하고,

결국 한 나라의 총통이 됩니다.


그의 인생 역정을 보았을 때, 한나라의 지도자가 되었다는 것은 아이러니하기만 합니다.


어떻게 이런 지도자가 등장할 수 있었을까요?


그의 등장은 그만큼 극적이었고,

그러기에 지금도 많은 이야기 거리들을

만들어내고 있습니다.



<< 베를린을 사수하라 >>


눅눅한 벙커, 몰락해가는 제국의 마지막 보루입니다. 히틀러 역의 '브루노 간츠' 는 광기어린 명연기를 보여줍니다.


1945년,

나치 독일군은 희망 없는 공방전을 계속하고 있었습니다.


서부전선의 마지막 반격작전 '벌지 전투' 는 실패로 끝났고, 동부전선에서는 소련군이 폴란드를 넘어 독일 땅으로 달려오고 있었습니다.


수도 베를린이 위험한 상황,

총통의 가신들은 베를린을 떠날 것을 건의합니다.


하지만 총통의 의지는 단호했습니다.


떠나는 일은 없다
베를린을 사수하라!


문제는 베를린에 대한 방어시설이 충분치 않았다는 것이었습니다. 베를린이 전쟁에 휘말릴 거라는 생각은 아무도 하지 못했기 때문이지요.


그러기에 히틀러의 고집은

베를린 시민들에게는 재앙일 수밖에 없었습니다.


부족한 군인들을 보충하기 위해 수많은 시민들이 동원되었고, 조금 있으면 벌어질 잔인한 전쟁으로 투입될 준비를 하고 있었습니다.



<< 혼란... 그리고... >>


영화는 함락전의 베를린의 풍경과 벙커 안에 있는 히틀러 참모부의 이야기를 히틀러의 마지막 비서 중 하나였던 트라우들 융게 (Traudl Junge) 의 시선으로 보여줍니다.


<트라우들 융게 (좌)> 의 실제모습, 영화에서는 독일배우 <알렉산드라 마리아 라라 (우)> 가 연기하였습니다.


영화의 초반부에는 확신에 찬 사람들이 나옵니다.


방공호로 소집되는 사람들,

융에 와 일행들은 히틀러를 직접 보고 감격스러워합니다.


전선의 상황과는 상관없이 벙커 내부에 사람들은 자신에차 있습니다. 다름이 아닌 총통이 직접 지도를 보며 작전을 구상하고 있으니깐요.


지도를 쳐다보는 총통, 하지만 그 시각에도 지도상의 부대들은 사라져 가고 있습니다.
"스타이너의 부대가 전선을 달려와
침공해오는 저 소비에트 놈들을 물리칠 것이오!"


히틀러는 입버릇처럼 만나는 추종자들을 향해 이야기합니다. 그리고, 그런 그를 장군들은 불안한 눈으로 쳐다보고 있습니다.


이미 전장에서 올라오는 보고는 절망적입니다.


소련군은 마지막 방어선인 젤로 고지를 넘기 직전이었고, 그 시각에도 독일군 부대들은 지도에서 빠르게 사라지고 있었습니다.


전화기에 고함을 치는 '헬무트 바이틀링 (미하일 맨들)' 포병 대장


소련군을 저지하는 마지막 방어선,

독일군 지휘소에선 전화를 잡은 바이틀링 장군이 보입니다.


전화기에 대고 고함을 지르는 장군,

무슨 일인지 총통의 참모들은 그의 충성심을 의심하고 있습니다.


"나는 지휘소를 옮기지 않았어.
불과 1킬로 거리 앞에 적들이 있다고!"


그런 그에게 소련군의 포격이 날아듭니다!


겨우 죽음을 면한 바이틀링,

화가 나서 한 걸음에 달려간 총통의 벙커에는

눈치를 보며 아직 제대로 히틀러에게 전선의 상황을 보고 못하는 답답한 참모들의 모습이 보입니다.


이제 포탄이 벙커에도 떨어지기 시작합니다.


시시각각 몰려오는 패전의 공포,

이를 잊기 위해 벙커 안에서는 오랜만에 파티가 열립니다.


남은 물자들로 치르는 파티,

하지만 파티가 무르익을 무렵 거대한 포탄이

벙커 주변에 터집니다.


그리고 파티장은 아수라장이 됩니다.


혼란은 점점 가중되고,

희망을 가지던 사람들은 점점 패전의 공포를 느끼게 됩니다.



<< 전쟁의 대가 >>


이 영화는 히틀러 제3제국의

몰락의 기록들을 담고 있습니다.


전쟁의 참혹함을,

피 튀기는 전선이 아닌 작은 벙커 안에 모인 사람들과 점령당하는 베를린 시가지 모습을 통해 담담하게 보여줍니다.


끔찍한 장면들은 적지만 그럼에도

이 영화는 잔혹합니다.


잘못된 신념으로 무장된 지도층이 시만들을 광기로 이끌 때 어떤 결과가 벌어지는지 너무도 잘 나타내고 있기 때문입니다.


