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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e Studio Bleu Nov 26. 2019

코펜하겐

여행, 그 셀레임


코펜하겐 (2014, 미국/캐나다/덴마크)

캐나다 남자 '윌리엄 (게틴 안소니)' 은 얼마 전

아버지와 사별했습니다.


딱히 좋은 기억은 없는 아버지와의 시간들.

그런 그의 손에 죽은 아버지가 남긴 편지 한 장이 있습니다. 알아볼 수 없는 덴마크어로 되어있는 편지의 수신자는 얼굴도 알지 못하는 할아버지 입니다.


그런 그에게 갑자기 대담한 생각이 떠오릅니다.

얼굴 한 번 본 적이 없는 할아버지를 찾아 덴마크로 가보겠다는 생각이었죠.


물론 윌리엄은 덴마크어를 하질 못합니다.

하지만, '영어' 는 세계 공용어지 않겠어요?

 

대책 없는 캐나다 남자, 윌리엄 ~ 맞아요, 왕좌의 게임에 나오던 그 남자랍니다!


지도 한 장을 가지고 윌리엄은

덴마크의 수도 '코펜하겐' 으로 떠납니다. 그나마 함께 여행을 온 친구 '제레미' 가 있어 외롭진 않은 여정이었죠.


그런데 여행이 시작되던 날,

친구 제레미는 자기의 여자 친구를 같이 데리고 나옵니다.


자신과의 여행보다는 여자친구와의 시간에 더 관심이 있는 친구를 보면서 삐져버린 윌리엄, 여행길에 주인공은 계속해서 이 커플에게 진상짓(?) 을 시전 합니다.


커플들 앞에서 진상모드로 변하는, 윌리엄


그리고 당연히~~

같이 온 친구 커플들은 돌아가 버리고 맙니다.

시간차를 두고이긴 했지만, 이 말도 통하지 않는 나라에서 윌리엄 혼자 남겨진 거죠.


이제 윌리엄은 편지 하나를 들고 단서들을 찾아가야 합니다. 그런데 아는 이 없고 말도 통하지 않는 나라에서 이게 가능할까요?


막막한 현실을 마주하게 된 주인공,

이렇게 인어공주의 나라에서 윌리엄은 방향을 잃게 됩니다.



<< 인어공주를 만나다 >>


알아볼 수 없는 편지,


망연자실한 윌리엄은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호텔 카페에 앉아 말이 통하는 직원을 불러 세웁니다.


그런 그의 앞에 영어를 할 수 있는 똑 부러지는 여직원 한 명이 나타납니다. 귀여운 외모의 여종업원의 이름은 '에피 (프레드릭 달 한센)'.


친절하게도 그녀는

편지의 주소를 찾는 것을 도와주려 합니다.

바다에 빠진 윌리엄에게 인어공주가 나타납니다. 카페 종업원 에피가 영어를 알고 있었던 거죠


아니, 정확하게는 도와주려고 했습니다.

그만 그 편지 위에 커피를 쏟아버렸거든요.


그리고

편지에 적혀있던 주소는 지워져 버리고 맙니다.


불같이 화를 내는 윌리엄.

그런 윌리엄에게 살짝 화가 난 에피는 자신이 그 주소를 외웠다면서 한 장소를 알려줍니다. 거기로 가면 주소의 사람이 있을 거라고 말이죠.


반신반의하며 주인공은 그녀가 말한 곳으로 가보는 윌리엄. 하지만 그곳에는 전혀 다른 사람이 살고 있습니다.


화가 나서 다시 카페로 돌아온 윌리엄,

한 소리 하려는 그에게 에피는 그럴리 없다며 당돌한 제안을 합니다. 어차피 일하는 시간도 끝났으니 자기가 같이 안내를 해주겠다는 것이었죠.


내가 도와줄께! ~~ 그런데 왜?


그녀의 태도에 짜증이 치밀어 오르는 윌리엄이지만

이내 현실을 받아들입니다. 여기는 코펜하겐 이고 그는 덴마크어를 하지 못하는 촌사람 이었으니깐요.


바다에 빠진 왕자님

인어공주의 손에 건져 올려지듯이,

이제 두 주인공의 이상한 여행이 시작됩니다.


인어공주와 찐따 왕자님, 이제 둘의 이상한 여행이 시작됩니다.

<< 여행, 그 설레임 >>


첫 목적지는 윌리엄이 허탕을 친

바로 그 건물에서 시작됩니다.


편지의 주소로는 도저히 실마리가 잡히지 않는 상황. 그런 그들에게 아버지가 남긴 사진들이 보입니다. 그들은 범인을 찾는 탐정과도 같이 사진에 나와있는 장소들을 하나하나 찾아보기 시작하죠.


그런데,

윌리엄은 이런 일에는 영 소질이 없어 보입니다.

전혀 감을 잡지 못하고 허우적거리는 윌리엄을

보다 못한 에피가 앞장서서 이끕니다.


그리고,

처음에는 어색해하던 윌리엄도 어느새 에피의 속도에 맞추어 동화 같은 이 도시의 구석구석을 돌아보게 됩니다.


이제 둘은 코펜하겐 구석구석을 단서를 따라 돌아다니게 됩니다.

