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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e Studio Bleu Dec 29. 2019

노 맨스 랜드

 전쟁이란 이름의 코미디


<< 분열된 나라 >>


노 맨스 랜드(2001년, 독일/ 벨기에/ 이탈리아/ 프랑스)


'소련' 이라는 커다란 나라가 있었습니다.

그리고 불과 수 십 년 전에 무너져 버렸죠.


그 극적인 상황이 벌어지고, 갑자기 전 세계는 혼란으로 빠져듭니다. 서로 합쳐져 기뻐하는 독일 같은 나라도 있었지만, 오랫동안 공산주의로 하나로 버텨온 나라들 중에는 금이 가기 시작하는 나라들도 있었습니다.


그중, 유고슬라비아 라는 옛 나라가 있습니다.


지금은 보스니아, 세르비아, 몬테네그로, 크로아티아, 마케도니아, 슬로베니아, 코소보 등의 나라로 쪼개져 버렸습니다만, 한 때는 모두가 같이 어울려 살던 땅이었지요.


그런 이 나라에 피바람이 일고 지금처럼 갈기갈기 찢어진 지도가 완성되었습니다.

도대체 이 나라에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요?

유고내전, 1991년 부터 시작된 이 전쟁으로 수많은 민간인들이 학살당했습니다.


1991년, 공산당의 지배가 약해지던 유고슬라비아.

유고 연방의 한 지역이던 <슬로베니아> 라는 곳이 독립을 선포하였습니다.


아직까지 나라를 유지하고 싶었던 중앙정부는 당연히 진압작전을 시작하였지요. 그리고 <슬로베니아 전쟁> 이 시작되었습니다.


6월에 시작된 전쟁은 7월 중순이 되자 휴전상태로 접어들었습니다. 비록 얼마 되지 않는 전쟁이었지만 양 측의 감정의 골은 깊어졌고, 결국 슬로베니아는 독립을 하게 됩니다.



<< 발칸반도의 도살자 >>


한 지역이 독립을 선포하자 또 다른 지역에서는 반대의 깃발을 올립니다.


<슬로베니아> 의 독립에 묻어가던 <크로아티아> 지역에서는, 독립을 반대하는 <세르비아> 계의 시민들이 소요를 일으킵니다. 다시 <크로아티아 전쟁> 이 시작된 것이죠.


방아쇠가 당겨진 것이었습니다.


<세르비아> 반군들을 진압하기 위해 <크로아티아> 병력들이 출동하였고, 결국 피비린내 나는 전쟁 끝에 크로아티아 군은 이 지역에서 승기를 잡게 됩니다.


점점 사그라 들 것 같은 전쟁의 불길은 엉뚱한 곳에서 다시 타오릅니다. 바로 이 남자 때문이었지요.

발칸반도의 도살자, <슬로보단 밀로세비치>


<슬로보단 밀로세비치> 가 1989년 극렬 민족주의 바람을 타고 세르비아의 대통령으로 선출됩니다.


세르비아 중심주의를 주장하던 그는 군대를 동원하여 다른 민족들을 학살하기 시작합니다.


1991년 그의 주도로 시작된 내전으로 보스니아, 크로아티아의 민간인 30만 명이 사망하게 됩니다.

1998년, 역사적인 전쟁범죄로 기록된 <코소보 내전> 을 통해 85만 명에 달하는 사상자가 발생하게  됩니다

(너무나 기록적인 범죄이기에 자세한 내용은 링크로 대신합니다).


민족이 다르고, 종교가 다르다는 이유로 서로 죽고 죽이는 상황.


어제의 이웃들이 오늘은 적이 되어 서로를 죽이고, 마을을 불태우고 부녀자들을 성폭행합니다. 그리고 이러한 비극의 뒤에는 민족주의 정치가들의 입김이 작용하고 있었지요.


이 영화의 배경은 이 피비린내 나던 코소보 내전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 야간행군 >>


<보스니아> 군대와 <세르비아> 군대가 전쟁터에서 격돌하던 전장.


한 무리의 보스니아 군인들이 야간행군을 하고 있습니다. 주변에 매복한 적이 있을지 조심하면서 조심조심 발을 옮기고 있습니다. 주인공 '치키' 는 이 보스니아 군인입니다.