베를린의 방어선은 속절없이 무너져 내립니다.


베를린 외곽에서는 이미

정규군의 방어선이 대부분 붕괴되었습니다.


야전병원에는 부상당한 젊은 군인들이 버려져있고,

이들을 치료할 약품들은 부족합니다.


소련군이 쳐들어오면 버려진 이들은

살아남을 수 있을까요?


영웅으로 추켜세워지는 히틀러 유겐트 소년들
전선은 아이들의 목숨까지 요구합니다.

부족한 군인들을 채우기 위해

아이들이 전선으로 동원됩니다.


기초적인 무기 조작법만 베운 채 이들은

무지막지한 죽음의 군대들을 기다립니다.


모든 건물에서 비밀문서들이 소각됩니다. 그리고 전쟁 중에 받은 훈장들이 길 위로 버려집니다.
도시는 이미 거대한 불지옥이 되어버렸습니다.


패배가 기정사실로 받아들여집니다,

할 수 있는 것은 시간을 늦추는 길뿐...


모든 기밀문서들이 소각됩니다.

소련군의 포탄은 찬란했던 베를린을 불구덩이로 몰아넣습니다.


나치즘을 신봉하는 괴벨스 부부는 스스로의 손으로 아이들을 죽입니다.
그리고 그들 역시 자살을 택합니다.


벙커 안에서는 나치당 선전부장,

요제프 괴벨스(울리히 마테스)의 가족들이 도착합니다. 괴벨스의 부인(호리나 하르포흐)은 히틀러에게 매달려 흐느낍니다.


“국가 사회주의가 없는 세상에선 살아갈 수 없어요.”


종교와도 같은 신념이 무너졌을 때, 망상에서 깨어난 부모들은 현실을 인정하지 못합니다.


부모가 자식들을 자신의 손으로 죽입니다.

남편이 아내에 심장에 총을 겨눕니다.

그리고 자신의 머리에도 총을 겨눕니다.


살길을 찾아 나서는 이들
죽음을 잊기 위해 술을 들이키는 이들
그리고 스스로 마지막을 택하는 이들


세상의 끝을 마주하는 이들의 모습은 어떠할까요?


침몰하는 난파선의 쥐 때들 마냥,

흔들리는 인간들의 모습들이 곳곳에서 솔직하게

표현되기에 영화는 흥미롭고 또 무섭습니다.



<< 메시지 >>


세계대전을 일으키고 패전의 경험을 가진 독일.


그런 사람들이 선출한 나치(Nazi) 라는 집단.


영화는 곳곳에서 정당하게 선출된 권력이라도 건전한 견제 받지 못할 때, 어떤 파멸적인 일이 발생하는지를 배우들의 명연기로 말해줍니다.


소련군 앞에서 전의를 상실하고 도망치는 시민들은 붙잡혀 교수형에 처해집니다.
이런 희생을 저지해보려 하지만 역부족입니다.


방어선을 시찰하는 방어 사령관

'빌헬름 몽케(안드레 헤니케)' ,


그의 눈에 소련군의 기관총으로 돌격하다

속절없이 쓰러지는 사람들의 모습이 보입니다.


"저들은 뭐하는거야? 누구의 군대야?"


"괴벨스 장관의 부대입니다."


공포로 전선을 이탈한 이들을 처형부대가 잡아들입니다. 처벌은 사람들이 보는 곳에서의 공개 교수형...

학살을 저지해 보려는 움직임이 통하지 않을 정도로 상황은 통제가 되지않고 있습니다.


몽케가 괴벨스에게 이야기 합니다.
"밖에선 장관님의 <폴크슈트름 (국민돌격대)> 이
소련군에게 희생되고 있습니다.

그들은 전투 경험도 없을 뿐 아니라
변변한 무기도 없는 상황입니다.

무기 없이는 이자들이 싸울 수 없어요,
이것은 무의미한 죽음입니다.”


흥분한 괴벨스 는 그에게 고향 칩니다.
"난 그들을 동정하지 않아!
이것은 그들 스스로가 자초한 일이라고!

당신에게는 놀랄만한 일이겠지만,
혼자 멍청하게 굴지 마시오.

우리는 국민들에게 강요하지 않았어!
그들이 우리에게 권력을 위임했지.

그리고 그들은 지금 그 댓가를 치르고 있는 거야!"


괴벨스를 연기한 배우의 명연기 덕분일까요?

이 대사가 던지는 묵직한 메시지가 계속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습니다.


영화 초반, 베를린 방위전을 명령하는 히틀러에게 몽케가 묻습니다.

“총통께서 명령하신다면 저희 부대는
마지막 한 사람까지 싸울 겁니다.

하지만,
그로 인해 발생할 시민들의 피해는
어떻게 할지 여쭤봐도 되겠습니까?”

시민들의 손으로 선출된 히틀러는 대답합니다.

광기어린 지도자가 그를 선출한 시민들에게 말합니다...
전쟁 중에 시민이란 없는 거야.

전쟁 속에 시민이 서있을 자리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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