 

주인이 외출한 집에도 몰래 들어가 보고,

한적한 운하에 앉아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기도 하고, 같이 자전거를 타고 다니며 남아있는 단서를 찾습니다.


에피의 당찬 태도에 윌리엄은 당황해하면서도 그녀의 뒤를 따라다닙니다. 그리고, 단서들이 모여갈수록 그렇게 아름답지만은 않은 윌리엄 집안의 가족사에 대해서도 서서히 알아갑니다.


드디어 마주한 머~언 친척들, 그들은 윌리엄에게 할아버지의 흑역사를 이야기해 줍니다.


에피의 도움으로

윌리엄은 드디어 먼 친척들을 만나게 됩니다.


영어를 할 줄 모르는 그들을 위해 에피는 정성껏 통역을 해줍니다. 그리고, 윌리엄의 할아버지가 2차 세계대전 때 사람들에게 했던 일들과 아버지가 떠날 수밖에 없었던 이유에 대하여 알게 됩니다.


모든 사실을 알아버린 윌리엄.

왠지 이 여행이 그에게는 독이 된 것만 같습니다.


상심에 빠진 윌리엄을 보던 에피는 그런 그를 위해 둘이서 코팬하겐의 여러 곳들을 같이 돌아볼 것을 제안합니다. 마치 그들의 데이트가 예정되어 있었던 것처럼 말이죠.


일을 하랬더니 연애를 하는 두 사람, 이렇게 서로에게 점점 빠져들게 됩니다.

<< 단순하지만 특별한 >>


여행지에서 일어나는 설레는 만남.


단순하지만 매력적인 이야기 이기에 너무나 많은 영화들의 주제가 아닐까요? <코펜하겐> 역시 같은 주제의 영화들의 전개 방식을 따르고 있습니다.


하지만 뻔한 스토리를 다루는 영화임에도

이 영화는 지루하지 않습니다.

왜일까요?


영화를 보는 내내 저는 그 이유를

'신선함' 이라고 생각을 했답니다.


우리에게 생소한 나라, 덴마크 의 풍경들을 여행하는 주인공 일행을 따라가다 보면 어느덧 북유럽의 아름다운 정경 속에 있는 착각이 듭니다.

(아는 선배님은 덴마크 하면 '레고' 와 '안데르센' 밖에 떠오르지 않는다고 하더군요).


다음으로는 잔잔하지만 잘 배치된 스토리들.


영화 전반부에 처음 보는 윌리엄에게 다가가는 에피를 보면서, <비포 선라이즈> 의 사랑스러운 작업꾼 '제시(에단 호크)' 의 모습이 떠올랐습니다.


누군지도 모르는 사람에게 운명의 속삭임을 믿고

능청스럽게 데이트를 신청하던 모습 말이죠.

에단 호크 니까 가능한 거에요!


<비포 선라이즈> 스마트한 여주인공,

'셀린(줄리 델피)' 이 그런 사랑스런 의도를 알고 따라나섰다면, 이 영화의 남자 주인공 윌리엄 은 까칠하면서도 연애감각 무딘 그런 남자로 그려집니다.


그러기에 스토리의 전반부는

남주의 개인사를 해결하는 탐정들의 모습을,

후반부에는 점점 운명에 빠져드는 윌리엄의 감정 변화에 초점을 맞추는 계산된 연출을 보여줍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두 연인들의 달달하지만 긴장감 넘치는 '밀당' 이 스토리 곳곳에 있습니다.


서로의 마음을 조금씩 알아가는 두 연인들.

하지만, 이상하게 이 둘에겐 보이지 않는 선이 있습니다.


표현을 할 것 같으면서도 하지 않고,

선을 넘을 것 같으면서도 돌아서는 이들.

그런 밀당의 순간들이 영화 여러 곳에 배치되어 있지요.


(개인적으론) 감질나는 연애는 좋아하지 않지만,

두 연인의 귀여운 밀당이 평화로운 북유럽의 배경과 어우러져 영화의 템포를 균형 있게 이끌어 준답니다.물론 이 연인들 사이에 일어날 마지막 반전까지도 말이죠.

박물관에서 그녀와 똑같은 조각을 마주하는 두 연인, 수 백 년 전의 조각가는 이런 날이 올 것을 알고 있었던 걸까요?


오랜 시간 서로 다른 환경에서 자란 두 연인,

영화가 우리들에게 이야기하고픈

‘사랑’ 이란 어떤 모습일까요?

두 바다가 만나는 곳, 덴마크의 <스카겐> 해변. 서로가 방향을 잃지 않으면서도 하나로 어우러집니다.


"어릴 때 엄마와
 <스카겐> 이란 곳으로 여행을 갔었어.

그곳은 두 바다가 만나는 곳이야.

북해는 서쪽에서 동쪽으로,
발트해는 동쪽에서 서쪽으로,
두 바다가 서로 그렇게 흘러서 만나.

엄마는 그 모습이
완벽한 사랑의 모습이라고 했어.

서로의 방향을 잃지 않으면서도
하나로 어우러지는 모습 말이야."


에피가 말하던 스카겐의 모습,

사랑이란 이런 모습일까?

영화의 여운이 계속해서 전해져 왔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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