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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e Studio Bleu Feb 29. 2020

조조래빗

어느 한 소년의 성장이야기


<< 용감한 토끼가 되어라! >>


조조 래빗  (2019년, 미국)


주인공 '조조' 는 체구가 자그마한 꼬마입니다.

그리고 누구보다도 열렬한 히틀러의 추종자입니다.


어느 정도냐면 그의 친구가 '히틀러' 일 정도이지요

(물론 진짜 친구는 아닙니다. 그의 상상 속에 존재하는 총통은 항상 그의 옆에 나타나서 조조에게 이야기를 걸어옵니다).

주인공 '조조' 옆에는 항상 그의 상상의 친구 '히틀러' 가 함께합니다.

총통의 친구(?) 답게 조조는 '히틀러 유겐트(소년단)' 캠프에도 지원합니다. 모두가 모여서 앞으로 만날 적들을 대비해 총을 쏘고, 수류탄을 던지는 법을 베우는 것이죠.


이 곳의 책임자는 전쟁으로 한쪽 눈을 잃은 '클렌젠도르프' 대위입니다.


풀어헤친 군복에 왠지 모르게 군기 빠진 모습, 캡틴이라 불리는 그는 아이들에게 희한한 시범을 보여주고는 캠프 프로그램을 진행시킵니다.

대위님의 사격 시범 모습

열렬한 나치 추종자인 '조조'.


앞으로 만날 적들을 모두 쓸어버릴 각오가 되어있지만, 현실은 혼자 구두끈도 매지 못하는 어린 소년입니다. 그런 조조에게 소년단 캠프의 선배들은 너무나 버겁기만 합니다.


체구가 작은 조조를 놀리던 아이들이 토끼 한 마리를 잡아옵니다. 그리곤 모두가 보는 앞에서 토끼를 죽여 볼 것을 요구하죠.


소년단의 선배들은 토끼를 죽이라고 말합니다. 조조는 토끼를 급히 놓아주지만...


이제 캠프의 선배들은 조조를 '겁쟁이' 라고 놀리기 시작합니다. 그리고 토끼 한 마리 어떻게 하지 못하는 그에게 '래빗(토끼)' 라는 별명을 붙여주게 되죠.


상처 받은 조조는 놀리는 아이들 사이를 밀쳐 나아가 혼자 숲 속으로 사라져 버립니다.


훌쩍거리며 울고 있는 조조에게 그의 친구 히틀러가 찾아와 용기를 불어넣습니다.


"토끼는 약해 보이지만 마지막엔 살아남는 영리하고 강인한 동물이다. .... 조조, 토끼가 되어봐!"


이 말에 감동을 받은 조조,

그를 찾아온 친구 요르키를 남겨두고 조조는 앞으로 뛰어 나갑니다.


마침 소년단 아이들은 수류탄 던지기 훈련을 하고 있던 상황.


갑자기 뛰어든 조조는 아이들의 자세를 잡아주고 있던 캡틴의 손에서 수류탄을 빼앗아 들곤 앞으로 뛰어나가 집어던집니다.

수류탄을 빼앗아 던지는 조조, 그런 그에게 히틀러는 토끼가 되어라고 말합니다!

멋지게 포물선을 그리며 날아가던 수류탄!


갑자기 수류탄이 앞의 나무에 맞아 다시 조조에 앞에 떨어지고, 폭발과 함께 그는 정신을 잃게 됩니다. 그리고 급히 조조는 병원으로 옮겨지게 됩니다.



<< 다락방의 침입자 >>


병원으로 실려온 조조는 수술을 받습니다.

폭탄이 발 아레서 터져버렸으니 살아있는 것에 고마워해야 할까요?


조조는 얼굴에 흉터를 가지고 한쪽 발을 절게 됩니다. 


놀라 뛰어온 엄마 '로지 (스칼렛 요한슨)' 에게 미안하기보다는, 부상으로 이제 전쟁터엔 나갈 수 없게 되어버린 자신의 처지가 더욱 슬프게 느껴집니다.


겨우 퇴원한 조조는 엄마의 손에 이끌려 다시 소년단 본부로 들어옵니다.


