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Movie Libre

소설보다 이상한

삶이 희극과 비극 사이를 오갈때

by Le Studio Bleu
소설보다 이상한, (미국, 2006)

《택스맨 (Tax Man)》


해럴드 는 재미있는 구석이라곤 찾아볼 수 없는 고지식한 남자입니다. 항상 말끔한 정장 차림에 웃지도 않는 무뚝뚝한 성격.


오늘도 해럴드는 미국정부의 이름으로 납세 정의를 실현하기 위해 열심히 사람들을 만나고 있습니다.

밀린 세금은 다 받아내리라~!

그런 해럴드에겐 고민거리가 있습니다.

자신을 골탕 먹이며 뻔뻔하게 세금을 내고 있지 않는 한 빵집 때문이었죠.


오늘은 꼭 세금을 받아내리라 다짐하며

그 빵집으로 향하는 해럴드.


그런 해럴드에게 매력적인 가게의 여주인

안나 가 나타나 거침없이 이야기합니다.


정부는 세금을 걷어가서
사람들을 죽이는 무기를 사는데 쓰죠.

나라면 차라리 그 돈을
굶고 있는 아이들을 위해
기부하겠어요.


막힘없는 안나의 논리에

오늘도 아무런 대답도 못하는 해럴드.

(그럴것이 안나는 법대졸업생 이었거든요.

변호사가 되려던 사람과 말로 싸우는건 음~~)


그런 안나에게 해럴드는

정당한 '미국 정부의 채권'

납부하지 않고 있다고 으름장을 놓아봅니다.


그런 그에게 안나가 대답합니다.

"나가 뒈져"

결국 아무 말도 하지 못하는 해럴드.

오늘도 빵집 문을 나서며 생갹합니다.


사나운 안나가 무섭지만

이상하게 다시 눈길이 가는건?


《하늘에서 들리는 목소리》


밀린 세금들을 받기 위해

열심히 일에 열중하는 해럴드.

머리가 복잡한 해럴드에게 또 다른 고민이 있습니다.


얼마 전부터 알 수 없는 목소리가

계속 그의 귓가에 들리기 시작하는 것이었죠.


그 이상한 (여자의) 목소리는

어느날은 해럴드에게 질문을 하기도 하고,

어떤 때는 그가 하려던 행동을 다 알고 있다는 듯

자신의 행동을 먼저 말하기도 합니다.


시도 때도 없이 들리는 목소리,

그런데 어느 날 부터 그 목소리가 무시무시한 말을 하기 시작합니다.


“해럴드(너) 를 어떻게 죽일까?”


목소리도 무서운데 갑자기 자기가 죽다니요?


애써 무시해 보려던 그녀의 말들은 더욱 선명하게 들리고, 신경쇠약이 되어가는 헤럴드는 견디다 못해 심리상담사에게 찾아가게 됩니다.

도대체 나한테 왜 이러는 거야!!!

《마음에 문 열기》


심리상담사와 면담을 시작하는 해럴드


가볍게 면담을 시작하던 상담사는 해럴드의 증상이 다른 망상증 환자와는 다르게, 무언가 특이하다고 생각합니다.


그에게 들려오는 말투가 마치,

문학작품에서나 나올법한 것 같은 3인칭 하느님체 였기 때문이지요.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상담사는

해럴드를 데리고 어디론가 움직입니다.


어느 대학교의 조그만 방

그곳은 저명한 문학 전문가인

힐버트 교수님의 연구실이었습니다.

해럴드의 이상한 현상을 듣는 힐버트 교수, 그런 그에게 흥미를 느끼게 됩니다.


고리타분하고 깐깐해 보이는 힐버트 교수님.

하지만 그는 낡은 텔레비전을 틀어놓고, 소파에 누워서 보는 것이 취미인 소탈한 성격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 이상한 방문자 해럴드에게 흥미를 느낀 교수님은 제안을 합니다. 정기적으로 자기를 찾아와 고민을 상담할 것을 말이죠.


처음으로 누군가를 믿어보고

서서히 자신의 속사정을 털어놓는 해럴드


아직 그의 귓가에 이상한 소리는 떠나지 않고,

빵집의 밀린 세금을 아직도 받진 못했지만,

처음으로 누군가를 믿어보고, 자신의 이야기를 털어놓게 됩니다.


《인생, 두 장르에 대하여》


상담이 진행되면서

점점 마음의 안정을 찾아가는 해럴드


안나의 빵집을 찾아가는 그는 점점 이상한 기분을 느끼게 됩니다. 사납게 자신을 몰아붙이는 안나가 싫지않은 생각이 듦니다.


밀린 세금을 받아야 하는데 ....