안개가 자욱한 전장.

너무나 조심했던 탓일까요?


치키 일행은 앞에서 가던 본대를 놓쳐버리고 맙니다. 잔뜩 움츠린 체 이들은 아침이 되어 안개가 걷히면 다시 움직이기로 했습니다. 헹여나 모를 함정을 대비하기 위해서였지요.

낙천적이려 노력하는 치키(브랑코 쥬리치), 이 영화의 주인공입니다.


낮이 밝아오고 안개가 걷히기 시작하자 이들은 경악하고 맙니다. 


치키 일행이 위치한 곳은 아군과 적군이 아무도 들어오지 않는 곳, 두 군대 사이에 위치한 < 맨스 랜드(No Man's Land)> 였기 때문이었죠.


상황을 먼저 파악한 세르비아 군대가 치키 일행을 향해 사격을 시작합니다. 갑작스러운 사격으로 대부분의 전우들이 죽고, '치키' 역시 가슴에 부상을 입습니다. 그는 그의 동료 '체라' 를 끌고서는 간신히 버려진 참호 안으로 들어갑니다.


머리 위로는 계속해서 양쪽 군대의 총알이 날아다니고 있었지요.


보스니아 정찰대를 쓸어버렸다고 생각한 세르비아 군들. 그들은 혹시 모를 생존자들을 사살하고 상황을 파악하고자 정찰대를 보냅니다.


그리고 또 다른 주인공, 세르비아군의 신입병사인 '니노' 역시 정찰대로 차출됩니다.

베테랑 군인 같은 포즈의 니노(르네 비토라작), 사실은 햇병아리 신입 병사입니다.


니노는 노련한 한 상사와 함께 보스니아군이 기어들어간 버려진 참호로 들어갑니다. 죽은 시체들이 널브러진 참호 안 ...


시체를 보던 상사는 기발한 생각을 합니다.


보스니아군 시체 아래에 지뢰를 설치하여, 시체를 수습하러 오는 다른 적군에게 다시 피해를 입히기로  것입니다.


조심스럽게 지뢰를 준비하고 그 위로 쓰러져있는 '체라' 의 시체를 올려놓곤, 안전핀을 빼버립니다.


완벽한 부비트랩.

이제 누가 될지 모르는 불쌍한 보스니아 군인이 와서 '체라' 를 옮기는 순간 그와 같이 반경 30미터 안에 적군들은 모두 날아가버릴 것입니다.


흐뭇하게 자신이 만든 부비트랩을 지켜보는 그들 뒤로 참호에 몰래 숨어 이 장면을 지켜보는 사람이 있었습니다. 부상에서 살아남은 주인공 '치키' 였습니다.


치키는 조심 스래 총을 겨누고 부비트랩을 만든 세르비아군 상사에게 방아쇠를 당깁니다. 놀라 자빠지는 니노 앞으로 상사가 쓰러지고, 이제 총을 든 치키는 주도권을 쥐게 됩니다.



<< 부비트랩 >>


지뢰 위에 올라간 동료,

'체라' 를 바라보는 주인공 치키는 분노합니다.


시체마저 전쟁도구로 사용하다니요.

비정한 이들을 응징하기 위해 치키는 총구를 니노에게 겨누고 일촉측발의 상황이 벌어집니다.


그리고 바로 그 순간, 기절할만한 일이 벌어집니다.

죽은 줄 알았던 체라가 정신을 차린 것이었습니다!

살아있지만 움직일 수 없게 되어버린 '체라', 이제 이들은 지뢰가 터지지 않도록 해야 합니다.

눈을 뜨고 상황을 물어보는 '체라'

그런 그에게 치키는지금 당신이 지뢰를 깔고 누워있고, 움직이는 순간 우리 모두 형체도 없이 날아갈거라는 이야기를 해줍니다.


졸지에 산 송장이 되어버린 체라.

이런 동료를 두고 분노한 '치키' 와 '니노' 는 치고받는 형태를 보여줍니다.


"누가 전쟁을 시작했지?"


"너희가 시작한 전쟁이야."


움직이지도 못하는 '체라'를 앞에 두고, '치키' 와 '니노'는 이 원인을 누가 제공했는지를 가지고 티격 거립니다.