소년단 본부로 찾아와 아들을 이렇게 만든 책임을 묻는 엄마.


그런 그의 앞에 조조의 사건으로 경질되어 사무직으로 배치된 클렌젠도르프 대위가 다시 나타나고, 전장에는 갈 수 없는 조조에게 새로운 임무를 주겠노라 이야기합니다.


그 임무는 바로 소집영장을 집집마다 배달하고, 고철을 수집하는 임무였습니다. 멋진 군복에 총을 지급받을 수 없다는 것에 의기소침해진 조조.


꼬마는 엄마가 외출한 집의 위층에서 시간을 보내다 수상쩍은 공간을 발견합니다. 죽은 누나가 살던 방의 벽 안에서 보이는 이상한 공간이었습니다.


랜턴을 들고 벽 뒤쪽을 탐험하던 조조 앞에 한 여자 아이가 나타나고, 조조는 혼비백산하여 도망칩니다.


도망가던 조조는 벽에서 나온 한 아이에 손에 잡히고 맙니다.

신고를 하러 가던 조조를 쫓아와 사로잡아 버리는 아이.


그녀는 자신이 유태인이며 이 사실이 신고될 경우, 엄마를 가만 두지 않겠다고 조조를 협박합니다.

그런 그녀의 협박에 굴복해 버리는 조조 .


조조는 그녀를 제압해 보기 위해 부엌의 식칼과 소년단 칼을 가져가 보기도 하지만, 오히려 그녀에게 빼앗겨 버리고 맙니다.


힘으로는 그녀를 제압할 수 없음을 알아버린 조조는 엄마의 안전을 지키기 위해 비밀을 지키기로 합니다. 물론 상상 속의 히틀러는 신고해 버리라고 닦달을 하지만 말이죠.



<< 유태인이란 이름 >>


어린 조조에게 이젠 벽장 속의 여자는 근심의 대상이 됩니다.


힘으로 쫓아낼 수도 없고, 신고도 할 수 없지만, 보면 무조건 신고해야 한다고 베워왔던 유태인.


이런 상황에서 의심이 가는 엄마를 떠보기도 하고, 루젠도르프 대위를 찾아가 유태인들을 쫓아내는 방법에 대하여 물어보기도 합니다.


머리에 뿔이 달리고 괴물 같은 모습이라 베워왔던 유태인들. 하지만, 조조의 눈 앞에 있는 아이는 아름다운 소녀였습니다.


책에서 베운 것과는 다른 사실에 혼란해하던 조조는 루젠도르프 대위에게 물어보지만, 대위 역시 사실 그들을 구분하는 방법은 없다고 말합니다.


혼란스러운 조조는 일단 항복을 하고, 적(?) 을 더욱 알아볼 생각을 하게 됩니다.

이 벽장 속의 유태인 소녀를 물리치기 위해서 조조는 시간을 두고 그녀를 알아봐야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그녀에게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을 테니 자신의 이야기를 해보라고 이야기하는 조조. 그런 조조를 경계하던 그녀 역시, 하나둘씩 마음속에 있는 이야기들을 하기 시작합니다.


조조는 그녀와 함께하는 시간이 길어지는 것이 왠지 싫지가 않습니다.


그런 조조에게 그녀는 자기의 이름이 '엘사' 이며 예전의 누나의 친구였다는 사실들을 이야기해 줍니다.

그녀와의 이야기들이 쌓여갈수록, 조조는 점점 빠져들게 되고 노트에 그녀와의 추억을 기록해 나가기 시작합니다.


상상 속의 히틀러의 눈에는 이들의 관계가 계속 못마땅해 보이지만, 엘사가 점점 좋아지는 조조는 그녀와 약혼을 한 애인이 질투가 나기까지 합니다.


그런 그녀를 향해 질투의 편지까지 쓰는 조조를 보며 엘사 역시 귀여움을 느끼게 됩니다.


둘의 우정이 깊어지던 어느 날,

엄마가 집을 비운 사이 갑자기 문 앞에 검은 옷을 입은 남자들이 들이닥칩니다.