해럴드는 이런 처음 느끼는 기분을

힐버트 교수에게 이야기를 하고 교수님은 그에게 재미있는 조언을 해줍니다.


"모든 소설이 내포하는

궁극적 의미는 2종류라네,


'삶의 연속성'

'죽음의 필연성'


비극이면 자넨 죽는 거고

희극이면 자넨 결혼하게 되는 거지.


대부분의 희극 주인공들은

소설 전반부에 등장인물과 사랑에 빠지지.


대게 그 인물들은 처음에는 주인공을 싫어하지만,

난 자네를 싫어하는 사람은 없다고 보네."


진지하게 상담하시는 교수님

그런 교수님의 조언을 들으며

해럴드의 머릿속에는 안나의 빵집이 떠오릅니다.


"교수님,

저는 국세청 사람이에요.

사람들은 다 저를 싫어한다고요."

해럴드는 아마도 비극의 주인공인 것 같으네요

울상이 되어 말하는 해럴드,

그런 헤럴드를 보며 힐버트 교수가 이야기합니다.


"알았네, 알았어.

요 근래에 자네를 보면

질색하는 사람을 만난 적 있나?"


안나가 머릿속에 떠오른 해럴드가 이야기합니다.


"세금을 안 낸 여자인데

저보고 나가서 뒈지라고 했어요."


그런 그를 보며 교수님이 이야기합니다.


"음, 희극 같구만,

잘 진행시켜 보게나."

왠지 현실 속에서 만나고픈 교수님

《목소리를 찾아서》


안나를 향한 마음이 무엇인지

힐버트 교수의 상담을 통해

알게된 해럴드는 조금씩 변해갑니다.


기타를 베우기도 하고,

그녀가 좋아하는 선물들을 골라 보기도 하고,

칙칙한 양복들을 벗어버리고

밝은색의 옷을 입어보기도 합니다.


그리고

변해가는 해럴드의 모습에

안나도 서서히 마음을 열게 됩니다.

안나에게 선물하는 해럴드, 그의 진심이 점점 안나에게 전해집니다.


안나에 대한 마음이 깊어질수록

세상이 내는 빛은 더욱 밝아보이고,

점점더 귓가에 들리는 목소리는 무서워 집니다.


여느 때처럼

교수님의 상담을 받던 해럴드


그는 연구실의 고물 텔레비전에서 들려오는

한 여자의 목소리에 깜짝 놀랍니다.


다름 아닌 자신의 귓전에서

그의 일상을 매일 이야기해주던

바로 그 목소리였으니깐요.


급히 교수님에게

목소리의 주인공을 찾았다고 이야기하는 해럴드


믿을 수 없는 그의 말에

반신반의하면서도 화면을 응시하던

힐버트 교수는 금방 그녀를 알아봅니다.


유명한 작가이지만 지금은 슬럼프에 빠져

한동안 작품을 내지 못했던 인물, 카렌 이었습니다.

사는게 뭔지~~, 유명한 그녀의 특기는 <주인공 죽이기> 입니다.


한 걸음에 서점으로 달려가

그녀가 쓴 최신 소설들을 본 해럴드는 깜짝 놀라고 맙니다.


서점 신간 테이블,

베스트셀러 소설책에 나와있는 남자,


깐깐한 택스맨,

세금 안내는 매력적인 빵집 주인,

상담사 교수님 이야기…


그 소설의 주인공의 이야기가 다름 아닌

현실에 있는 자신의 이야기였기 때문이었죠.


《예정된 마침표》


힐버트 박사는 심란하기만 합니다.

맙소사~~


소설가가 쓰는이야기가 현실 속으로 흘러들어와

멀쩡히 살아있는 사람의 인생을 결정하다니요?


그보다 더 심란한 건,

소설가 카렌의 이야기는 너무나 완벽하게 짜여 있었고, 그녀의 소설속 주인공들은 어김없이 죽어야했기 때문이었죠.


아직 마무리되지 않은 원고

현실 속의 해럴드를 알리 없는 카렌의 목소리는

계속해서 헤럴드를 어떻게 죽여야 하는지

고민하고 있습니다.


그런 해럴드에게 힐버트 박사는 이야기합니다.


”아쉽지만 지금까지 원고 내용과

그녀의 성향을 보았을 땐
주인공은 죽을 수밖에 없는 운명이네.”


그녀가 주인공을 죽이는 마무리를 하기까지는

시간이 많이 없어 보입니다.


어제까지 자신의 삶이 비극 이라고 생각하다가

다시 세상이 아름다워 보이기 시작한 해럴드


살아야 할 이유가 강해졌기에

해럴드는 포기할 수 없습니다

카렌을 찾아 해럴드는 발걸음을 옮깁니다.