그런 둘이 한심해 보였던 '체라' 가 한마디 합니다.


"누가 시작하든 무슨 상관이야,

우리  같이  같은 상황에 놓였는데."


다시 정신이 돌아온 그들은 이 사태를 해결하고자 합니다. 하지만 뾰족한 방법이 떠오르지 않는 상황.


체라가 움직이면 모두가 날아가 버릴 거고, 그를 버려두고 도망을 가자니 참호를 나오는 순간 둘 다 상대방의 총에 죽을지도 모릅니다. '치키' 는 '체라' 를 두고 참호를 떠나고 싶지도 않구요.


서로 머리를 맞대고 고민하던 이들은 의견을 모읍니다.


참호 위로 벌떡 일어선 두 사람,

그들은 웃통을 벗어버리곤 서로의 진영을 향해 손을 흔듭니다. 제발 자신들을 이 곳에서 구해달라는 손짓 말이지요.

쏘지 말고 우리들을 구해달라고~!!!

<< 전쟁이란 이름의 코미디 >>


<노 맨스 랜드> 를 처음 접한 것은 국제영화제 의 한 상영관 에서였습니다.


보기와는 다르게 이 영화는 코미디 물입니다.

대사 하나하나가 풍자와 비꼼으로 가득 차 있습니다.그런 의미에서 '블랙 코미디' 라고 할 수도 있겠습니다.


저에게 이 영화가 기억에 남는 이유는 코미디 영화이고 중간중간 우스꽝스러운 상황들이 가득함에도 불구하고, 영화의 엔딩을 본 관객들 중에선 누구도 웃는 사람들이 없었다는 것이었습니다.


어제까지 친구고 연인이었던 사람들이 서로 총을 겨누고, 죽은 시체를 이용해서라도 상대에게 해를 끼치려는 것이 전쟁이라는 모습입니다.


그 섬찟한 발상이 전쟁의 단편적인 모습임을 알기에, 코미디 같은 상황의 전쟁에서도 우리는 쉽게 미소 지을순 없습니다.


영화의 중반부에는 또 다른 조력자가 나타납니다.

바로 UN입니다. 하지만, 평화유지를 위해 파견되어 있던 유엔은 무력하기만 합니다.


"우리는 평소처럼 구호품만 나눠주면 돼요." 


라고 무관심하던 그들이 기자들이 동원되고 사건이 언론에 조명을 받자 갑자기 태도를 바꿉니다.


전쟁은 사람들을 무감각하게도 변하게 합니다.

전선에서 상대방을 노려보고 있는 저격수 뒤로 볼일을 보던 한 병사가 이야기합니다.


"세상에, 콩고에서 지금 엄청난 사람들이 내전으로 죽어가고 있데!"     


그런 그가 한심하다는 듯, 다른 병사가 신문을 얼굴에 던집니다. 바다 건너 전쟁의 참상에 놀라면서도 정작 자기들이 죽인 민간인들의 숫자에는 둔감한 군인들.


시체 아래 지뢰를 깔아놓던 이들과 함께, 전쟁이란 행위가 얼마나 사람을 잔인하고 둔감하게 만드는지 상징적으로 보여줍니다.


유엔에서는 드디어 이들을 구원하기 위한 '최고의 폭발물 제거병' 을 투입하기로 결정합니다.


전 세계의 기자들은 이 특종을 놓치지 않기 위해 평소에는 관심도 두지 않던 <노 맨스 랜드> 로 몰려듭니다. 그리고 그 와중에도 전쟁 당사자들은 서로 총구를 겨누며 긴장을 늦추지 않습니다.

체라의 상황을 살펴보는 최고의 폭발물 제거병
지루한 전쟁에서 특종을 잡기 위해 기자들은 몰려옵니다.
그리고, 유엔군에게도 갑자기 이 전쟁이 중요하게 변합니다.


이제 영화의 결말은 어떻게 날까요?


지뢰를 깔고 누운 억세게 재수 없는 남자와 두 상처 입은 군인들은 이 개 같은 상황을 탈출할 수 있을까요?


전 세계의 모든 카메라가 이들을 지켜보고 있고, 영화는 마지막을 향해 달려갑니다. 스크린을 보는 관객들의 시선 역시 사로잡은 채로 말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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