검은 양복을 입은 다섯 남자들의 방문

능글맞은 웃음을 띄며 문 앞에 서있는 다섯 남자,


검은 양복을 입은 그들은 왠지 허당처럼 보이지만 집 안으로 들어와 능숙하게 집기들을 뒤지기 시작합니다. 바로 '게슈타포(비밀경찰)' 들이었습니다.


그들은 무슨 이유로 조조의 집을 방문한 것일까요?

엘사를 숨겨주던 조조는 무사할 수 있을까요?



<< 영화만이 할 수 있는 것 >>


조조래빗을 보면서 '영화의 힘' 이란 어떤 것일까 다시금 생각합니다.


나치즘에 빠져있는 꼬마, 그런 아들을 사랑으로 보듬지만 나치에 반대하며 행동하는 용감한 엄마, 그리고 나치의 사냥 대상인 유태인 소녀 ...  


현실에서 이런 종류의 사건이 일어난다면 (아들이 신봉하는 국가가 죽이려는 한 소녀를, 같은 지붕 아래 사는 엄마가 보호해 준다면?) 그 이야기의 끝은 너무나 비극적이지 않을까요?


멀리 과거를 볼 것도 없이, 자식이 부모를 고발하는 사회에 대한 이야기를 우리는 철조망 건너 북쪽 사회에서도 많이 들어볼 수 있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이 영화는 시작부터가 위험한 비극의 요소를 내포하고 있다고 볼 수 있겠죠.


하지만 영화는 시종 밝은 분위기를 내뿜습니다.


나치즘을 선망하는 어린 조조의 세상이 갑자기 깨어지지 않도록, 엄마와 주변 어른들은 세심하게 배려해 줍니다.  

비극적인 현실을 다룬 영화 곳곳에선 익살스럽고 동화 같은 장면들이 배치되어 있습니다.

광장 가운데 교수대가 설치되어 사람들의 목이 걸리고, 전장으로 떠났던 어린 병사들이 부상당한 몸으로 다시 트럭에 실려서 돌아옵니다.


어린이와 노인들이 적의 탱크 앞으로 돌격을 강요받으며 내몰리고 있고, 멀리 창 밖으론 폭격의 불꽃이 튀고 있습니다.


무시무시한 이런 광경들을 어린 조조가 아름답게 받아들일 수 있도록 만들어 주는 엄마, 로지의 노력들이 영화 여기저기에 보입니다.


잔인한 현실에서 아이들을 보호하려는 엄마의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영화평에 나와있듯이, 많은 사람들이 <인생은 아름다워> 라는 영화를 떠올린듯 합니다.  (저 역시 이 영화가 가장 먼저 생각이 났습니다).


<인생은 아름다워>, 영화의 많은 부분이 닮아 있습니다


우리에게 사실만을 극적으로 부각해 강렬한 인상을 주는 영화들이 있는가 하면, 보기 힘들 정도로 복잡한 진실을 아름답고 유쾌하게 보여주는 영화도 있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무거울 수밖에 없는 주제를 동화 같은 장면들로 아기자기하게 풀어낸 이 영화에서 '연출의 힘' 이 느껴졌습니다.


또 하나, 배우 '스칼렛 요한슨' 의 연기력을 발견할 수 있어 좋았던 영화가 아닌가 합니다.


순정 영화의 히로인, 지구를 구한 여전사의 이미지로만 각인되던 여배우.

그녀가 어린 아들을 둔 엄마의 역할로 나옵니다.


낮에는 맹목적인 아들을 바른 방향으로 나가도록 달래고, 밤에는 몰래 숨겨놓은 유태인 소녀를 위해 음식을 가져다주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그리고, 전쟁터로 떠나버린 남편과 죽은 딸에 대한 아픔도 가슴에 품고 있지만, 항상 유쾌한 모습으로 어린 아들을 대하는 헌신적인 엄마의 모습을 연기합니다.


제 기억으로는 그녀가 출연한 영화 중에서 가장 수수한 모습으로 스크린에 나오지만, 숨겨져 있던 탄탄한 연기력을 보여준 영화가 아니었나 생각합니다.


<스칼렛 요한슨>  이라는 배우의  또 다른 연기력을 볼 수 있는 영화가 아니었나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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