드디어 카렌과 만난 해럴드.


자신의 소설이 운명을 결정짓는다는

이 말도 안 되는 소리에 당황해하는 카렌은

작품의 마지막은 절대 바뀔 수 없다고 합니다.


그런 카렌에게 지금까지 준비되었던

원고를 받아보는 해럴드.


찬찬히 원고를 읽어보고는

더 이상 빠져나갈 방법이 없다는 생각을 합니다.

젠장, 빠져나갈 구멍이 없어!

너무나 완벽하게 잘 쓰여진 이야기,

이제 마지막으로 남은 퍼즐 한 조각은 주인공의 비극적인 죽음 뿐입니다.


원고를 덮는 해럴드.

그는 다시 발길을 돌립니다.

완성되지 않은 소설의 마지막을 위하여.



《인생이라는 무대 위에서》


<소설보다 이상한>

개인적으론 너무나 매력적이라 느낀 작품입니다.


더스틴 호프만, 엠마 톰슨,

윌 페랠, 메기 질렌할...


이름만 들어도 알 수 있는 쟁쟁한 연기파 배우들이 큰 예산이 들어가지 않는 이 영화에 기꺼이 참여한 것을 보면, 참신한 시나리오가 가지는 힘을 다시금 느끼게 합니다.


내가 살고 있는 삶이 알고 보니 누군가에 의해 정해진 삶이고, 심지어 그가 생각하는 대로 나의 삶이 비극을 향해 한걸음씩다가 간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면

어떤 기분이들까요?

그런줄 알았다면 고생은 덜했을 텐데...


그런 의미에서 영화의 세계관은 모든 것이 짜여진 스튜디오이던 <트루먼쇼> 와도 닮아있습니다.


항상 자신을 지켜보는 기획자와 관중이 있고,

그 세트 안에서 정해진 미래를 살아가는 평범한 주인공인 트루먼은 어리숙한 원칙주의자 해럴드를 생각나게 합니다.

트루먼의 삶은 처음에는 '희극' 이었습니다. 정해진 룰만 넘지 않았다면 말이지요.

다만 해럴드와 다른 점이 있다면,

영화 속의 트루먼은 매우 행복한 남자였다는 것일까요? 정해진 룰만 잘 지킨다면 말이죠.

정해진 세계에서 깨닫지 못하고 살아왔던 주인공' 네오', 깨달음을 얻기 전까지 그는 평범한 세상의 구성원이었습니다.

또한

영화는 짜여진 현실을 깨닫고 저항하는 멋진 주인공 네오가 나오는 <매트릭스> 와도 닮아있습니다.


통제된 룰 안에서 묵묵히 살아갔다면,

수조 속에서 만족스러운 꿈을 꾸고 있었을 네오.

(그런 의미에서 네오도 희극의 주인공이었네요)


그런 네오를 각성시킨 것은 작은 알약 하나였습니다


《주인공은 바로 나》


이 영화의주인공 해럴드네오와 같은 대단한 능력을 가지고 있지는 않습니다. 오히려 주변 사람들의 안스러운 눈길과 도움을 받아야 하는 평범한 남자입니다.


'비극' 적인 인생의 주인공이었다가

'희극' 같은 인생의 주인공이 되었다가

다시 '비극' 의 주인공으로 변하는


주인공 해럴드의 감정 변화는

평범한 우리들의 모습과도 많이 닮아 있습니다.


영화에는 해럴드를 위해 도움을 주는

많은 사람들이 있습니다.


해럴드의 귓가에 들려온 소리처럼, 삶이 나에게 말을 걸어올 때 그 무게가 나를 누르고 혼란스럽게 만들 때, 혼자서 앓던 해럴드를 도와주던 사랑스러운 안나와 듬직한 힐버트 교수님이 있습니다.


어쩌면 인생이란 무대는 우리가 보기에 따라서는

'비극' 일 수도 '희극' 일수도 있다는 것을 영화는 말하고 싶은듯 합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삶이라는 무대 위에서 연기하는 우리가정해진 마지막을 바꾸고 싶다면,


'트루만' 이나 '네오' 처럼,

혼자서 위대한 영웅 이 될 필요는 없다는 것을 이 영화는 알려주는건 아닐까요?


나혼자 다 잘할 필요 없이 나를 사랑하는 주변인들과 함께 고민한다면, 어쩌면 평범한 우리들도 영웅이 될 수 있음을 말이죠.


여러분은 오늘은 어떠셨나요?

장막 앞에서 눈물짓는 비극의 주인공 이셨나요?

아니면 조명 아래에서 웃음짓는 희극의 주인공 이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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